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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KBO리그 프리뷰 2. NC다이노스

헤비의 프레이밍 17

by 헤비

누구나 신생팀이 생기면 최하위로 출발해서 몇 년 동안 하위권을 맴돌다가 아주 천천히 위로 올라오는 그림을 그리기 마련인데 NC다이노스는 마치 처음부터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처럼 1군 진입 이듬해에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그리곤 창단 10년, 1군 진입 8년만에 집행검을 들어올렸다.


역대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을 살펴보면 삼성라이온즈가 43시즌을 치르는 동안 31회 진출을 해서 압도적인 1위(72.0%)이고 그 뒤를 두산베어스(43시즌 26회 진출, 60.4%)가 추격하고 있다. 그리고 3위가 NC다이노스다. NC다이노스는 12시즌동안 7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해서 58.3%의 진출확률을 보여줬다. 역사는 짧아도 NC다이노스는 꾸준하게 강자의 이미지를 쌓아올렸다.


그랬던 NC다이노스가 우승 이후 4번의 시즌에서 포스트시즌에 단 1회밖에 진출하지 못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낯설고 의아한 일이다. 만약 여기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한다면 몇몇 팀 팬들(물론 나 포함이다)에게는 끔찍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암흑기'가 시작될지도 모른다.




1. 스토브리그 이슈


① 4대 이호준 감독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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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이호준처럼'이라는 역대급 찬사를 받는 이호준 감독이 제4대 NC다이노스 감독에 취임했다. 사실 야구팬이라면 다들 언젠가는 이호준이 NC 감독을 하는 날이 있을 것이라 예감했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에 왕년의 스타가 등판을 했다.


이호준 신임 감독은 NC다이노스 뿐만이 아니라 어떤 팀이든 감독 교체 상황이 오면 하마평에 오르던 인물이었던 만큼, 과연 어떠한 모습으로 팀을 이끌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3년간 LG트윈스에 몸 담으며 팀을 떠나있었지만, NC다이노스 선수단을 아예 모르는 인물이 아니니만큼 적응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NC다이노스가 당면한 최대 과제는 야수 파트가 아닌 투수 파트 재건이다. 어쩌면 이호준 감독보다 감독과 같이 NC다이노스에 몸을 담게 된 서재응 수석코치의 역할이 더 중요해 보인다. 문제는 KIA타이거즈맨인 서재응 수석코치로서는 낯선 곳에서 새로 적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는 점이다.


② 외국인 투수 카일 하트 계약 불발. 로건, 라일리 합류


NC다이노스는 2024시즌 골든글러브 수상 투수인 카일 하트와 재계약을 원했으나 하트 측의 무성의한 태도로 인해 협상에 실패하고 새로운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지금껏 외국인 선수 영입에 있어서 많은 성과를 보여준 NC다이노스 프런트진이기에 기대를 모으는 것은 사실이지만, 2024시즌 카스타노를 방출하고 요키시를 영입하는 부분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기에 이번 영입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③ 내부 FA 이용찬, 임정호, 김성욱 잔류


이미 많은 팀들이 스프링캠프 비행기에 오른 1월 25일, 이용찬이 2+1 총액 10억원에 계약을 함으로서 NC다이노스는 내부 FA 전원과 계약을 마무리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스토브리그에 나온 FA 선수들 중 NC다이노스의 임정호를 알짜 매물이라고 생각했는데 NC와 생각보다도 빠르게 계약을 마쳤다. 여기에 외야수가 급한 팀으로서는 나름 매력적인 카드라고 생각했던 김성욱도 마땅한 행선지를 찾지 못한 채로 원 소속구단의 제안을 수용해야 했다. NC다이노스로서는 그나마 전력 누수를 최소화한 스토브리그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2. 투수 파트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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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시즌 NC다이노스 선발투수진을 지탱해 준 건 하트와 신민혁이었다. 하트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신민혁은 시즌 막판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으며 이탈했다. 팔꿈치 뼛조각 수술이 생각보다 심각한 수술은 아니지만, 투구감각을 되찾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보이고 신민혁이 돌아온다고 해도 관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여서 일단 예상 선발투수진에서는 제외했다. 여기에 초토화 되다시피 한 불펜진을 뒷받침하기 위해 김시훈을 마무리나 필승조로 돌리기로 한 상황이어서 지난 시즌 불운의 아이콘과 같았던 이재학이 3선발 역할을 하기 위해 올라와야 할 상황이다.


