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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은 결핍이고, 고독은 충만이다

by 생각잡스 유진


사람은 누구나 혼자 있는 순간을 맞이한다.
많은 사람들 속에서도 마음을 알아주는 이 하나 없다고 느껴질 때, 문득 스쳐가는 공허함이 다가온다. '외로움'이라는 이름을 가지고서 말이다.


외로움은 결핍의 감정이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지만 말할 수 없을 때, 마음을 기대고 싶지만 기댈 곳이 없을 때, 사람은 스스로가 비어 있다고 느낀다. 외로움은 그럴 때 찾아온다. 공기처럼 스며들고,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허전함으로 마음까지 텅 빈 듯 느껴진다.

고독은 성질이 조금 다르다.
고독은 선택의 감정이다.


누군가가 없어서가 아니라, 혼자가 되기로 스스로 결정한 시간이다. 조용한 장소에서 나 자신과 마주하고, 차 한 잔의 여유와 따뜻함을 느끼며 천천히 호흡하는 시간. 그건 외로움이 아니라, 고독이다. 외로움은 타인을 향하지만, 고독은 나 자신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간다.


외로움과 고독을 같은 감정이라고 여긴 적이 있다.

혼자 있는 게 어색했고, 혼밥을 할 바엔 차라리 굶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연락 없는 하루는 실패한 날처럼 느껴졌고,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이 없으면 내 존재까지도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고독을 즐기게 된 건 일본 유학이 계기였다. 더 본질적인 변화는, 나이가 들고 삶이 조용해지면서부터 시작되었다. 혼자 있다는 것의 의미와 그 안에 담긴 힘을 알게 되었다.

혼자 있을 줄 아는 사람은 단단해진다.


타인의 감정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조용히 내면을 들여다본다. 혼자 있는 시간은 반드시 무언가를 성취해야 하는 시간은 아니다. 오히려 나를 다독이고, 이해하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충분히 겪은 사람만이, 누군가와 함께하는 순간도 더 깊이 있게 누릴 수 있다.

이제는 혼자 있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든다.


혼자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나만의 리듬을 되찾는다. 그런 시간은 결코 쓸쓸하지 않다. 외로움이 아니라 고독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선택의 시간이다.

외로움은 채우고 싶은 마음이지만,
고독은 비울 줄 아는 여유다.

살다 보면 문득 찾아오는 외로운 감정을 피할 수는 없다.

피하지 말고, 가만히 맞이해보자.
외로움을 지나야만, 비로소 고독을 받아들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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