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1. 1박 2일 2화
예쁜 숙소
들판 저 넘어 끝자락이 바다였다. 불을 켠 고깃배가 지나가지 않았으면 몰랐을 것이다.
아침 6시 30분. 숙소 주변을 산책했다.
맨 위에 있는 초가집
대가족이 묵고 있는지 시끌벅적했다.
수영장에 산책로까지 숙소 규모가 굉장히 컸다.
잘생긴 수탉
저 수탉은 지치지도 않고 밤새 울었다.
목을 길게 늘이고 힘껏 울면 조금 있다가 더 높은 소리로 암탉이 따라 울었다. 아무래도 옆옆 칸에 있는 암탉을 유혹하려고 그랬던 것 같다. 바람둥이 수탉 같으니! 아무튼 저 수탉이 내 잠을 쫓은 일등공신이다.
아침은 내가 끓여 온 미역국과 찰밥을 먹었다. 잘 낳아보겠다는 자식이 어떻다는 옛말이 있다. 내가 언제 정주에게 생일 미역국을 먹이겠는가. 맛있게 먹이고 싶어서 마늘을 많이 넣고 쇠고기를 세 시간이나 고아 국물을 만들고 참기름을 듬뿍 넣고 미역을 달달 볶다 끓였건만 짜기만 하고 그저 그랬다. 생각이 깊은 정주는 내 정성을 생각해서 맛있다고 했다.
병술만 갯벌 체험장
여기는 나를 위해서 왔다.
내가 잡은 싱싱한 바지락
갯벌 체험장 뒤편
우리는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여유를 만끽했다.
안면도 휴양림 부근 갤러리
정주가 기획한 곳이다.
고흐 그림 앞에 나란히 섰다.
고흐도 남동생 테오와 사이가 좋은 것으로 유명하다.
나와 정주 역시 사이가 참 좋다.
여행 코드도 잘 맞고 그림 좋아하는 취향도 비슷하다.
우리 친가 유전자는 노래를 잘 부르고 악기를 잘 다룬다.
외가는 송시열 외손자 유회당 권이진의 후예라 글솜씨가 뛰어나다.
정주와 나는 외가 유전자를 많이 타고 났다.
정주는 어려서부터 시를 잘 썼고 지금까지 시 쓰기 공부를 하고 있다.
나는 정주에게 등단하기를 간곡하게 권했다.
소설가 언니
시인 동생
얼마나 멋진가!
포토존
액자에 얼굴을 대고 찍으면 작품이 된다.
황금빛 들판
안면도에는 생각보다 넓은 들판이 많아서 놀랐다. 내 논이 아니어도 저절로 배가 부르다.
신두리 사구센터
안면도에서 1시간 넘게 달려 생태의 보고 신두리 해변으로 왔다. 영상을 통해 사구의 중요성과 서식하는 조류와 동식물과 해안 사구 형성과정을 알게 되었다.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늦은 점심을 먹으러 검색해 둔 식당을 들어섰다. 3시 반이 넘었는데 빈자리가 별로 없다. 연포탕을 주문했더니 재료가 들어오지 않아 만들 수 없단다. 미련 없이 일어나 다른 식당으로 왔다.
카페처럼 전망 좋은 식당
우리는 나란히 바다를 바라보고 앉았다.
정주는 추가로 해삼까지 시켰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연포탕
중학교 2학년 겨울. 친척집에서 기식하던 어느 날이었다. 할머니, 아저씨, 할머니 조카 이렇게 셋이 숙제하는 내 등 뒤 아랫목에서 무언가를 먹기 시작했다. 아저씨가 말했다.
"어머니, 쟤한테도 해삼 먹으라고 해야죠."
할머니가 대답했다.
"쟤는 이런 거 못 먹는다."
못 먹던 먹던 먹어보라는 말은 해야지. 나는 꽁하고 토라졌다.
오도독! 오도독!
씹을 때마다 바다 향기가 풍겨왔다.
감수성 예민한 나는 등뒤에서 들리는 소리와 향기만으로도 해삼의 맛을 완벽하게 상상하고 토요일만 기다렸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토요일이 되었다. 시골집에 가서 어머니한테 친척 할머니를 낱낱이 일러바쳤다. 이튿날 어머니는 새벽에 일어나 해삼을 사러 갔다. 시내까지 왕복 다섯 시간이나 걸렸으므로 얼른 사 와야 나한테 먹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해삼!
상상하던 바로 그 맛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해삼을 병적으로 좋아했다.
그런 해삼과 연포탕에서 건진 낙지를 정주 덕에 원 없이 먹었다.
저 멀리 보이는 신두리 해변 안녕!
일흔넷 나
예순아홉 정주
우리는 태안 터미널에서 헤어지면서 약속했다.
우리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느냐고 아프지 않고 걸을 수 있을 때 자주 만나자고
1박 2일
정주와의 꽉 찬 여행은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거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