남들은 FA로이드를 맞는다고 할 정도로 FA를 앞둔 시즌이면 성적이 올라가는 경우가 많은데(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신임 NC다이노스 감독인 이호준이다.) 이용찬은 정반대 케이스다. 희한할 정도로 FA를 앞둔 시즌 성적이 좋지가 않다. 2023시즌부터 피칭 내용이 안좋아지기 시작했던 이용찬은 2024시즌 들어 자리를 아슬아슬하게 지켜오다가, 중반 이후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결국 마무리에서 내려오고 말았다. 이호준 감독은 이용찬과 재계약이 이뤄지면 그를 선발투수로 전환시킬 계획이라고 했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선발 경험이 있는 선수이기도 하고, 점점 구위형 투수가 각광을 받는 불펜보다는 그나마 선발이 더 어울리는 피칭스타일이기도 하며, 관리 측면에서도 불펜보다는 선발 쪽이 더 용이할 것이기 때문이다.


선발 수업을 시켰다가 다시 불펜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는 김영규라든지, 2024시즌 막판 선발 투수로 등판해 승리투수가 된 바 있는 임상현 등을 선발 예비자원으로 생각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 믿고 맡기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선발진보다 더 큰 문제는 이용찬의 이탈로 인해 마땅한 마무리투수마저 없는 불펜진이다. 2024시즌 KBO리그에서 불펜 고민이 없었던 팀은 두산베어스와 KIA타이거즈 정도일텐데, 신기할정도 마무리투수만큼은 전 팀이 "우리팀 마무리는 OOO입니다." 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마무리만큼은 갖춘채 시즌을 치렀다. 마땅한 필승조 찾기가 어려웠던 키움히어로즈에도 주승우가 나왔고, 노경은이 몸을 셋으로 쪼개 던진다고 할 정도였던 SSG랜더스에도 조병현이란 마무리가 탄생했다. 유일하게 마무리가 없었던 팀이 NC다이노스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김시훈을 마무리로 돌린다고 해도 필승조 룰을 감당해야 할 선수가 김재열, 임정호 정도를 제외하면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배재환, 소이현 등에 대해 신임 감독과 코치진이 좋은 평가를 내린 기사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실전에서 보여준 것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라 크게 기대를 갖기는 어렵다.


2025시즌 중반이면 구창모가 제대한다. 구창모가 이호준 감독에게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5할 승률만 맞춰달라고 말했다는 기사를 보았는데, 패기 있는 모습이야 칭찬할만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구창모는 돌아와서 던지는 모습을 봐야 '던지는구나' 하는 선수라서 전력의 상수로 놓을 수가 없다.


결과적으로 손에 무언가를 쥐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막상 실전에 나가면 이런 저런 이유로 손이 텅 비어있을 가능성이 높은 상태인게 NC다이노스 투수진의 문제다. 이 문제는 2024시즌에도 반복된 바 있기 때문에, 신임 감독과 코치진들은 투수 파트만큼은 아예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에 두고 밑바닥부터 다시 쌓아올려야 한다는 생각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3. 야수 파트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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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준 감독은 박건우를 우익수에서 중견수로 이동시킬 구상을 밝혔다. 아무래도 이 빈자리에 들어갈 선수는 '제 2의 나성범'이란 이야기를 듣고 있는 박시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난 NC다이노스 외야진을 보며 김성욱의 중견수로서의 쓰임새가 아직 남아있다고 생각해서 협상이 지지부진했던 게 의아했는데, 아마도 이런 구상 때문에 NC다이노스가 김성욱과의 FA협상에 미온적인 태도 아니었을까 싶다.


