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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사카이 고마코

새로운 시선, 해외 그림책작가

by 행복한독서

사카이 고마코는 아이들의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작가로 일본은 물론 해외에서도 높이 평가받는 작가이다. 사카이 고마코는 엄마와 아빠, 형제자매, 장난감으로 이루어진 아이의 세계를 표현하는데, 이 세계는 아이가 다른 사람이나 사건을 만나면서 확장된다. 사카이 고마코는 검정, 노랑, 초록, 분홍 등 일정한 색깔을 주도적으로 사용하면서 작품의 주제를 심화시켜 보여준다. 또 자주 사용하는 일인칭 화법은 아이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제격이다.


집에서 가족과 다양한 사건, 감정을 경험하는 아이

첫 작품 『쉿! 오빠괴물이 왔어』(한솔수북, 2012)에는 오누이가 등장한다. 송이가 인형들과 소꿉놀이를 하면, 오빠는 자꾸 훼방을 놓는다. 엄마가 만들어준 종이 상자 집에서 송이가 소꿉놀이를 하자, 오빠는 로봇 인형을 갖고 와 “우리 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왔다고 한다. 오빠는 송이하고 놀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제 따로 놀던 오누이는 함께 놀고, 엄마가 마련한 간식을 함께 먹는다.


첫 작품 『쉿! 오빠괴물이 왔어』(한솔수북, 2012)에는 오누이가 등장한다. 송이가 인형들과 소꿉놀이를 하면, 오빠는 자꾸 훼방을 놓는다. 엄마가 만들어준 종이 상자 집에서 송이가 소꿉놀이를 하자, 오빠는 로봇 인형을 갖고 와 “우리 별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왔다고 한다. 오빠는 송이하고 놀고 싶었던 모양이다. 이제 따로 놀던 오누이는 함께 놀고, 엄마가 마련한 간식을 함께 먹는다.


『노란 풍선』(웅진주니어, 2007)은 우연히 길에서 노란 풍선을 갖게 된 ‘나’의 이야기다. 노란 풍선을 집까지 데려와서, 엄마가 풍선에 숟가락을 묶었더니 풍선은 떠있기는 해도 날아가지 않는다. 나는 풍선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노는데, 갑자기 바람이 불어 노란 풍선이 나무에 걸린다. 아무리 해도 풍선을 내릴 수 없자 엄마는 내일 사다리를 빌려와 내려주겠다고 약속하는데, 창문으로 내다보니 노란 풍선이 달님 같다. 두 작품 모두 일인칭 화법을 사용하여 아이의 심리를 꾸밈없이 드러낸다.

그림6-우리엄마는요_내지.png ⓒ북뱅크(『우리 엄마는요』)

『우리 엄마는요』(북뱅크, 2020)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보면 좋을 작품이다. 일요일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유치원에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오고, 빨래하는 것도 깜빡 잊는 엄마는 아마도 일하는 엄마 같다. 아이는 엄마가 싫다지만, 엄마하고 결혼하고 싶어 한다. 이 작품은 2006년 프랑스에서 피추상을, 네덜란드에서 은 석필상을 받았다.


『눈 내린 날』(북뱅크, 2021)에서 아이는 유치원 버스가 다니지 못해 유치원에 못 가고, 멀리 있던 아빠는 비행기가 뜨지 못해 집에 못 온다. 저녁에 눈이 그치자 아이는 집 밖에 나가 눈을 밟고 눈사람을 만들고 내일 올 아빠를 기다리며 잠든다. 이 작품은 2009년 네덜란드에서 은 석필상에, 미국 『뉴욕 타임스』 최고의 어린이 그림책 10권에 선정되었다.


집 밖에서 다른 존재를 만나며 성장하는 아이

『여우랑 줄넘기』(아만 기미코 글, 북뱅크, 2018)는 리에와 남동생이 공원에 두고 온 줄넘기를 찾으러 갔다가 여우들과 만난 이야기다. 리에와 남동생은 노랫소리를 따라갔다가 여우들을 만나 함께 줄넘기를 하게 된다. 줄넘기 손잡이에 리에라고 적혀있어 리에는 자기 줄넘기라는 걸 확인하는데, 가장 어린 여우가 “그거 내 거야”라고 말한다. 여우들의 신에게 줄넘기하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더니, 자기 이름이 쓰여있는 줄넘기가 공원 나뭇가지에 있었다면서 말이다. 리에는 자기 줄넘기라는 말을 못하고 그냥 돌아온다. 원제는 ‘여우의 신’(2003)으로 2004년 제9회 일본그림책상을 받았다.


『곰과 작은 새』(유모토 가즈미 글, 웅진주니어, 2009, 개정판 2021)는 단짝 친구인 작은 새가 죽자 슬픔에 빠진 곰의 이야기다. 곰은 작은 새를 나무 상자 안에 넣어 가지고 다닌다. 친구들은 그걸 보고 작은 새는 죽었으니 그만 잊으라고 한다. 어느 날, 곰은 들고양이를 만나는데 들고양이는 나무 상자 안에 있는 작은 새를 보더니 “넌 작은 새랑 정말 친했구나. 작은 새가 죽어 정말 외로웠지?” 하고는 곰과 작은 새를 위해 바이올린을 연주해 준다. 곰은 작은 새와의 추억을 떠올리고, 작은 새를 땅에 묻고, 들고양이와 함께 떠날 수 있게 된다. 곰이 슬픔에 빠져있는 부분은 단색으로, 곰이 떠올린 추억과 들고양이와 새로 시작하는 삶 부분에는 분홍이 가미된다. 원제는 ‘곰과 들고양이’(2008)로 곰과 들고양이의 만남을 강조하고 있다. 2009년 고단샤 출판문화상 그림책상을 받았고, 2024년 9월까지 일본에서의 누적 판매량이 29만 부가 넘었다고 한다.

그림6-살아있다는 것_내지.png ⓒ북뱅크(『살아있다는 것』)

『살아있다는 것』(유모토 가즈미 글, 북뱅크, 2025)은 아이와 어떤 아저씨와의 만남을 다룬 작품이다. 책을 훔쳤다고 오해받고, 자기 윗옷을 어떤 아이가 쓰레기통에 버리자 아이는 집에 가는 길에 다리 위에서 ‘지금 여기서 강으로 뛰어내린다면 어떻게 될까’ 생각한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아이에게 ‘어두운 땅 밑 수로를 통해 오는 호수’ 물에 대해 이야기하고는, 아이에게 집으로 가라고 한다. 아이는 집으로 오고, 그 뒤로 여러 사람을 만난다. 이 작품의 그림도 주로 단색인데, 아이가 그 뒤에 만난 사람들이 컬러로 나온다. 그때 강으로 뛰어들었으면 못 만났을 사람들이. 이 작품은 원제가 ‘다리 위에서’(2022)로 2023년 제28회 일본그림책상을 받았다.


『소르르 잠이 오면』(이시즈 치히로 글, 베틀북, 2018) 같은 아기책에서부터 어른들이 좋아할 만한 『눈 깜짝할 사이』(호무라 히로시 글, 길벗스쿨, 2018)까지 사카이 고마코의 작품 스펙트럼은 넓다. 그림책이란 ‘그림의 책’이라는 사실을 사카이 고마코는 깨닫게 만든다.


엄혜숙_그림책 번역가, 비평가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5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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