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대는 약 6천5백만 년 전에서 현재에 이르는 시기를 뜻하며, 인류가 등장한 시기이기도 합니다. 최초의 인류로 추정되는 인골은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오로린 투게넨시스(약 600만 년 전으로 추정)입니다. 넓적 다리뼈의 형태로 보아 직립 보행을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약 390만~320만 년 전 사이의 것으로 추정) 인골 역시 뼈의 형태로 보아 직립 보행을 했음이 확실합니다.
그럼 이들은 왜 직립 보행을 하였을까요? 이는 기후 변화와 연결하여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로린과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살았던 신생대 제3기(플라이오세)는 지구의 기온이 점차 떨어지던 시기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프리카의 기후가 건조해지면서 숲은 감소했고 사바나 지역은 확대되었습니다.
사바나는 긴 건기(비가 오지 않는 시기)로 인해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하고 긴 풀들로 덮여있는 열대 초원지역을 의미합니다. 당연히도 이 지역에서는 먹을거리가 부족했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먹을거리를 찾아 끊임없이 이동해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에너지 효율 상 장거리 이동에는 두 발로 걷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에, 유인원 중 일부가 나무에서 내려와 직립 보행을 시작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약 190만 년 전에 호모 에렉투스가 등장합니다. '에렉투스'는 '바로 선'이라는 의미입니다. 학명만 보면 최초의 직립 보행을 한 것처럼 보이지만 당연히도 아닙니다. 단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1974년 발견된 반면 호모 에렉투스가 1891년 발견되었기 때문에 먼저 '에렉투스'의 이름을 가져간 것뿐입니다.
호모 에렉투스가 가지고 있는 기록은 '최초로 아프리카를 떠난 인류'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아프리카를 떠나 유라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으로 이동합니다. 인도네시아의 자바인, 베이징의 베이징원인 등이 모두 호모 에렉투스의 인골에 해당합니다.
호모 에렉투스의 이동 역시 기후가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들이 등장해 이동을 시작한 190만~160만 년 전은 지속적으로 기후가 악화되는 시기였습니다. 기후가 건조해지면서 먹을거리가 부족해졌기 때문에 이들은 생존을 위해 이동을 해야 했습니다. 또 기온 하강으로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도보로 홍해를 통과해 아프리카를 빠져나오는 것도 가능했습니다. 이러한 영향으로 호모 에렉투스는 아프리카를 떠나 전 세계로 퍼져 나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호모 에렉투스 이후에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사피엔스 사이에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기존에 호모 에렉투스로 분류되었던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가 독립적인 개체로 재분류되었기 때문입니다.
70 만년 전 하이델베르겐시스가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갑니다. 유럽 쪽으로 이동한 하이델베르겐시스로부터 네안데르탈인이 나오고, 아시아와 유럽 쪽으로 이동한 이들로부터 데니소바인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동하지 않고 아프리카에 남아있던 하이델베르겐시스로부터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합니다.
즉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 그리고 호모 사피엔스가 모두 같은 조상으로부터 나뉘었던 것입니다. 그렇기에 비교적 뒤늦게 이동을 시작한 호모 사피엔스는 이동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과 교배를 하기도 합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현재 우리 인류 유전자의 약 1% 내외가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밝혀졌습니다.
호모 사피엔스가 이동을 시작한 시기가 언제인지, 몇 차례나 이루어졌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다만 13만 년 전 마지막 간빙기에 아프리카가 습윤해지면서 사하라 사막의 일부가 초지로 변하였고, 사피엔스는 새롭게 생겨난 길을 따라 이동을 하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후에도 지구 자전축의 세차 운동으로 약 2만 년에서 2만 5000년 주기로 아프리카는 습윤해집니다. 자전축의 세차 운동이란 지구 자전축이 일정한 주기로 원을 그리며 돌아가는 운동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태양으로부터 가장 열을 많이 받는 열대수렴대의 위치가 변화합니다.
열대 수렴대가 북쪽에 위치하면 사하라 사막의 강수량이 증가합니다. 그때마다 사막의 크기는 축소되면서 새로운 길이 열리고, 아프리카 남동부에 살고 있는 새로운 호모 사피엔스가 그 길을 따라 아프리카를 빠져나가게 됩니다.
호모사피엔스는 먼저 이동해 정착하였던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과 때로는 경쟁하며, 때로는 협력하며 이동을 계속합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시련이 닥칩니다. 약 7만 4000년 전 인도네시아 토바 화산의 폭발로 지구의 기온이 급격히 낮아진 것입니다. 이때 호모 사피엔스의 수가 크게 감소합니다. 당연히도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도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후 화산 폭발의 영향이 비교적 적았던 아프리카 남동의 새로운 사피엔스 집단이 다시 이동을 시작하였고, 이 과정에서 네안데르탈인과 데니소바인은 모두 멸종됩니다. 결국 호모 사피엔스 집단만이 현생 인류로 남게 됩니다.
지구 전역으로 퍼져 나간 호모 사피엔스는 약 1만 2,000여 년 전부터 농경을 시작합니다. 이른바 신석기 시대가 시작된 것이지요. 이는 한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습니다. 물론 여기에도 기후가 영향을 줍니다. 다음에는 신석기시대와 기후로 이야기를 이어나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