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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유 Jun 16. 2019

유명 BJ 감스트는 왜 아버지의 문자를 공개했을까

1인 크리에이터와 콘텐츠 소비자의 유대관계

며칠 전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던 유명 아프리카 BJ이자 1인 크리에이터 감스트의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기사 제목은 상당히 자극적인데, '휴방하려던 감스트가 공개한 아버지 문자… "지금이라도 공장 다녀라"'였다. 나는 감스트의 유튜브 채널에서 축구 관련 콘텐츠를 즐겨보는데, 그가 주로 활동하는 아프리카 TV에서 아버지의 문자를 공개해 눈물을 흘렸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길래 기사까지 났나 싶어 얼른 클릭을 해보았다.


"인터넷 방송인 감스트가 9일 방송 중에 눈물을 보이며 최근 아버지에게 받은 문자 내용을 공개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이날 감스트는 아프리카 방송을 쉬려고 했으나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이에 감스트는 문자 내용을 카메라에 들이밀며 "죄송하다. 이런 문제가 있어 휴방하려고 했다"라고 밝혔다." (출처:http://www.joongboo.com/news/articleView.html?idxno=1358741)


출처: 아프리카TV


감스트가 공개한 아버지의 문자에는 "나머지 30년 사람답게 정상적으로 살려면 지금이라도 공장 다녀라. 그런 쓰레기들하고 같이 놀지 말고 누구도 너를 유명인사로 보지 않는다. 밑바닥 쓰레기로 부모 얼굴에 똥칠 그만하고 정상적으로 살아라", "부모 죽이지 마라", "누가 너 같은 사람하고 결혼하겠다고 나서겠느냐 "라는 내용이 있었고 감스트는 이를 설명하며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나는 이 기사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아버지의 문자의 내용 자체가 충격이라기보다는, 이걸 공개한 감스트의 행동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러한 지극히 개인적인 가족 문제를 공개하고 방송을 계속 진행해야만 했는가? 문자 전문을 카메라에 비추며 자신의 상황을 해명(?) 해야만 했는가?


그의 행동이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웠으나, 역설적이게도 다른 관점에서는 정말 이해가 가기도 했다.


감스트는 월 매출이 억 단위라고 알려진 성공한 아프리카 TV BJ이자 1인 크리에이터이다. 이런 유명 크리에이터들은 대부분 하나의 채널에서만 활동하는 게 아니라 유튜브,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아프리카 TV, 트위치 등 경계 없이 활동을 한다. 그런데 콘텐츠를 생산하지 못하는 것, 시청자(콘텐츠 소비자)와 소통하지 못하는 것 자체가 그들에겐 크리에이터로서의 생명이 끝나는 것, 곧 죽음이다. 방송을 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그것이 일방적인 통보로 취소가 된다면 기다리는 팬 입장에선 실망감을 넘어 일종의 배신감까지도 느낄 수 있다. 이것은 공중파 드라마의 방영 스케줄이 변경되어 시청자들의 분노를 사는 케이스와는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1인 크리에이터와 시청자(콘텐츠 소비자, 팬, 구독자)가 관계를 맺는 방식이 매우 구체적이고 친근한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감스트를 예로 들면, 시청자가 대부분 10대~20대 남자이기 때문에 반말을 하며 형-동생의 관계를 맺고 있고, 170만 팔로워를 가진 율이 인스타그램을 보면 팔로워들을 이모, 삼촌이라고 하며 마치 가족과 같은 느낌을 준다. 종종 자신의 팔로워들을 지칭하는 특정 고유명사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임블리(지금은 논란의 중심이 되었지만)의 팬들은 블리 님이라고 불린다. 우리끼리만 쓰는 호칭, 애칭은 그 집단의 내부 결속력을 다지는 아주 중요한 지표가 되는데,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는 이런 특별한 호칭을 사용하며 실제 동네언니, 형, 이모, 삼촌 등 친근한 관계를 꾸준히 맺는다. 이는 단순한 팔로우 이상으로 크리에이터와 활발한 대화, 소통을 함으로써 마치 현실세계에서의 관계와 비슷한 유대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하물며 친구끼리 약속을 펑크 낸다면 이유를 설명해줘야 할 텐데, 감스트도 마찬가지로 자신이 어떠한 문제로 방송을 쉬려고 했는지에 설명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방송을 계속 보다 보면 이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지, 꾸며내고 있는지 시청자는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는데, 그렇다면 팬들의 신뢰를 잃지 않고 흥미를 계속 끌려면 숨김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 1인 크리에이터의 숙명인 것일까?


