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는 마음 : 리브레리아Q 서점원 노트
정한샘 지음 / 232쪽 / 19,000원 / 오후의소묘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
조예은 지음 / 262쪽 / 18,000원 / 초록비책공방
일상에서 차분히 책을 읽기가 결코 쉽지 않은 시대, 독서 인구가 점점 희귀종이 되어가는 나라에서 작은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조만간 천연기념물 같은 존재가 될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안타깝게 폐강이 되었지만 몇 년 동안 책방 창업을 희망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에 강사로 나가 많은 분들을 만난 적이 있다. 이들 중에서 일부만 실제로 책방을 열었고, 대부분의 수강생들은 지속가능성이 지극히 떨어지는 책방 운영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책방을 열지 못했다. 이렇게 책방 하기 힘든 나라에서 고군분투하며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들의 책 두 권이 나와 반갑고도 애틋한 마음으로 단숨에 읽었다.
『고르는 마음』은 2020년에 문을 연 용인의 큐레이션 전문 책방 리브레리아Q의 정한샘 대표가 쓴 산문집이다. 리브레리아Q가 문을 열고 얼마 되지 않은 시기에 마침 용인에 갈 일이 있어 들렀었다. 오랫동안 책을 사랑한 애서가답게 책 큐레이션이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고 운영자의 색깔이 뚜렷했다. 미처 못 본 책들이 많아 꽤 여러 권을 사 온 기억이 난다. 책방을 나오면서 인적이 드문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 잡은 큐레이션 전문 책방이 오래도록 잘 운영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는데 5년의 시간을 잘 버텨주었다. 작가는 책방을 지탱하는 힘은 책이 아니라 사람에게서 나온다고 말한다. 그에게 힘을 준 책방 고객들에게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책을 읽으며 지난 5년 동안 정한샘 대표가 이 작은 책방을 운영하기 위해 얼마나 애썼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었다.
『버찌책방은 다 계획이 있지』는 대전의 작은 책방 버찌책방의 책방지기 ‘버찌’가 쓴 책방일지다. 2019년 주택가 골목의 상가주택에서 시작한 버찌책방은 코로나 팬데믹을 고스란히 통과하고 2년여의 영업을 마무리하며 시즌1을 종료했다. 그 뒤 자동차 트렁크에 책장을 넣어 만든 이동식 책방을 운영하다가 계룡산 줄기 끝자락에 가족과 함께 지은 별빛집에서 2023년 4월 시즌2 버찌책방을 시작했다.
독자층이 두텁지 않은 지방, 더군다나 도심이 아닌 곳에 있는 작은 책방이 일정한 수익을 내며 계속 운영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조예은 대표는 주어진 상황에 좌절하지 않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실로 다양한 시도를 끊임없이 해왔다. 독자들에게 만족을 주고 지속가능한 책방 운영을 위한 노력이다. 경차 레이에 책을 싣고 독자들을 찾아가는 이동식 책방(달릴레이), 북토크, 굿즈 제작, 커피 블렌딩, 전시, 온라인 필사모임과 독서모임 운영, 심지어 ‘책 한 잔 커피 한 권’이란 이름의 새벽 번개 모임까지 진행한다.
다른 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현저하게 낮은 책을 팔아 책방이라는 사업체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기란 참 힘든 일이다.
책방의 현실과 책방지기들이 품은 희망을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두 권이다. 리브레리아Q와 버찌책방이 오래오래 잘 운영되길 바라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한상수_행복한책방 대표, 『나는 책나무를 심는다』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