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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KBO리그 예상순위 총정리

헤비의 프레이밍 26

by 헤비

야구를 좋아하긴 하지만 생업이 아닌 입장에서 한 시즌을 리뷰하고 다음 시즌을 프리뷰하는 작업은 즐거웠지만 쉽진 않았다. 나름 야구 중계, 영상, 기사들을 끼고 살았다 생각했지만 기억이 가물거리는 일도 많았고, 타팀으로 영역을 넘어가다보니 확실히 모르는 부분도 많았다. 이 작업을 제대로 하려면 확실히 몇 년 간은 제대로 리그를 따라가며 틈틈히 기록을 이어나가야 그나마 볼만한 글을 쓸 수 있겠다 싶었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각 팀 프리뷰 글 말미에 예상순위를 적어놓았는데 그걸 바탕으로 2025 KBO리그 예상순위를 마지막으로 정리해보기로 하자. 다시 한 번 말씀드리거니와 이건 다 예상일 뿐이고, 나는 권위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일개 팬일 뿐이다. 부디 너그럽게 보아주시길 바란다.




보통 시즌을 예상할 때 '강중약'이란 칸막이를 두고 팀들을 나눈다. '3강 6중 1약', '4강 5중 1약', '3강 5중 2약' 이런 식이다. 그 구분법에 의하면 나는 2025시즌 KBO리그 판도를 1강 7중 2약으로 본다. (이순철해설위원과 같은 구분이다.) KIA타이거즈를 1강으로 두고 NC다이노스와 키움히어로즈를 2약, 나머지가 7중이다.


여기서 조금 더 세분하면 7중을 포스트시즌 유력 3팀과 마지막 한자리를 두고 경합을 펼칠 4팀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2약도 사실 NC다이노스와 키움히어로즈 간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여기서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두고 선거중계를 하듯 '확실-유력-경합-불안'의 네 단계로 10개 팀을 나누겠다. 원래 선거방송에서는 '낙선'이나 '탈락'이라는 단정적인 표현을 쓰지만, 이건 예상이니만큼 마지막은 불안으로 바꿔서 표기했다.




시즌을 예상함에 있어서 기준이 될 수 있는 몇몇 수치들을 두고 상위권 팀을 가려보자. 야수들의 득점력과 에버리지가 높은 팀은 KIA타이거즈, LG트윈스, 롯데자이언츠가 있다. 장타력이 강한 팀은 삼성라이온즈, KIA타이거즈, NC다이노스다. 선발진에 있어서는 삼성라이온즈, 한화이글스, KIA타이거즈를 꼽을 수 있고, 불펜진으로 가면 KIA타이거즈, 두산베어스 정도 말고는 다들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다.


굳이 따지자면 수비 수치가 아쉽다고 할 수 있지만, KIA타이거즈는 부족한 수비수치를 덮고도 남는 공격력을 가진 팀이다. 게다가 나는 개인적으로 KBO리그에서 수비가 그렇게까지 큰 변별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팀은 진짜 MLB수준의 수비를 보여준다.'고 하지 못할 바에는 실상 다 고만고만하지 않나 싶다. (KBO리그에서 팀 간 전력비교를 할 때 가장 큰 변별력을 가진 부분을 나는 불펜진이라고 본다.)


