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트비아 생활의 새로운 동반자 양파
근 한 달간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논문 pre-defense가 있어서 바쁘기도 했고, 라트비아에 돌아온 후 적응하느라 바빠서 브런치에 글을 쓸 새가 없었다. 실은 논문은 사실이고 적응은 핑계다. 이전에 이야기한 것처럼 바뀐 환경에 적응하는데 딱 한 달이 걸리긴 했지만 시간은 많았다.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은 것은 개인적인 브태기가 이유였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하고 가끔 포털 이곳저곳에 노출되 치솟는 조회수에 취해 한 달, 내 글의 수준에 대한 성찰을 하며 한 달, 이렇게 두 달을 열성적으로 글을 쓰며 보내고 나니 자연스럽게 브태기가 찾아왔었다. 내 브태기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한 달간의 휴식 끝에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써 나가기로 마음먹었다.
라트비아에 새로 구한 아파트는 리가 올드타운 한가운데 위치해있다. 실은 이 전체 빌딩이 한 회사의 소유이고 아파트를 관광객들에게 렌트하는 게 주 사업인데, 코로나 덕분에 내가 저렴한 가격으로 방을 육 개월간 렌트해 살게 되었다. 물론 중간에 자잘한 일들이 있었지만 이건 다음에 쓸 라트비아에서 아파트를 렌트하는 법에 따로 써보도록 하겠다.
오스트리아로 교환학생을 떠나기 전 나는 이전에 살던 아파트에서 아보카도 씨앗을 싹 틔워 키웠었다. 이번에는 별생각 없이 있다가 지난번에 산 양파 봉지 속 한 양파가 빛도 들지 않고 물도 없는 곳에서 싹을 제법 길게 틔웠길래 물에 담가주었다. 이렇게 얼떨결에 나는 새로운 초록이를 키우게 되었다. 반려 식물이라고 하기는 조금 애매하다. 왜냐면 언제 저 싹을 잘라 요리에 사용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은 양파 싹을 식용으로 쓸 수 있다는 건 몰랐는데 내 친구 한 명이 요리에 넣었는데 파와 똑같은 맛이 나길래 나중에 한번 도전해봐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양파를 물에 담근 지 하루 만에 정이 들어서 과연 내가 이 아이를 요리에 활용할지는 미지수이다...
어제 물에 담그고 고작 몇 시간이 지난 후의 사진이다. 싱크대 근처 선반에 넣어 뒀는데, 문틈으로 빛이 들어왔던 건지 한쪽으로 쭉 자란 모습이었다. 새싹이 제법 연둣빛을 띄고 있지만, 사실 내가 처음 꺼냈을 때는 거의 노란색에 가까웠다. 그래도 밖에 있는 동안 해를 좀 봐서인지 연두색이 제법 올라온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고작 하루가 지났는데, 내 양파는 눈에 띄게 자라 있었다.
옆으로 뻗어있던 줄기는 급격히 방향을 바꿔 위로 자라기 시작했고, 색깔도 어제와는 확연히 다르게 초록색 빛을 띠기 시작했다. 생명이란 게 정말 놀라운 게, 고작 하루 만에 양파는 새 뿌리를 제법 길게 돋았다. 참 신기한 게, 날마다 요리할 때 사용하던 양파인데 물에 담가두었다는 것 만으로 다르게 느껴진다. 집에 초록색 식물 하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집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기도 한다.
라트비아에 돌아와 보니 오스트리아와는 달리 확연히 부족한 일조량, 낮은 기온이 나를 다소 힘들게 했지만 또 새롭게 키우기 시작한 양파를 보며 하루하루 에너지를 얻지 않을까 싶다. 양파에게서 얻은 기운으로 브런치도 블로그도 다시 성실히 써 나가 봐야겠다.
그런 의미로 꼭 다음 편에는 라트비아에서 집 구하기 글을 완성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