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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KIA타이거즈 리뷰 4. vs 삼성라이온즈

2025년 4월 2-3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by 헤비

먼저 창원야구장에서 사고로 돌아가신 팬 분의 평안한 영면을 빈다. 사고 소식을 듣고 나니 얼음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머리가 차가워져버린 느낌이 들었다. 누가 그렇게 고운 목숨을 떠나보내게 될 줄 생각이나 했을까. 화를 내고 짜증을 내도 결국 야구는 즐거우려고 보는 것인데, 야구를 사랑했던 팬이 야구장에서 사고를 당한다는 건 정말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다.




4월 2일 vs 삼성라이온즈 1차전

난 지난 한화이글스와의 경기 리뷰 말미에서 한동안 KIA타이거즈 야구는 승패가 중요치 않고, 불펜이 몇 경기 연속으로 무실점을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불펜 기록을 보자.

결과적으로 경기는 패배했지만, 불펜이 방화를 해서 졌다기보다는 위즈덤의 홈런말고는 득점루트를 만들어내지 못한 게 패배의 주원인이다. 이런 패배는 차라리 납득이 간다. 삼성라이온즈의 약점으로 지적되어온 노쇠화된 불펜진에 이재희, 이호성 같은 선수들이 나타나면서 힘을 보태주고 있기에 앞으로 삼성라이온즈를 상대할 때 후반까지 끌고 가는 게 과연 KIA타이거즈에게 유리할 것인가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KIA타이거즈 불펜 필승조는 이날 등장한 네 선수라고 봐야 하는데, 그 중 핵심은 아직까진 전상현이다. 문제는 이 선수가 지난 2시즌 연속 60게임 넘게 등판을 했고 작년에도 66이닝을 소화했기에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만약 전상현이 연속된 피로누적의 결과로 올 시즌 부진을 겪게 된다면 KIA타이거즈는 장현식의 이적과 전상현의 이탈로 인해 전 시즌 대비 무려 불펜에서만 140이닝 정도의 이닝소화가 사라지는 셈이다. 이는 조상우 한 선수만으로는 도저히 메꿀 수가 없는 수치이며 결국 두세명의 뉴페이스가 나타나서 이 자리를 채워줘야만 한다. 불펜 불안은 단기간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 이번 시즌 내내 불안요소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또 지적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필승조의 흔들림은 바로 필승조의 과부하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필승조가 흔들렸다는 건 당연히 패배를 거듭하고 있다는 뜻이고,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승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필승조를 내보내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요즘 돌아가며 두들겨 맞고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이때 관리를 놓치게 된다면 반격의 타이밍을 영영 잃어버리게 된다.




4월 3일 vs 삼성라이온즈 2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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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3-4월달은 이런 느낌의 투수전이 많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아무래도 타자보다는 아직까지 투수들의 힘이 센 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KIA타이거즈의 경우는 양적 질적으로 풍부한 불펜진을 바탕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거라 예상을 했는데 그 예상이 너무 보기좋게 빗나가버린 초반 10경기였다.


이번 삼성라이온즈와의 2연전에서 KIA타이거즈는 안타를 고작 8개 쳤다. 이러고도 1승 1패를 나눠가진 게 신기할 정도인데, 현재 KIA타이거즈의 전력을 보면 진짜 선방한 거라고 볼 수 있겠다. FA직전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공격에서 활로를 열어줘야 할 최원준이 너무나 낮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고, 박재현은 솔직히 말하면 아직까진 흔한 신인 1에 불과하다. 차라리 박정우를 써보는 편이 낫지 싶을 때가 많다. 최정용, 홍종표에다가 부상을 당한 김선빈을 보고 있으면 난 계속 윤도현 생각이 나는데 진짜 무슨 조정을 하고는 있는 건지, 견책성으로 내려놓고 코칭스태프가 제 발등 찍고 있는 중인 건지 궁금할 따름이다.


실제로 이런 경기는 그다지 할 말이 없다. 기회를 줘야 할 것으로 보이는 선수는 2군에 가 있고, 아직까진 연습이 필요할 것 같은 선수가 자꾸 선발라인업에 들어와있으며, 이 선수가 선발이라는 건 우리 팀이 위기구나 하는 선수들의 이름이 자꾸 언급된다.


4월 3일 승리경기 베스트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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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네일 (7이닝 무실점 2삼진 승리투수)


스테미너? 100구 전에 7이닝 먹으면 그만이다. 무엇보다 불펜이 무너짐과 동시에 과부하까지 걸리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던 와중에 네일이 7이닝을 소화해준 건 가뭄의 단비 같았다. 잠깐 올러가 '스테미너도 좋은 네일'아닐까 했는데, 그냥 네일이 네일이었다. 올 시즌도 이 선수 믿고 갈 수 밖에 없다. 특히 변우혁의 실책 이후 직접 가서 도닥거리는 모습은 확실히 우리 선수 같은 느낌이라 좋았다. 부디 그냥 매 경기 요 정도로만 던져서 미국에서 보기에는 '그래도 100구는 못던지는 모양인데'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우리도 제발 7년, 8년 함께 가는 외국인 선수 좀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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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놓고 말해서 작년의 KIA타이거즈가 아니고 작년의 LG트윈스가 아니다. 작년에도 사실상 KIA타이거즈가 경기 후반 뜬금 역전을 해서 그렇지 내용 자체는 계속 팽팽하게 흘러갔었다. 심지어 올 시즌 LG트윈스의 선발진은 출발이 너무나 좋다. (신기한건 이래놓고 선발투수진 ERA만 따지면 KIA타이거즈가 1위긴 하다)


이번 3연전도 주목해 볼 포인트는 비슷하다. 나오는 불펜 개개인이 얼마나 무실점으로 버틸 수 있느냐가 첫 번째 주목할 점이다. 강력한 LG트윈스 타선을 상대로 무실점으로 버텨낼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정상궤도에 복귀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두번째로 주목할 점은 타선이다. 타선이 너무나 식어있다. 위즈덤의 뜬금포가 아니면 실상 기대해 볼 포인트가 적다. 이런 타선이 과연 얼마나 반등할 수 있을까?


솔직히 스윕만 당하지 않아도 다행인 시리즈다. 선수들이 자기 플레이만 충실히 하고, 너무 덤비다가 스스로 일을 그르치는 모습만 안 보여줬으면 하고 바랄 따름이다.


김도영 선수 몸 상태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시즌부터 부상관리 하나만큼은 철저히 했던 구단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팀 성적이 안좋다보니 '아직 덜 나았는데 무리해서 올리는 거 아냐?'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생기는 것 또한 사실이다. 아무리 팀 사정이 급해도 무리하게 돌아와서 다시 부상으로 주저앉는 것보다는 다 낫고 완벽한 몸상태로 돌아오는 게 백만배 낫다. 어차피 지난 시즌 우승을 했다. 우승은 좋은 것이지만 우승이 목말라서 미치는 팀도 아니다. 부디 모든 일을 순리대로 풀어나갔으면 좋겠다. 상황이 어렵고 돌아가는 일들이 자기 맘대로 안된다고 안될 일을 역리로라도 마구 해치워버리려고 드는 꼴을 볼 때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가장 화가 나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돌아가신 야구 팬 분의 평안한 영면을 빈다. 가족분들께도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 주변 사람들의 안타까운 마음들이 그 분들에게 작은 손수건 한 장 만큼만이라도 위로가 되시기를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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