난 여전히 김성욱 정도 선수라면 한화이글스나 KT위즈에서의 쓰임새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박시원이 잘 정착한다는 가정하에 김성욱은 트레이드 매물로 계속 입길에 오르내리지 싶다.


NC다이노스는 야수진에는 크게 문제가 없는 팀이다. 2024시즌 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박건우와 손아섭이 모두 부상으로 시즌아웃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은 공격력을 뽐냈다. 홈런왕인 데이비슨이 버티고 있고, 김휘집 트레이드도 나름 성공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지 않나 생각한다.


문제는 도리어 미래먹거리라 생각했던 김주원과 김형준이다. 수비도 좋고, 장타를 간간히 쳐주는 것도 좋다. 애초에 NC다이노스의 공격 컨셉 상, 상위타선은 교타자들, 중심타선은 장타를 갖춘 해결사들, 하위타선은 타율은 낮아도 상대를 위협할 장거리포를 갖춘 타자들로 꾸려져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형준과 김주원은 어느정도 타율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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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다이노스는 2024시즌 10개구단 중 가장 높은 삼진율(20.8%)을 기록한 팀이다. 그 중에는 이 두 선수의 역할(?)이 꽤 컸다. 삼진을 많이 당하게 되면 공격의 흐름이 이어지질 못하고 계속 끊어진다. NC다이노스가 공격력이 좋은팀 같으면서도 막상 팀득점이 전체 5위에 불과한 것도 인플레이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삼진을 당하는 타자가 많기 때문 아닌가 싶다.


사실 그런 점을 제외하면 NC다이노스의 야수진에 크게 문제가 되거나 아쉬운 부분은 없지 싶다.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문제는 투수진이다.




4. 행복회로


① 새로운 마무리 투수가 나타나 KBO리그에 마무리투수 춘추전국시대를 이끈다. 이제 NC다이노스에도 다른 아홉 개 구단 못지 않은 강력한 마무리투수가 있다.


② 이재학의 승패가 뒤바뀌어 더이상은 불운에 울지 않게 되고 시즌 중반에 건강한 구창모가 돌아온다.


③ 감독은 이호준처럼 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된다.




5. 키플레이어

로건 앨런


앞서 계속 NC다이노스의 국내투수진에 대한 이야기만 했는데, 만약 1선발을 맡게 될 로건이 무너지게 된다면 NC다이노스 투수진도 키움히어로즈 못지 않게 패닉에 빠질 수 있다. 로건은 기존 NC다이노스의 1선발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잘해줘야 한다. 2025시즌은 그의 활약을 상수로 두고 시작해야 한다.




6. 예상순위


9위


투수진의 능력치를 계산 할 때는 갖춘 전력에서 약 70-80%만 발휘된다고 보면 어느정도 맞아들어간다. 그래서 투수진에 'IF'가 붙는 팀들은 가진 것도 부족한데 거기서 더 깎아내야 하기 때문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늘 어려움을 겪는다. 여기에 김휘집을 영입하면서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키움히어로즈에 건네줬기에 급한 불을 끌 신인투수의 존재가 없다는 점 또한 아쉬움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7. 총평


개인적으로 나는 NC다이노스가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투수 수집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FA 선발투수+ 불펜투수로 기본적인 투수진의 뎁스를 늘려놓지 않고서는 해답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FA영입은 모기업의 사정에 따라 움직일 수 밖에 없는 부분이라 구단이 쉽게 나서지 못했던 것 같다.


어떤 일은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때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라는 후회로 돌아올 때가 있다. 큰 차이가 아니다. 남들보다 한 발, 아니 반 발 앞서 나간게 나중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격차를 만들어낸다. 지금까지 NC다이노스는 그 '반 발 앞서기' 경쟁에서 그리 뒤쳐지는 팀이 아니었다. 그러다 이제 거의 처음이다 싶을 정도로 반 발 뒤쳐진 경쟁을 시작한다. 자, 이 결과가 어떻게 나타날까? 거의 모든 게임에 치트키가 숨겨져 있는 것처럼, NC다이노스가 예상 못한 어떤 능력을 발휘해 이 모든 예상을 뒤엎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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