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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리는 새벽 Aug 25. 2021

부부싸움을 크게 했다


아이를 낳고 자꾸만 바닥을 드러낸다. 다른 것들은 이렇게 저렇게 혼자서도 곧잘 해내며 살아온 것 같은데 아이는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아이 일로 부부싸움을 크게 했다. 사네 마네 이런 이야기까지 했다. 몸과 마음의 ‘진’이 다 빠져나갔다. 아이도 밉고, 남편은 더더 미워서 둘 다 내 눈앞에서 사라졌으면 하고 바랐다. 그게 안 된다면 아무도 없는 곳으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내가 떠나버려야지 하고 기차표도 알아봤다. 니들 나 없이 함 살아봐라. 뭐 이런 마음이었던 것이다.


지난 화요일에는 기사 쓰려고 노트북 뚜껑을 열어놓고서는 세 시간이 흐르는 동안 단 한 줄도 쓰지 못했다. 단어들이 여기저기 흩뿌려진 채 둥둥 떠다녔다. 단어들을 붙잡아다 꿸 힘이 아예 없었다.


마감 시간이 다 돼 가면서 초조하고 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올라 미칠 것 같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누가 내 기도를 찰흙 같은 거로 꽉 틀어막은 것처럼 숨을 쉴 수 없게 됐고, 숨을 어떻게 쉬는 건지도 모르는 상태가 됐다. 마룻바닥에 누워 천정을 바라보며 ‘이런 게 공황인가’ 하고 생각했다. 전조증상이 있긴 했다. 요새 쿵 하는 소리에도 심장이 철렁하고 귀에서 웅~ 하는 소리가 들리고 자주 어지러웠던 것이다.


원래 일 약속 어기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데, 어쩔 수 없이 데스크에 도저히 마감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한 주만 쉬게 해달라고 했다. 그동안의 근면·성실 덕에 휴가를 얻었다.


맘스홀릭에 살려달라는 심정으로 글 하나를 썼다. 스마트폰으로 두서없이 생각나는 대로 막 써 재낀 글인데 수십 개 댓글이 달렸다. 여전히 달리고 있다.

엄마들 몇은 내가 너무 지쳐 있는 것 같다고 했고, 몇은 자기 아이도 그렇다며 내 한숨에 자기 한숨을 얹었다.


모르는 엄마들에게서 공감과 위로를 받고 마음이 많이 풀어졌다. 한 엄마는 글 칭찬을 하며 글을 써보라고 했는데, 그 부분에서 피식하고 파스텔 색 같은 웃음이 나왔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신기하다. 어떻게 나를 모르는 이들이 그렇게 깊이 내 마음을 위로할 수 있지? 단순히 아기를 키우는 엄마라서?

그러고 보니 연년생이면서 아래는 쌍둥이인, 세 남매를 하루 종일 혼자 보는 한 엄마의 얘기가 특히 위로가 된 것 같다. 기질이 강한 첫 째 아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 이후 마이크드랍 했던 그 간지.


덕분에 며칠 만에 글이 쓰고 싶어졌다.

가까운(줄 알았던) 사람보다 모르는 사람에게서 받은 공감이 큰 힘이 될 때에 대한 그런 글.


행복을 자랑하는 글 말고, “나도 그렇답니다” 하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리얼한 삶의 이야기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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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내 명치에는 동그랗고 딱딱한 공 하나가 있다. 제멋대로 명존쎄 하는 이 공은 언제쯤 사라지는 것일까. 울어야 빠지는 것인가, 2년도 넘게 끊은 술을 이빠이 아니 한 바가지 마시고 토하면서 빼야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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