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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KIA타이거즈 리뷰 2. vs 키움히어로즈

2025년 3월 25-27일 광주챔피언스필드

by 헤비

시즌 시작 전 썼던 프리뷰와 예상 순위글이 여전히 조금씩 조회수가 올라가고 있다. 그때마다 솔직히 부끄럽기 짝이 없다. 역시 프리뷰도, 예상 순위도 다 흑역사 제조기에 불과한 것이지 싶다. 단 몇 경기만 봐도 도무지 예상처럼 흘러가질 않는다. 하기사, 옛 노래 가사에도 있지 않는가.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는 게 인생이고 또 야구다. 그렇게 스스로 부끄러움을 달래본다.




3월 25일 vs 키움히어로즈 1차전

1회초 이야기부터 해보자. 올러의 초반 투구 자체가 흔들렸다기보다는 준비해온 피칭 플랜 자체가 문제였던 듯 싶었다. 그럴 땐 포수가 빠르게 변화를 줬어야 했는데 1회가 다 지나도록 변화가 없었다. 키움히어로즈 타자들이 마치 수를 다 읽고 있다는 듯 받아쳤고, 심지어 실책까지 나오며 한국 무대를 처음 밟는 투수를 야수들이 도와주지 못했다.


이날 1루 선발에는 서건창, 3루 위즈덤으로 나왔는데 서건창은 수비가 더 나아지길 기대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서건창의 수비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 도리어 코칭스태프는 서건창에게 좌익수 연습까지 병행시켰다. 서건창이 KIA타이거즈에 온 건 작년이지만, 작년에 입단한 2년차 신인이 아니지 않은가. 인정할 건 인정하자. 서건창에게서 글러브를 빼앗아야 한다. 반면 이날 경기 위즈덤은 '메이저리그에서 3루수를 봤던 선수의 클래스'를 느끼게 해주는 3루 수비를 보여줬다. 솔직히 말해 수비만 놓고 보자면 김도영보다 윗급이었다.


김도영의 부상 이후 그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 것인가를 두고 고민이 시작된 모양인데 난 차라리 이 상황을 기회로 여기고 한 선수를 고정시킨 후 키워야 한다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 대상은 당연히 향후 3년 후, 5년 후를 책임질 수 있는 선수여야 한다. 2군에서 변우혁을 올려서 1루로 고정을 시키든, 삼진만 마흔 개, 쉰 개를 먹더라도 윤도현을 고정시키든, 극단적으로 이우성을 다시 1루로 돌리고 그 자리에 박정우나 박재현을 넣든, 어떻게든 고정을 해줘야 선수가 큰다. 이날 경기 결과를 보면 알지만 KIA타이거즈 타선에서 한 자리가 빈다 해도 기존 선수들이 터져주면 충분히 그 정도는 메울 수 있다.


머리로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에도 경기중에는 워낙 지난 NC다이노스와의 일요일 경기에서 6안타 빈공에 시달렸기에 1회 3실점이 무겁게 느껴진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KIA타이거즈에는 나성범이 있었다. 나성범은 2023년 시즌 고작 58경기만을 소화하고도 스탯티즈 기준 oWAR을 3.88을 기록한 바 있다. 이날 경기에서 나성범은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경기를 승리로 이끄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했다.


여느 팀이었다면 선발투수가 무려 5개의 피홈런을 맞으며 8실점(7자책)을 하도록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키움히어로즈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보이질 않는 경기였다. 맞상대를 해보니 확실히 두 명의 외국인 타자가 주는 압박감은 컸다. 그러나 역시 투수가 어느정도는 버텨줘야지 타자들도 추격을 할 수 있지, 투수가 아예 무너져버리면 답이 없다. 만약 투수진이 조금만 버텨줬다면 KIA타이거즈로서도 무척 힘든 경기가 되지 않았을까?


시즌 극초반 나는 '불펜이 강한 팀'이 힘을 낼 것으로 봤는데, 당장 팀 당 3경기를 치룬 현재 두산베어스가 무승 상황인 것과, KIA타이거즈 불펜진도 아직까지 제 궤도로 올라오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약간 당황스럽다. KIA타이거즈는 22일 경기 조상우, 23일 경기 임기영, 25일 경기 이준영 등이 위기를 자초하는 모습을 보였고, 좌완 스페셜로 생각했던 곽도규도 영점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신 2024시즌 어려움을 많이 겪은 최지민이 스페셜리스트의 모습을 회복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워낙 시즌 극초반이라 아직까지 불펜투수 대다수가 페이스를 천천히 끌어올리고 있는 중으로 보이나, 이 모습이 4월에 들어서까지 이어진다면 특히 4월 첫주에 있을 삼성라이온즈-LG트윈스와의 6연전에서 예상 밖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3월 25일 승리경기 베스트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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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위즈덤 (5타수 2안타 3타점 1득점 홈런1개)


사실 이날 연타석 홈런에 결승타 주인공인 나성범이 공헌도 측면에서는 최상의 플레이를 보여줬으나 사심 듬뿍 담아서 앞으로도 잘해주라는 의미로 위즈덤을 꼽고 싶다. 홈런을 친 타구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7회말에 친 적시타가 더 좋은 모습이라 생각한다. 지난 NC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는 타구가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 자체가 나오질 않더니 이제 조금씩 제 타이밍을 잡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위즈덤이 잘해줘야 김도영도 최상의 상태로 돌아올 여유가 생긴다.




