여느 때처럼 또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리던 어느 날이었다. 힘차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창피하도록 달가운 마음으로 달려 나갔더니 웬 경찰 같은 사람들이 우르르 밀고 들어왔다. 그 중 한 명이 내가 폭행범으로 의심되는 상황이라 서에 가서 조사받아야 한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이 수갑을 채웠다. 나는 너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아무 말도 못 하는 상태로 그냥 끌려갔다.
정신 못 차리고 뒷좌석에서 한창 끌려가던 중, 옆자리에 탄 경찰 한 명이 내 수갑을 풀어줬다. 그러고는 다른 경찰들도 나에게 여유를 좀 즐기라고 창문을 열어줬으며, 괜찮을 거라고 안심시키는 말을 했다. 그중 누구도 내가 폭행범이 아니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중 누구도 나를 풀어줄 생각은 하지 않았다.
폭행이라니. 살면서 단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죄질의 범죄였다. 내가 누굴 때릴 수 있을 리가. 나는 말로도 누굴 패 본 적이 없다. 맞아본 적은 있었다. 나는 그게 얼마나 아픈 건지 잘 알고 있었고, 그 아픔을 누구에게 선사한다는 것은 도저히 내가 할 수 있는 짓이 아니라고 믿었다. 그냥 그 사람을 또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나에게 폭행범이라니. 너무 말이 안 되는 이 상황은 꿈속에 있는 나 자신도 꿈이라고 믿게 했다. 솜사탕이 온몸에 들러붙은 것 같이 끈적한 불쾌함을 떼어내며 잠에서 깼다. 역시 꿈이었다.
그리워하느라 고통스러운 이 마음은 폭력적인 것이었을까? 내가 누굴 사랑한다는 것이? 이 거지 같은 생각을 멈출 수 없다는 억울함이 몸속에 꽉 차서 돌아다니다 꿈에서도 떠다닌 것이었을까? 나를 비난하는 사람에게 매달리는 시간이 끝나질 않는다. 바닥에 늘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상대방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것은 그저 억울함만을 배우게 한다. 그러나 나는 무엇이 억울했을까?
어쩌면 나는 사랑한다는 명목으로 그녀의 머리채를 잡아 얼굴을 걷어차고, 지칠 때까지 패고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끔찍한 사실은 그녀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