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그리운 날이 있어요. 그럴 때면 뭘 잃어버리진 않았는지 생각하다가, 뭘 잊어버리진 않았는지 생각하다가 허기짐을 느끼기도 합니다.
공허하다는 말을 떠올리다 보면 그렇게 외로운 말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비어있는데 또 비어있어서 더는 비울 게 없다는 것은, 비워내야만 하는 것보다 많이 괴로운 것 같아요. 고독한 것과 외로운 것은 꽤 다르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릅니다.
사람이 살아가며 사람과 함께하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을까요? 나는 그럴 수 없다고 믿어요. 혼자 있는 것에는 많은 이점이 있는듯하지만, 그것들은 아무것도 아닌 것들일 뿐인 것 같아요. 편하다고 느끼는 것에 적응하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편한 것에 적응하는 순간 편안함은 더 이상 편안함이 아니에요. 그것은 이미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된 것입니다. 혼자 있는 것에서 얻는 것들은 대체로 그런 부류의 것들이에요. 혼자서 느끼는 편한 것들에 적응이 되면 새로운 불편함들을 찾아냅니다. 편한 것을 목적으로 나아가다 보면 우리는 계속해서 불편함을 찾는 모순을 겪게 됩니다. 자꾸 사라져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것들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것은 잠시뿐인 자극에 지나지 않으니 말입니다.
함께하는 것을 위해 할 수 있는 노력과 행동에는 너무도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정해진 모양이 없기 때문입니다. 나는 함께하는 것이 아직 불편해요. 나는 행복한 것보다는 당장 편한 것을 쫓는 것이 익숙해서 자꾸 이기적인 선택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자꾸 외로운 날이면 내 모든 이기적인 습관과 다짐을 다 내어버리고, 누구와도 함께하고 싶어 하는 그런 사람이 되어보고 싶습니다. 비워내야 할 것들이 아니라면 채워 넣는 연습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러면 나는 그걸 핑계 삼아, 그 누구를 위해 나를 버려보기로 다짐할 수 있어요. 그리고 나는 그게 나에게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믿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