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은 때로, 자주, 거의
죽음.
봄이 오기 전 자꾸 벌벌 떠는 것은
춥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앙상하고 건조한 것들은 살아가기보다는 연명하곤 하며
그 지닌 마음이 어떠했건, 어떤 노력을 했건
활력이 넘치는 주인이 나타나면 자리에서 밀려나고야 만다.
앙상하고 건조한 그 무엇은 한 번도 주인인 적이 없다.
아무도 찾지 않는 자리는 다 이유가 있지.
그저 자리하는 것도 버거운 그 공간에서 몸을 힘껏 접고도
숟가락으로 호박을 파내듯 싹싹 긁어 속을 파낸다.
함께 딸려 나오는 여태 살아있는 살점을 마주하는 것이 고통이다.
나는 장마처럼 퍼부어지는 활기를 피해 다시 아무도 찾지 않는 곳으로 간다.
이미 만연한 봄에는 겨울과 외로움이 자리할 틈이 없다.
그러면 나는 구역질을 하며 속을 뒤집어엎고 활력이 넘치기로 한다.
또 죽고 다시 태어나고, 또 죽으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