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내 숨결의 온기가
마치 보온병에 담긴 그 무엇처럼
늘 따뜻했던 10 대의 그날에
함께해 준 벗이여
당시엔 그대를 내가
이만큼이나 아끼고 있는 줄
알지 못했소
아니, 알면서도
낯부끄럽다는 핑계로
외면했는지도 모르지
그대의 진중함과
밝음의 경계가
하도 심해 처음엔
이상하다 여겼던 적이 있었소
하지만 이내 그것이
그대의 솔직함
그 자체인 걸 알고서는
평생의 벗이 되기로 마음먹었더랬지
기억하오?
마치 우리 우정이 끝나버릴 듯
위기의식을 느껴가며 며칠을 지냈던 걸
왜 연인들끼리도 그러잖소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고
한데 우린,
멀어짐이 숙명이었을 뻔했으니
아파할 만했지
천만다행으로
우리의 멀어짐은 무위로 돌아가고
항상 뜨겁기만 하던
10 대의 그 시절 지나
이제 막, 이치와 인지상정을
학습하고 이해할 20 대의 시절까지
좋은 벗인 그대와 함께할 수 있어
참 감사했소
그런 그댄
늘 괜찮은 척
늘 좋은 척했지만
때때로 무척 아팠나 보오
스물둘… 아직 청년이라기엔
너무나 초짜였던 그날
열여덟 해 전 오늘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던 걸 보면…
이제 난 알겠소
그리고 이제는 인정하겠소
나의 참 벗이었던 그댈
참 많이 아꼈던 나를
벗이여 잘 지내오?
이젠 기억 속에서
그댈 지우며 사는 날 꽤 되지만
그래도 나 아직
그댈 완전히 잊진 않았소
그것만으로도
주님 계신 행복한 그곳에서
마음껏 웃어 주시오
지금 내 곁엔
그대보다 더 지근거리에 있는
가족도, 친구도, 형님도, 누님도 계시니
걱정 말고 행복하시오
내 동생
내 친구
내 또 다른 형제여
1984.04.09 ~ 2005.02.23
Rest In Peace
My Friend
Photo by Photo by Claudio Büttle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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