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물티슈를 사려다 문득 멈췄다.
‘순한 성분, 단 한 장으로도 깨끗하게!’
포장지에 적힌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단 한 장으로도 깨끗하게?
하긴, 요즘 사람도 그런 식이다.
누군가의 말 한 마디, 표정 한 번, 그 사람의 SNS 한 줄 보고는
‘아, 이 사람은 이런 사람이구나’ 하고
깔끔하게 닦아버린다.
판단 끝.
살다 보면 그런 일이 참 많다.
식당에서 줄을 서 있는데,
어떤 여자가 말 한마디 없이 휙 들어간다.
‘여기 줄 서 있는 거 안 보이세요?’
입 안까지 올라온 말, 꾹 눌러 삼켰다.
잠시 뒤, 그 사람은 식당에서 이미 자리에 있던 일행과 함께 나왔다.
차에 두고 온 지갑을 가지러 간 사이였던 거다.
그러니까, 내가 본 건
그 사람의 '앞'이 아니라 '중간'이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하게 된다.
나는 과연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다른 사람의 중간을 보고 끝까지 본 척하며 살아왔을까.
내가 본 건, 딱 그 사람의 뒷모습이었는데
그걸로 그 사람의 ‘격’을 판단했다.
그냥 한 장 본 거였는데, 마치 전권 읽은 사람처럼 판단을 내린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
사실 좀 무서운 말이다.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볼 필요가 없어진다.
이미 결론을 냈기 때문에, 그 다음의 다름이나 변화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난 너를 다 알아.'
이 말보다 무례한 말이 있을까 싶다.
생각해보면 나도 누군가에게
‘딱 그 정도의 사람’으로만 기억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술자리에서 말실수 한 번 한 걸로
‘분위기 못 읽는 사람’
감정에 휩쓸려 울었던 걸로
‘감정 조정을 못하는 사람’
누군가의 날선 말 한 마디,
인상 찌푸린 표정 하나로
‘저 사람, 저래서 참...’
속으로 도장을 찍고, 이름 옆에 형용사 하나쯤 붙여놓는다.
무뚝뚝한 사람, 예의 없는 사람.
결국 사람은, 전체로 봐야 하는데
우린 그 전체를 알 시간도, 관심도 없어서
딱 잘라 말하고, 딱 한 장으로 닦아버린다.
한 장으론 설명되지 않는 게 사람이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본 게 전부는 아닐 수 있다.”
그 말 하나만 되뇌어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