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법을 까먹은 것 같다. 정확하게는 어스름하게 떠다니는 생각들을 정리하는 힘이 부족해진 것 같다.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 나는 요새 잠이 많고 게으르다. 하루를 시작하는 것을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룬다. 하지만 하루는 내 맘대로 시작할 새 없이 이미 시작되고 끝나고 그런다. 앞으로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빠르다고 느껴지는 것은, 지금 나아가고 있는 것이 내 발이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질질 끌려가는 길에서는 작은 돌멩이도 큰 함정이 된다. 발에 채는 작은 돌멩이에도 슥슥 상처가 난다. 그래도 머무를 순 없다. 이럴 때마다 나는 나약하기 짝이 없다.
그저 ‘지쳤다’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단순한 풀이다. 지칠 일이 뭐가 있었을까, 지치기로 했을 뿐이겠지. 그리운 사람이 생각나기도 한다. 그리운 것은 그리워하는 것으로 위로하기로 한다. 지금의 그리움을 막을 수 있었다면 나는 절대 그리움을 택하진 않았을 테지, 최선을 다했던 것이라고 치부하자. 귀찮은 노력들의 그 귀찮음을 이겨내는 것에부터 노력을 퍼부어야 할 때, 내게 그 귀찮음은 너무 과분하다. 음- 귀찮다고 말하면 너무 별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네. 하지만 그중 내게 별것 아닌 것은 절대 없었다.
가끔 살날이 너무 많이 남았다고 느낀다. 앞으로 살아가야 할 흘러가는 시간의 양이 너무 방대하다고 느껴질 때면, 한 10년 정도는 몰래 흘려버리고 순식간에 없어졌다고 우기고 싶어 진다. 그렇지만 나는 지금의 젊음을 사랑한다. 젊지 않은 상태로 살아가는 것은 어떤 것일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로 이 젊음이 영원한 것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젊음은 절대 영원하지 않고, 나는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지 안다.
그러나 나는 자주 촉박함을 느낀다. 살아가야 할 방대한 시간 중에 내게 주어진 시간은 터무니없이 적다고 느끼기도 한다. 질질 끌려가는 길에서의 경치는 사치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