KIA타이거즈는 각 전력 측면이 크게 모자란 부분이 없이 균형이 잡혀있는 동시에 가장 큰 육각형을 그리고 있는 팀이다. 전면에 드러나 있는 주전 전력 측면에서나 예비 전력 측면까지도 부족한 부분이 없다. 여기에 구단 수뇌부와와 프런트의 움직임 또한 무척 적극적이다. 베테랑과 신진급들의 세대교체가 최대한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면 KIA타이거즈는 향후 몇 년 간 최강의 자리에 계속 군림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3시즌 우승을 할 때만 하더라도 LG트윈스는 강력한 불펜진을 자랑하던 팀이었는데 단 한 시즌만에 불펜 고민을 지우지 못하는 팀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그 부분을 제외하면 여전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고 있다고 본다. 특히 야수 뎁스만큼은 KIA타이거즈와 더불어 최강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이 최강 전력들을 묵히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든다는 거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기존 주전들을 충분히 뛰어넘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적어도 주전들이 여유를 부린다는 느낌은 깨끗이 지워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고 있는지가 의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두산베어스를 5강권 경쟁팀으로 평가하는데 나는 5강은 확실할 것으로 본다. 대신 이제 준주전급 포수로 보아야 할 김기연이 허리통증으로 스프링캠프 탈락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는 점은 불안요소다. 양의지와 김재환이 번갈아가면서 지명타자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 시즌 내내 라인업 교통정리를 하느라 이승엽 감독은 골머리를 앓아야 할 것이다. 여기에 갑자기 텅 비어버린 키스톤콤비 주전 경쟁도 어떤 의미에서는 팀에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사실상 그 시작은 악몽이라고 보는 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외국인 선발투수가 2024시즌만큼 못해줄까 싶고, 워낙 강력한 불펜진을 갖추고 있는 팀이라 두산베어스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삼성라이온즈는 이 팀의 타격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평가가 갈린다. "이 팀만의 퍼스널컬러를 제대로 찾았다."라고 평가하는 쪽은 삼성라이온즈를 리그 최상단에 두기도 한다. 반면에 "엄밀히 따지면 삼성라이온즈는 아직 타격이 강한 팀이 아니다."라고 하는 쪽은 삼성라이온즈를 박하게 평가하는 편이다. 미안하지만 나는 후자에 속한다. 강력한 선발진과 나름 물량공세가 가능한 불펜진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줬으나 타격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있다. 대신 기대를 모을만한 젊은 선수들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는 팀이라는 점에서 당장 2025시즌 눈에 띄게 개선되는 수치가 나온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2024시즌에도 이 네 팀이 시즌 중반 마지막 5강티켓 한 장을 두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난 양상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대신 달라진 점은 SSG랜더스와 KT위즈가 수성을 하는 입장이었다면, 도리어 이번에는 도전을 하는 입장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다.


인정하자. 지금까지 한화이글스 선발진을 평가할 때 허수가 너무 많았다. 1라운드 1번은 가능성일 뿐 상수가 아니다. 문동주는 3년차 그 이상의 모습이 아니었고, 황준서는 생짜 신인일 뿐이었다. 이 둘이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을 하고 여기에 류현진을 보태니 2024시즌 한화가 5강을 넘어 우승도전도 가능하다는 예상이 나온 거다. 그러나 투수는 야구공을 팔로 던지지 이름으로 던지는 게 아니라는 걸 한화이글스가 보여줬다. 한화이글스 프런트도 이걸 느꼈는지 엄상백을 영입했고 이는 좋은 움직임이었다. 여전히 타선에 부족한 부분이 보이지만 그래도 밑그림은 얼추 그려진 것 같다. 색칠을 어떻게 할지가 남아있다.


롯데자이언츠와 한화이글스는 (우스갯소리로 조류동맹이라는 말이 있듯이) 희한하다 싶을 정도로 성적이 비슷한데 고민거리는 정반대다. 롯데자이언츠의 주전라인업은 이제 상위권 어느 팀과 맞붙어도 밀리지 않을만큼의 경쟁력을 갖췄다. 대신 투수를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 특히 롯데자이언츠는 외국인투수의 활약이 지난시즌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이다. (당연하다. 2024시즌 외국인투수 WAR 합계 수치가 꼴지였던 두산베어스의 2.3배였기 때문이다.) 박세웅, 김원중, 나균안 등 부진했던 국내 주전 투수들의 각성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라인업에 있는 이름표와 뽑혀나온 결과물이 가장 안들어맞는 팀이 SSG랜더스다. 진짜 미스테리다. 왜 이 것밖에 안 나올까? 눈코입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은데 모아놓고보니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을 보는 듯 기괴한 결과물이 나와있는 기분이랄까? 이렇게 되면 화살이 코칭스태프와 프런트에게 날아갈 수 밖에 없다. 무언가 경기 외적인 요소가 팀을 와해시키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 같은 게 들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르겠다. 10-15년 후 '야구비화' 같은 프로그램의 소재가 되지 않으려면 조금 더 끈끈한 팀케미를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과연 KBO리그를 보는 사람들 중 '2025시즌 KT위즈가 5강에도 못가고 심지어 8위를 할 것'이라 평가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실상 나도 계속 '이게 맞나?' 싶다. 그러나 뎁스만 놓고 보면 최하위가 유력한 키움히어로즈보다 못한 포지션이 보일 정도로 주전 의존도가 너무 극심하다. 물론 그만큼 탄탄한 주전라인업을 갖추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화이글스가 암흑기를 겪기 직전 주전라인업의 노쇠화가 극심해졌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게 내 생각이다. 강백호, 소형준, 박영현 등 젊은 선수가 아예 없진 않지만 만약 이들이 부상 등으로 이탈한다고 치면 대안이 있을까? 심지어 강백호는 부상위험을 무릅쓰고 포수로 포지션 이동을 시킨다고 하는데 이건 정말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꼴 아닌가 싶다.




