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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리는 새벽 Dec 22. 2020

부지런한 사랑

8개월 애기 엄마, 근로자가 됐다


아침 일찍 여는 서점 덕부 출근길이 한층 즐거워졌다. 다 번째 출근날인 오늘,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온다. 문구점인 줄로만 알았던 곳에서 책을 ᆫ다. 최근 다녀온 교보문고에서 봤던 신간들을 비롯해 꽤 많은 책이 있다. 계산하며 잠시 이야기 나눠 본 사장님은 짐작대로 ᅵ런하고 친절하시다. 회사 근처 최애 장소가 되기에 완벽하다.
온라인에서 책을 사면 10%가량 저렴하지만, 책의 표지를 만지고 책장을 넘겨 몇 줄 읽고 나서 사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오프라인에서 구입한 책들에 애정을 갖는 편이다. 완독하지 않고 방치하는 책들 대분은 온라인에서 즉흥적으로 카트에 담았던 것들이다. 요즘 나는 아침 6 아기 그리고 남편과 함께 일어난다. 아기가 엄마와 분리돼ᅵᆻ는 시간을 덜 느끼게 해주고 싶어 일부러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 아이의 아침잠을 깨운다. 아기가 남ᄑ 품에 안겨 새까만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우리를 번갈아 보거나, 분유를 쪽쪽 빠는 동안 나는 씻고, 화장한다. 아기는 황하는 내 모습이 신기한지 옆에 앉아 나를 한참 바라보다가 파우치 안에 든 것들을 다 빼내고 내 손에 쥐어진 것들을 달라고 손을 내밀기도 한다. 아이와 소꿉놀이하듯 시간 보ᄂ는 동안 남편은 고양이의 똥을 치우고 나의 아침을 차린다. 지하철을 고 목적지까지 가는 ᅩᆼ안에는 얼마나 많은사람이 부지런하고 치열하게 사는지를 온몸으로 느낀다. 나도 그 대열에 낄 수 있다는 사실이 좋다. 출근하는 35~40분, 영어문장을 30개씩 외운다. 나중에 아이에게 ‘엄마는 잘 모른다는 말을 하고 싶지 않다.
지하철에 몸을 싣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에게 톡이 온다. 아기가 잠이 들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아가, 일어나 이유식 먹고 놀다 낮잠 한 번 더 자고 분유 먹고 있으면 엄마는 네 곁에 있을 거야! 사무실에 제일 먼저 도착해서는 20대 땐 왜 해야 하는지 몰랐던 귀찮은 일들, 그러니까 수저가 담긴 컵이라든지 공동으로 사용하는 테이블 같은 것들을 닦고 귀여운 나무들에 물을 준다.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내게는 각성효과가 제대로인 그것을 타 마신다. 오늘 하루, 써야 할 원고가 많다. 행정팀장에게서 k신문 기자의 전화번호를 건네받았다. 5단짜리 광고에 들어갈 문구 때문인데, 전화번호를 누르면서 “아, 이 기자는 광고를 땄구나, 얼마의 인센티브를 받게 될까를 생각한다. 여전한 직업병이다. 언론지원 담당이라는 말로 랜선 통성명을 마친 뒤에는 사무적인 말들을 나눈다. 감정이란 건 1도 없다.
나는 또 생각한다. 업체의 사람들에게서 매일같이 들었던 그 말들을 내가 하는 지금의 상황과 내가 16년간 했던 일을 하는 수화기 너머의 그들을. 새로운 판에서, 부지런하게 살겠다. 잘.


2020년 12월 22일

열리는 새벽


커버사진은 최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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