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연 가지고 있었을까, 아니면 잠시 머물렀던 것일까.
가졌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잠시 내 곁을 스쳐갔던 것임을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떤 것은 손에 쥐는 순간부터 이별이 예정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안도하고 기대하고 의지한다.
무언가를 가진다는 건 경계가 생긴다는 뜻이다. 이 선 안은 내 것이고, 그 바깥은 남의 것이다.
그 선은 생각보다 쉽게 무너진다.
때로는 기준조차 흐릿해진다.
분명 내 것이었는데, 어느 날엔가는 낯선 존재로 다가온다.
소유의 기쁨은 언제나 불안을 동반한다.
사라질까, 뺏길까, 변할까 봐.
그러면서도 사람은 끊임없이 소유하려 한다.
어쩌면 그것은 내가 ‘여기 존재했다’는 흔적을 남기려는 시도일지도 모른다.
그래야 조금은 덜 외로우니까.
소유는 끝내 완전하지 않다.
아무리 꼭 쥐고 있어도 시간은 흐르고, 감정은 엷어진다.
손가락 틈새로 빠져나가는 모래알처럼, 잡으려 할수록 잡히지 않는다.
비로소 안다.
상실은 나를 붙들고 묻는다.
“너는 무엇을 진짜로 가졌었느냐고.
네가 소유한 것들의 진짜 모습은 무엇이었느냐고.”
흘려보낸 것들.
잃고도 남는 것, 상실했기에 알게 된 것.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왔다.
소유의 반대말은 단순한 상실이 아니다.
그것은 놓아주는 일이다.
떠나보낸다는 것은 완전히 잃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 여백을 남기는 일이다.
나는 오늘도 무언가를 가지고, 다른것은 조금씩 놓아보낸다.
상실은 아프고 아쉽지만, 그또한 새로운 의미로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