이러한 문제? 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아무래도 대부분의 크리에이터는 그들의 삶 자체가 콘텐츠가 되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심지어 사생활마저도 콘텐츠의 일부가 되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사생활 영역일지 판단을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삶도 항상 이벤트가 있는 게 아닐 텐데 말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크리에이터들의 고민이 담긴 영상을 얼마 전 영국남자와 국가비(둘은 현재 결혼한 사이다)의 채널에서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아직 아이가 없는 이유'라는 영상에서 결혼한 지 4년이 넘었는데 왜 아직 아이가 없는지 많은 구독자들이 궁금해한다며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 와인을 마시면서 둘이서 나누는 진솔한 대화를 촬영한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VRFcWM9vy4I

여기서 영국 남자가 말한다. "카메라 앞에서 이 얘기를 하는 게 이상한데, 구독자님들은 궁금해하잖아요 우리가 애를 언제 낳을지. 조가비 베이비를 유튜브로 보면 재미있겠죠? 근데 정말 복잡해요 그리고 우리가 애를 낳으면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하던가, 유튜브를 계속 변동 없이 하던가, 혹은 우릴 유튜브에서 자주 못 볼 수도 있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제가 운영하는 회사에 안 좋은 효과를 줄 수 있죠. 우리의 직원들, 올리까지도 말이죠.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알아내려 해요. 아이를 가지는 게 정말로 의미 있지만, 하지만 우리의 일도 정말 의미 있어요. 그래서 그 둘 중에 하나를 포기해야 하나? 우리가 어떻게 밸런스를 맞출지 고민 중이에요."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굉장히 복잡하고 어려운 그들만의 깊은 고민을 아주 디테일하게 설명하며 구독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나는 국가비와 영국남자가 이 영상을 찍은 것이 감스트 아버지관련 기사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국가비, 영국남자도 마찬가지로 삶 자체가 콘텐츠가 되면서 팬들과의 소통, 관계를 맺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길이 없으니 어쩌면 그들에게는 별다른 선택권이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형 동생, 언니 오빠, 이모 삼촌과 같이 이미 너무나도 가까운 형태로 맺어진 크리에이터와 팬들의 유대관계. 이러한 관계가 지속되려면, 이런 호칭에서 알 수 있듯 동네 언니 삼촌 이모끼리 나눌 수 있는 사적인 영역까지도 노출하는 수밖에 없는 건 아닐까. 달리 말해, 그렇게 할 수밖에(가족만큼의 친밀감을 유지해주는 수밖에) 없다 라는 결론을 내게 되었다. 팬들도 크리에이터에게 우리 언니, 동생, 형과 같은 친근한 유대감을 느끼고, 그들의 인생이 궁금하기 때문에 소통이 되어야만 그들의 콘텐츠를 계속 소비하게 되니 말이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듯 친한 친구끼리도 정기적으로 만나 관계에 공을 들여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그것이 현대사회 와서 일대일 관계에서 일대 수천수만 명의 소통방식으로 형태만 바뀐 것일 뿐, 관계 유지를 위해서라면 꾸준한 노력, 관심과 진정성이 필요하다(친한 친구가 비제이를 하는데 좀만 소홀히 하면 팔로워들 떠나가는 소리 들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1인 크리에이터로 직업 삼아 오랫동안 활동하고 싶다면, 적어도 감스트나 국가비, 영국남자처럼 내 인생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을 만큼 구독자와의 친밀한 관계에 진심으로 공을 들여야 인기를 지속할 수 있는 건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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