NC다이노스의 야수진만큼은 국내 어느 팀과 비교해도 그리 꿀릴 게 없다. 하지만 문제는 투수진이다. 외국인 선수를 잘 뽑는 NC다이노스라고 하지만 그것도 국내 선발이 어느 정도 받쳐줬을 때의 말이다. 현재 NC다이노스 불펜진에는 1이닝을 제대로 책임져줄 선수조차 보이지 않는다. 이리되면 상대방에게 7점 내어주면 8점 뽑아내는, 일명 '본프레레식' 야구를 해야만 승산이 있을 텐데, 야구에서 공격은 실상 믿을 게 못된다. 어느 팀도 매번 8-9점 씩 내면서 이길 수는 없다. 상대에게도 에이스 투수가 있다. 로테이션이 매번 상대방의 4-5선발만 만나게 되기를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키움히어로즈는 프리뷰에서도 말했듯이 어떤 순위를 목표로 해야하는 게 아니라 4할 승률을 목표로 해야 한다. 그런데 이건 꽤나 비극적인 말이다. 순위는 정해져 있으니 승률이라도 지키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그렇게 말한다. 어쩌면 하나의 리그로 묶여 있지만 키움히어로즈만 다른 방식의 경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 2025시즌에도 키움히어로즈가 꼴지를 하게 된다면 3년 연속 최하위를 기록하게 된다. 대체 얼마만큼의 추진력을 얻으려고 이리 웅그리고 있는 것인지, 나로서는 헤아릴 방법이 없다. 암흑기가 추진력으로 무조건 교환된다는 보장만 있어도 좋으련만 그런 계산법은 사실 존재하지 않는다.




예상순위를 정리했다. 일종의 흑역사를 박제하는 셈이니만큼 많이들 속으로만 비웃어주시고 혹여 악플을 다시려거든 유료로 부탁드린다. 유료 악플은 겸허하게 받아들일 자세가 되어있다.

이 중 몇 개가 맞을지 나로서도 자신이 없다. 아마 맨 윗자리나 맨 아래자리 정도나 맞출까 싶기도 하다. 하일성 해설위원님의 명언처럼 '야구 몰라요'다. 한 경기안에서도 말도 안되는 일이 수없이 벌어지는데 하물며 한 시즌이야 오죽하겠나. 야구 순위는 정말 재미로 예측하는 거다. 난 점쟁이가 아니다. 그냥 방구석에서 야구 보기 좋아하고 글 줄 조금 쓰는 평범한 야구팬일 뿐이다. 그러니 다시 말하지만 부디 너그러이 보아주시라.


점점 야구 시즌이 다가온다. 기쁘고도 불안하다. 야구를 보며 얼마나 화를 내게 될지, 또 기뻐서 혼자 방방 뛸지 알 수가 없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응원하시는 팀이 잘되라고 빌어드릴 수도 없다. 나도 응원 팀이 있고, 그라운드에서는 이쪽 아니면 저쪽으로 만나야 한다. 대신 이건 빌어드릴 수 있다. 응원하는 팀 선수들이 안 다치기를, 감독이 부디 납득이 가는 행동만 하기를, 그리고 지든 이기든 결국 다 '그깟 공놀이'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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