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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조의 순간, 나만의 파랑새를 찾아서

by 행복한독서

버드와처

변영근 글·그림 / 112쪽 / 21,000원 / 사계절



『버드와처』는 2014년부터 독립출판으로 만들기 시작한 글 없는 작업물에서 처음으로 기성 출판으로 출판된 첫 그림책입니다. 그간 전달하려는 것들은 분명히 있었지만, 이번만큼 전달하려는 것들이 많았던 책은 처음입니다. 어떤 것들을 말하고 싶었는지 이번 기회를 통해서 전한다면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책은 다섯 파트로 나눠져 있습니다. 편집 과정에서 파트별 소제목을 고민하고 사용하게 될 수도 있었지만 최종 결정에서 모두 빠지게 되었습니다. 아쉬운 마음도 있지만 이미 그림으로 친절히 잘 설명하려고 노력했고, 때론 많은 정보가 불필요할 때도 있다고 항상 생각하기 때문에 친절과 불친절의 균형을 잘 잡으려 편집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맛있고 불친절한 식당은 신경 안 쓰고 다시 찾지만 맛없고 친절한 식당은 다신 안 가게 됩니다. 어떤 소제목이 있었는지 알려드리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고 싶습니다.


1파트 ‘파랑새증후군’ : 이 책에서 주인공과 동일시되는 새를 파랑새로 정하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파랑새증후군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부분도 있습니다. 파랑새증후군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현재에 만족하는 삶을 추구하지 않고 미래의 성공과 행복만을 생각하면서 현실에 충실하지 못한 삶을 사는 증상입니다. 과하게 SNS에 매몰되어서 끝없이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고 화면 속에 갇힌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이 고립된 일상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돌보고 나은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미성숙한 자신을 닮은 파랑새 유조를 만나며 첫 번째 파트가 끝납니다.


2파트 ‘탐조인들’ : 저는 실제로 이 책을 준비할 때 탐조하는 모습을 호기심을 갖고 보고 찾아다니고 따라다녔습니다. 아이부터 노인까지 저마다 다른 쌍안경과 카메라를 사용하는 모습도 재밌었고, 새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몸을 뒤흔드는 모습도 재밌었습니다. 사람들과 가까워지지 못하는 일상을 보내는 주인공이 탐조에 호기심을 갖게 되는 계기로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여주며 다음 파트로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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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파트 ‘계절은 돌고 돌아’ : 가끔 인생에서 ‘이 여름을 몇 번 더 맞을 수 있을까? 이 겨울을 몇 번 더 지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지난 계절들을 돌이켜볼 때가 있는데, 그 계절들을 오래 각인시켜 주는 것들은 사람과의 추억도 있겠지만 어디를 갔는지가 중요할 때도 있습니다. 탐조를 하면 할수록 더 깊숙이 오랜 시간을 자연 속에서 보내야 하는데 그런 시간들을 보내고 나면 이상하리만치 머릿속에 선명히 남곤 합니다. 주인공의 무채색 일상에 다양한 색들이 추가되는 파트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4파트 ‘어디로 날아갈 수 있을까’ : 책에서 처음 탐조를 하게 된 장소는 일본이지만 주인공은 한국 사람으로 설정했습니다. 길 잃은 나그네새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가듯이 주인공도 마음의 안식처 같은 곳을 다시 찾는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늘 외롭던 주인공은 이제 무리 속에 완전히 속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림1-버드와처2.jpg

5파트 ‘파랑은 동색’ : “초록은 동색”이란 속담처럼 주인공과 파랑새는 같은 동색이 되어갑니다. 처음 보았던 파랑새를 다시 보기 위해 헤매지만 쉽사리 만나지 못하고 실망하고 돌아가는 주인공은 파랑새를 다시 만납니다. 유조였던 파랑새는 어느새 성조가 되어있었고 주인공도 마찬가지로 성장한 모습으로 동질감을 느끼고 서로를 바라봅니다.


파랑새는 참 오묘하고 애매한 새의 대표라고 생각됩니다. 새 이름에 색상이 들어가면 보통 그 색과 딱 맞는 새의 묘사가 뒤따르는데 파랑새는 파란색과는 다른 청록색입니다. 여름 철새로 5월부터 8월경에 뒷산이나 공원 등에 가면 흔하게 발견할 수 있는 새지만 반대로 본격적으로 찾지 않으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많은 새입니다. 해외에서 파랑새가 소개되어 국내로 들어온 책 속에 묘사된 새는 실은 파란색이 뚜렷한 큰유리새나 쇠유리새, 유리딱새, 파랑딱새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파랑새증후군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여전히 파랑새는 행복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늘 가까운 곳에 있다는 뜻을 가지고 희망과 행복을 상징하는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숏폼 시대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콘텐츠들이 빠르게 소비되어 가는 시대입니다. 그에 대해서 회의적인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고립된 사람들이 늘어가는 시대 속에서 탐조를 간접적으로 소개하고 더 활동적이고 건강한 취미를 갖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변영근_그림책작가, 『버드와처』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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