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없다.
이 세상에 나는 없다.
나는 내가 없을 때 가장 깊다.
가장 넓다.
소멸은 사라짐이 아니다.
경계가 흩어지고,
형체가 풀리고,
‘너’와 ‘나’가 섞이고,
모든 것이 하나의 숨처럼 퍼지는 일.
사라졌다고 말하는 순간,
나는 더 많은 곳에 머물게 된다.
나는 없다.
그래서 어디에나 있을 수 있다.
존재를 움켜쥐려 할수록
작아지고 좁아지고 단단해진다.
내려놓고, 부서지고, 사라지면
나는 이내 넓어진다.
모든 것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나는 없다.
그것은 비로소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