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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흐른다.

by 생각잡스 유진


마음은 고체가 아니다.
붙잡히지도 않고, 그대로 머물지도 않는다.
오늘 좋아한 것을 내일 미워하기도 하고,
어제 미워하던 이를 오늘은 붙잡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토록 불안정한 것을 우리는, ‘마음’이라 부른다.



오래도록 믿어왔다.
잘하면, 나에게도 보답이 있을 것이다.
내가 준 마음은 모양 그대로 돌아올 것이다.
적어도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당연히, 응당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사람의 마음은 흐른다는 걸 배운다.
마음은 본래 같은 자리에 오래 머물 수 없는 성질이었다.
한 번 흘러간 물이 같은 모양, 같은 색으로 흐르지 않듯이,
사람의 마음도 그렇다.

그저, 물과 같다.


어제의 다정이 오늘의 무관심으로,
또 다른 날엔 그리움으로 바뀌기도 한다.
그 변화에 이유를 묻고 의미를 붙이는 일은
결국 나 자신을 더 괴롭게 할 뿐이다.

가까웠던 사이일수록, 이별은 소리 없이 스며든다.

정성을 들인 관계일수록 허무하게 무너지고,
내 마음이 의미를 건넨 사이일수록 더 쉽게 부재가 된다.

처음에는 이런 현실이 억울했다.
‘내가 어떻게 했는데’라는 마음은
이내 분노로 변한다.


인생수업으로

지금은 이제는 안다.
마음은 머물지 않는다.
어제의 마음이 오늘과 같을 수 없고,
오늘의 마음이 내일까지 이어지지도 않는다.

마음은 늘 흐른다.


관계가 깊을수록,

웅덩이처럼 잠시 더 머물 뿐이다.

깊게 가라앉는 듯 보여도,

언젠가는 다시 흘러간다.


그 다름이 때론 아프기도 했지만,
지금은 받아들인다.
흐른다.
그게 마음의 본질이다.

상대가 나빠서가 아니라,
내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저 마음이 흐른 것뿐이었다.

누구나 그렇다.

속도가 다를 뿐이다.


어떤 사람은 마음이 멀어질 때 미리 말하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말한 뒤에도 한동안 머물다가,
어느 날 조용히 사라진다.

가깝던 마음도 흘러갈 수 있고,
멀어졌던 마음도 다시 스며들 수 있다.
상처를 남기기도 하지만,
그 상처마저도 흐르다 보면 아물기도 한다.

마음은 머물지 않는다.
흘러간다.


그 마음이 나에게 머무는 동안
진심을 다하면 된다.

흘러가는 마음을 원망하지 않고,
붙잡히지 않는 마음을 억지로 가두지 않는다.
그저 마주한 순간의 마음에 충실하면 된다.


마음은 흐르고,
나는 그 위에 조용히 노를 젓는다.
방향을 바꾸려 애쓰지 않고,
내 마음의 속도와 방향만을 바라본다.


어쩌면 삶이란,
흐르는 마음을 받아들이는 연습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흐름 위에서,
우리는 조금씩 삶을 배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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