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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있지만 학생들이 잘 모르는 ‘사서교사’

by 행복한독서

“사서교사요? 사서교사라는 직업이 따로 있나요?”

최근 출판계에 갓 입문한 한 청년을 만났다가 이런 질문을 받았다. 순간 당황했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이해가 가기도 했다. 2024년 기준(한국도서관협회) 전국 학교 사서교사 배치율 15.4퍼센트. 이 청년이 다닌 학교에 사서교사가 없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학교도서관과 접점이 없을 수 있는 성인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니 그에게 사서교사라는 존재가 낯설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러던 중 문득 궁금해졌다. 이 직업인의 일과 생각을 담은 책은 없을까? 『사서교사의 하루』 『선생님도 선생님이에요?』는 그렇게 만나게 된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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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의 하루』(박미진 외 7인 지음 / 사우)는 중고교 사서교사 여덟 명이 학교도서관을 운영하며 고군분투한 사연이다. 학교도서관을 꾸리고 살피고 그 속에서 학생들에게 독서의 즐거움과 가치를 알려온 여정이 진솔하게 담겼다.

책을 덮고 나니 사서교사의 하루, 한 학기, 한 해의 삶이 눈앞에 그려진다. 학교는 학교 운영 경비의 3퍼센트를 도서 구입비로 편성한다. 학교도서관 서가에 차곡차곡 꽂힌 책들은 이 예산을 바탕으로 도서 선정, 구입 등 사서교사의 수서 업무를 거쳐 학생들과 만난다. 사서교사는 업무용 장갑을 끼고 책이 담긴 박스를 뜯고, 책을 꺼내 검수하고, 장서인을 찍고, 주제별로 분류한다. 여기서 끝은 아니다. 저자와의 만남, 문학기행, 동아리, 독서 토론, 책 쓰기 프로그램 운영부터 도서관 활용 수업, 도서관 리모델링 그리고 책 폐기까지. ‘체험 삶의 현장’ ‘좌충우돌’이란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이들 앞에 다양한 업무가 주어진다.


단순히 ‘이들이 이렇게 고생하며 바쁘게 산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많은 이들이 바쁘게, 성실히 하루를 살아간다. 다만, “그런 직업이 따로 있나요?” “저희 수업할 때 뭐해요?” 등 ‘악의는 없지만’ 듣는 순간 얼어붙게 하는 질문 앞에 종종 서곤 하는 교사가 있음을 많은 이들이 알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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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스스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자신감을 가지려 애써온 저자들의 노력도 담겨있다. 연구회를 꾸려 공부하고, 자료를 나누며 ‘스테디셀러 책처럼 단단하게’ 자리를 잡아간 사연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학교도서관, 사서교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갖가지 일화가 한 편 한 편 흥미진진한 단편영화처럼 펼쳐진다. 열심히 준비했던 저자와의 만남이 저자의 어머니가 편찮으신 관계로 불발될 위기에 처했던 사연 앞에선 글의 제목처럼 ‘‘작가님은 오셔야 오신 거다!”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장래 희망으로 사제가 되길 원했던 태형이가 도서관 활동을 통해 ‘시를 쓰는 사제’를 꿈꾸게 되고, 시집까지 출판하게 됐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의욕이 앞서 학생들이 쓴 글을 너무 많이 고쳐버렸던 경험 등 교사들은 실패의 경험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사서교사의 업무가 궁금한 사람들, 사서교사가 되길 꿈꾸는 이들이라면 더욱더 얻어갈 게 많은 책이다.


다음은 스물여섯 살 새내기 사서교사의 고백이다. 시험 감독을 위해 교실로 들어선 교사를 보며 한 학생이 정말 궁금하다는 눈빛으로 이렇게 묻는다.

“선생님, 도서관 문지기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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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한 장면 같기도 하지만 이는 『선생님도 선생님이에요?』(정원진 지음 / 레레프레스)의 저자가 겪은 실제 상황이다. 중학교 사서교사로 근무하는 정원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선생님’이라 불리면서도 ‘선생님 맞아요?’라는 질문에 맞닥뜨리곤 하는 사서교사로서의 삶과 그 속에서 했던 고민들, 아파했던 순간들을 참 섬세하게 기록했다. 몇 년 전 독립출판으로 선보였던 책이 최근 정식 출간됐다. 무척 반가운 일이다.


“그렇게 할 게 많아요?”라는 글 속에 소개된 저자의 일기를 보니 사서교사로서 그의 일상 역시 고요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학년별 도서 목록을 짜는 것부터 예산에 맞춰 책꽂이 주문하기, 진로·동아리·방과 후 등 연이은 수업. 바쁜 와중에 하필 점심시간에 25개의 책꽂이가 사전 예고 없이 들이닥치기도 한다.

저자 역시 “세상에서 가장 바쁘다고, 힘들다고 말을 하고 싶은 게 절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저 학교도서관에서 우아하게, 편하게, 얼렁뚱땅 시간 때우고 가는 존재가 아님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인 것.


‘선생님도 수업, 시험 감독, 담임 등을 할 수 있나요?’

‘하루 종일 도서관에서 뭐하나요?’

학생들이 던지는 이런 질문은 사서교사를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어서, 잘 몰라서 하는 말임을 저자도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직업인이 스스로 손을 들고 ‘제가 이곳에서, 이런 일을 하고 있어요!’라고 자신을 알리는, 차분하면서도 용기 있는 자기소개 같기도 하다.

“자, 선생님이 뭐라고?” 교사의 질문에 학생들은 “사서교사!”라고 답한다. 그걸로 부족하다는 듯한 교사의 표정에 학생들이 웃으며 덧붙인 답들이 참 신선하다. “희귀종” “레어템” “천연기념물!”


사서교사는 물론이고 잘 드러나지 않지만 곳곳에서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책이다. 학교의 소수자로 살며 이 세상의 소수자에게도 자연스레 눈길이 갔고, 도서관에 ‘우리 사회의 소수자’ 코너도 마련했다는 저자의 말에 그가 꾸린 학교도서관이 무척이나 궁금해진다.


학생 독자들과 만날 때마다 내 책의 판권면을 펼치며 책 한 권이 독자에게 오기까진 작가만이 아니라 편집자, 디자이너, 인쇄소 담당자, 마케터, 서점인, 사서 등 여러 사람이 함께하고 있음을 소개해 왔다. 앞으론 한 사람 더 추가해야겠다. 학생들 가까이 있지만, 학생들이 잘 모르는 것 같은 출판 관계자 ‘사서교사’다.


김청연_작가,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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