3월 26일 vs 키움히어로즈 2차전

야구 일기를 쓴다는 게 힘든 이유는 이런 경기 때문이다. 올 시즌 최악의 경기를 디펜딩챔피언이란 팀이 시즌 시작하고 단 네 경기만에 보여줬다. 키움히어로즈 타자들이 KIA타이거즈 투포수가 주고받는 피치컴을 같이 듣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모든 공을 받아놓고 때렸다. 그만큼 현 시점에서 KIA타이거즈 투수진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을 수 있다.


2회 윤영철의 4실점은 유격수로 출장한 윤도현의 실책이 아니었다면 충분히 1실점으로 틀어막을 수도 있는 일이었으나, 아무리 야수가 실책을 했다 한들 이후로 3연속 안타를 맞는 건 투수의 책임이다. 이날 윤영철은 공에 힘이 느껴지질 않았다. 그러다보니 상대가 너무 가볍게 받아치는 상황이 반복됐다. 윤영철은 좋은 날과 좋지 않은 날의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진다. 오늘은 실책 때문에 진 게 아니다. 순전히 공의 힘이 없었던 탓이다.


KIA타이거즈의 초반 강점이 될 것으로 믿었던 게 강력한 불펜진이었는데, 현재 불펜진에서 제 컨디션을 보여주는 선수는 최지민, 전상현, 정해영 뿐이다. 나머지는 스프링캠프에서 뭘 했나 싶을 정도로 공이 좋지 않다. 황동하는 특유의 템포마저 잃어버린 채 오늘 경기에서는 계속 마무리를 짓지 못하는 모습을 반복했고, 임기영은 지난 NC다이노스 전과 마찬가지로 움직임이 둔해진 공을 던지고 있다.


그나마 실점을 하지 않은 게 이준영이 다 였던, 불펜이 이대로면 과연 KIA타이거즈의 강점이라 할 수 있을까 근본적인 고민에 빠지게 만든 경기였다. 물론 시즌 치르다보면 이런 경기를 적어도 대여섯 번 이상 겪는다. 심지어 KIA타이거즈는 지난 해 한 경기 30실점을 하기도 했던 팀이다. 하지만 임기영-황동하가 롱릴리프로 나서며 중간에서 상대의 흐름을 끊어주는 역할을 해줘야만 타자들이 역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난 이 두 선수가 자신들이 맡은 보직의 중요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자체에 대한 의문이 있다. 이 경기만 해도 타자들이 어떻게든 10점은 채워넣었다. 임기영과 황동하가 내준 점수만 10점이다. 이 두 선수가 1~2실점만 했더라도 경기 결과가 달라졌다는 뜻이다.




3월 27일 vs 키움히어로즈 3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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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NC다이노스전 리뷰에서 언급했듯이 신인 위주로 꾸려진 지금의 키움히어로즈 같은 팀을 시즌 초반에 만나는 건 결코 좋은 일정이 아니다. 신인 위주의 팀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건 기술 문제도 있지만 역시나 체력문제가 주 원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분석도 잘 되지 않은 투수들이 많아서 더더욱 상대하기가 까다롭다는 점은 인정한다.


이날 초반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 현재 KIA타이거즈 국내 선발진 중 구위만큼은 김도현이 가장 좋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박찬호의 빈자리를 김규성이 호수비를 보여주며 잘 채워줬다. 그러나 이날 초반 벌어진 2실점이 모두 KIA타이거즈의 실책에 기인한다는 건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3루 변우혁의 바운드 측정 실수는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한다는 느낌이다. 애초에 3루를 볼 수 있다 정도이지 3루 전문 수비수도 아니니만큼 넘어갈 수 있다고 치자. 무엇보다 왜 KIA타이거즈는 작년부터 런다운플레이가 안되는 걸까? 대부분의 런다운 플레이가 상대의 본헤드플레이에서 시작한다는 걸 감안하면 타격은 두 배로 돌아온다. 선수들이 하나같이 공을 잡는 순간 후속 플레이에 대한 빠른 판단이 서질 않다보니 그냥 빨리 처리하려고만 들다가 실수를 남발한다.


상대 선발 윤현은 구위는 좋았으나 경기 중 제구에는 어려움을 자주 노출했다. KIA타이거즈 타자들은 전반적으로 공격성이 강하다보니 도리어 이런 유형의 투수들을 상대하기 힘들어한다.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라는 건 그만큼 치기 좋은 공이 적다는 뜻인데, 그 치기 좋지 않는 공을 자꾸 치려고 덤비다보니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 물론 너무 기다리는 태도가 습관이 되는 것도 곤란하지만, 상대가 흔들릴 때는 스스로 넘어지도록 내버려두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는 걸 생각했으면 싶을 때가 있다.


