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달이가 카페로 돌아갔다
반달이가 카페로 돌아갔다. 그래서 오늘은 다섯 시까지 깨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푹 잤다.
반달이랑 같이 사는 2주 동안 나는,
새벽마다 얼굴을.. 그것도 정확히 눈코입을 조준해 제 얼굴로 쓰담하는 반달이 덕에 한두 번은 잠에서 깨야 했다.
삼십여분 정도 내 몸 어딘가에 올라타 꾹꾹이를 하고 얼굴을 핥거나 부빈 반달이는 꼭 내가 베고 있는 베개를 같이 베고 자다가 두어 시간 후 스르륵 하고 일어나 거실이나 작은방에 가서 잤다.
나는 선잠을 자면서 가려운 얼굴을 긁고 답답한 호흡을 위해 밴토린을 한 번씩 뿌려야 했지만 그러한 의식(?)이 싫지 않았다.
알레르기가 많이 나아지긴 했나 보다.
2021년 뚜리마켓 즈음 시작한 설하요법이 1년 넘으면서 나는 이제 콧물을 줄줄줄 흘려 세수수건 없으면 안 되는 지경은 아니게 됐다. 눈이 가려울 땐 인공눈물 한 두 번 뿌려주면 금방 괜찮아진다.
그저 이빨이 아파 치료해줬을 뿐인데(전발치 했음) 이 작은 털부숭이는 밤마다 자는 내게 찾아와 고맙다고, 이제는 아프지 않다고,
이빨 아플 땐 만지지도 못하게 하던 제 얼굴로 내 얼굴을 부비며 자는 나에게 자기가 얼마나 괜찮아졌는지를 확인시켜 주고 갔다.
나는 자는 척했지만, 반달이가 얼굴을 부비는 강도를 느끼며 나아가는 정도를 확인했다.
진짜 아프지 않구나 반달.
반달이가 없는 밤은 있던 날들에 비해 깜깜하다.
반달아~하고 부르면 종종종 뛰어오던 회색 내 고양이.
남편은 나랑 반달이를 보면서, 나랑 초파를 보면서, 아니 나랑 봉실이 방탄이를 보면서
“확실히 애들이 당신을 엄마로 안다"고 했는데
매일 만나지 못해 그렇지 나에게도 얘네들은 자식 같은 존재다. 딸아이와 다르지 않다. 배고플까 추울까 아플까 그리고 나를 찾진 않을까.. 그런 생각을 아이의 것만큼 하면서 매일을 산다.
이건 내가 고양이를 유난히 사랑한다거나 좋은사람 어쩌구 하는 그런 뻘소리가 아니라 그냥 운명의데스트니 같은 거다. 너는 나 나는 너.
어제는 퇴근하고 집 현관을 열면서 반달이 없는 거 뻔히 아는데도 괜히 “반달아~” 하고 불렀다.
달타냥글이(반달이 새끼 7마리) 낳고 산후조리 차 집에서 지낸 두 달, 발치한 이번 2주 동안 반달이와 나 우리는 밀도 있게 사랑했다.
(마치 반달이만 내게서 돌봄 받는 구조로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나는 고양이가 집에 있으면 그날의 힘든 일이나 불안한 마음 같은 걸 그들에게 위로받는다. 내게 강 같은 평화.)
반달이가 더는 아프지 않아서 너무 고맙고, 그래서 2주 동안 아침저녁 약 잘 먹어준 반달에게 나는, 약 줄 때마다 “돈 쓰고 하나도 안 아깝게 해 줘서 너무 고마워” 하고 얘기해 줬다.
그제는 이런 기도를 했다.
알레르기가 기적 같이 없어져서 이거뚜리랑 같이 먹고 자게 해 주세요.
코로나19로 잘못되신 분들께는 정말 죄송한 이야기지만, 알레르기 천식 환자 몇이 코로나19 걸렸다 나으면서 알레르기 천식이 사라졌다기에 그런 기대를 하며 코로나19에 걸렸으면.. 하기도 했고 이건 좀 다른 이유지만 코로나19 백신은 단 한차례도 맞지 않았다. (코로나 두 번 걸림_천식 알레르기 안 나음)
반달이가 다녀간 후엔 반달이 앓이
봉실이가 다녀간 뒤엔 봉실이 앓이
방탄이 집에 안 온 몇 주 간 방탄이 꿈꾸고
집에 데려와 집중케어 못 한 다른 애들은 미안함으로 마음에 돌 같은 존재로 내려앉아 있고..
이래도 저래도 나는 맨날 미안해야 하는 사람이네.
누가 그러더라 엄마는 매일 미안한 사람이라고.
.
.
.
.
#반달이 #회색고양이 #박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