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기로를 지난 후의 뒤늦은 후회
저녁 8시 헬스장으로 향했다. 문이 닫혀있었다. 공휴일이기 때문이었다. 하루 종일 운동할 시간이 많았지만 미루고 미루다가 온 헬스장인데, 막상 문이 닫혀있으니 허망했다. 기쁘기보다는 운동을 못하는 아쉬움이 커졌다. 이럴 거면 좀 더 일찍 올걸. 저녁 먹기 전 일찍 운동하러 나설걸. 겨우 몸을 이끌고 헬스장에 갔건만, 꾹 잠긴 헬스장을 보니 도리어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샘솟았다.
이런 청개구리 심보는 한두 번이 올라오는 게 아니다.
혼자 밥을 먹을 땐 그렇게나 먹고 싶은 게 많다. 야채곱창, 소곱창, 로제 떡볶이, 황금올리브, 네네치킨 스노윙 치즈와 핫블링 반반. 먹고 싶은 게 어찌나 많은지 자취 후 배달의 민족 vvip를 달성했다. 그런데 항상 친구와 약속이 잡힌 날만 되면 그렇게 샐러드가 먹고 싶다. 괜히 식단 관리를 하고 싶고, 샐러드와 고구마와 닭가슴살을 먹지 못하는 죄책감이 올라온다. 평소에는 식단을 철저히 하지 않으면서, 친구와 약속만 잡히면 어찌나 철저히 식단 관리를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 그럼 친구와 향하는 곳은 샐러드 집. 카페는 케이크가 파는 곳이 아닌 그릭 요구르트 전문점으로. 술을 먹게 되면 무조건 안주로 파인애플이나 멜론 등 과일을 꼭 시킨다. 혼자 술 먹을 땐 소곱창에 먹으면서.
최근 내가 한 선택으로 보름간 후회를 했다. 오랜만에 아나운서 채용공고 두 개가 올라왔다. 두 개 다 서류에 합격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면접날이 겹쳐버렸다. 교통방송과 시청 아나운서 면접 중 어디를 갈까 고민하던 와중, 방송국을 가진 교통방송 면접을 보러 가기로 결정했다. 며칠이 지난 후 과연 내 선택이 옳았을까 몇 번을 곱씹었다.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가 내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는 거였겠지. 그러던 와중 친구 두 명이 내가 지원했던 시청 아나운서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내가 내 선택으로 면접조차 보러 가지 않은 곳이지만, 면접을 보러 가지 않았던 내가 원망스러웠다. 친구에게 축하 연락을 보내면서도 배가 아팠다. 메리트가 적은 곳의 면접을 내 손으로 포기한 거지만, 괜히 면접 조차 보러 가지 않았던 곳에 미련이 남았다.
인간은 참 간사하다.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서지만 어떤 선택을 하던 100% 만족하거나, 일말의 후회를 남기지 않는 선택은 없는 것 같다. A를 선택하면 B가 궁금하고, B로 향하면 A를 했어야 했나 후회하고. 성인과 미성년자의 차이는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많이들 얘기한다. 성인이 됐으니 이젠 내가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을 접고, 후회를 남기지 않을 때가 됐다. 내가 한 모든 선택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다시는 후회할 일이 없도록 매사에 현명하게 깊이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