여기에 또 아쉬운 점은 이번 시즌 들어 꽤나 좋은 투구내용을 이어가던 최지민이 볼넷-안타-볼넷으로 무사만루를 만들고 성과없이 내려갔다는 점이다. 키움히어로즈의 푸이그-이주형-카디네스-송성문 라인업은 10개구단 어디와 견줘도 뒤지지 않는 라인업이니만큼 최지민은 첫 타자였던 김태진과 어떻게든 승부를 봤어야 했는데, 이 '어떻게든 승부를 봐야 한다'는 압박감이 안좋은 결과로 이어진게 아닌가 싶다. 그러나 최지민은 KIA타이거즈의 스페셜리스트로 계속 자리매김해줘야 하는 선수다. 압박감을 이겨내야 하는 자리다. 다음 등판때는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8회초 상황도 되짚어보자. 조상우가 나와서 아웃카운트 하나를 잡은 이후 어준서에게 안타를 맞자 곽도규로 교체가 되었는데, 조상우에 대한 코칭스태프의 믿음이 아직 없는 까닭인지, 아니면 곽도규를 살려 써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조상우의 몸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전제하에 코칭스태프가 과연 믿음을 거둘 상황이었을지는 의문이다. 이 상황에도 키움히어로즈는 두 명의 대타를 동원했고, 다행히 이닝을 무실점으로 넘어갔으나 결과적으로 곽도규는 오른손 타자만 상대했다.


9회초는... 정해영은 솔직히 그 구위를 가지고 왜 늘 스스로 어려운 길을 찾아 들어가는 걸까 싶다. 1점차 터프세이브 상황이었다고는 하지만, 마무리니까 막아주길 바라는 게 무리는 아니지 않나. 결과적으로 첫 세이브가 되었어야 할 상황을 블론, 패전으로 망치고 말았다. 오늘 경기까지 보면 결국 살아남은 불펜진이라고는 전상현 하나 뿐이다. 다 불안하다. 불펜진의 전반적인 재조정이 필요해보인다. 이렇게 신뢰를 조금씩 잃어가기 시작하면 예상했던 불펜 왕국의 위용 따위는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7회말 나성범의 투런 홈런 말고는 제대로 된 공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원래 지는 경기와 루징시리즈가 그렇지만 투타 밸런스가 이렇게 어긋나기도 어렵겠다 싶을 정도로 엇박자였다. 이러니 더더욱 김도영의 빈자리가 커 보인다. 계속 되뇌게 된다. '도영이만 있었어도 적어도 위닝으로 갈 수 있지 않았을까?' 아니라면 나성범의 앞뒤에 있는 위즈덤과 최형우가 더 나은 생산성을 보여줘야 한다. 경기력이 이 수준에 머물면 시즌 전체가 어렵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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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한화생명볼파크 개장 시리즈는 여러모로 부담이 있는 경기일 수 밖에 없는데, KIA타이거즈나 한화이글스나 서로 시즌 초반 벼랑끝에서 마주치게 되고 말았다. KIA타이거즈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우위라고 생각했던 NC다이노스와 키움히어로즈를 만나 5할 승률이 깨진 상태로 시즌 출발을 하게 되었고, 한화이글스는 초반 기세가 너무 좋은 LG트윈스에게 스윕패를 당하고 홈 개막전을 치른다.


양팀 모두 1, 2, 3선발이 마주하게 되는데 이 여섯 명 중 가장 컨디션이 좋아보이는 게 한화이글스의 3선발 류현진, 가장 안 좋아보이는 게 KIA타이거즈 2선발 양현종이라는 게 KIA타이거즈로서는 꽤나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LG트윈스를 만나서 세 경기동안 딱 1점만 뽑은 한화이글스의 공격력이 살아날 것인지, 키움히어로즈를 만나서 매 경기마다 고생을 했던 KIA타이거즈의 불펜진이 살아날 것인지, 결국 양쪽 중 더 살아나는 쪽이 이기는 시리즈가 될 것 같다.


KIA타이거즈 팬의 입장에서 보자면, 솔직히 한화이글스와의 3연전마저 루징이나 스윕을 당하게 됐을 시에는 4월이 고난의 행군이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고 본다. LG트윈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고 있고, 삼성라이온즈의 전력도 예상보다 더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두 팀을 연달아 만나는 4월 첫주를 어떻게 견뎌낼 것인지 벌써부터 걱정이 밀려온다.


물론 극초반이라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지만, 디펜딩챔피언이라는 허상은 마음속에서 빨리 떨쳐낼수록 이득이다. 시즌이 시작되면 모두 원점으로 돌아와 다시 출발한다. 지금 현재 KIA타이거즈는 5할 승률도 못 채운 팀일 뿐이다. 나 자신부터 괜히 높아져있던 눈높이를 낮춰야겠다고 생각중이다. 일단 시즌 초반에는 5할을 사수하면서 어떻게든 반격의 모멘텀을 잡아야 한다. 당연히 그건 김도영과 이의리의 복귀시점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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