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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아나 Jan 11. 2021

[취향] 당신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

내면과 외면의 아름다움


코로나19로 책 빌리는 게 참 힘들어졌다. 거의 티켓팅 수준. 


성북구에서는 지하철 역사 10여 개에 설치된 '무인예약기'를 통해 도서를 빌릴 수 있다. 그런데 도서 예약 사이트에서 '예약 불가' 문구가 '예약 가능'으로 바뀌자마자 5초도 안 돼 다시 '예약 불가'로 뜨더라. 책 하나를 대여하는 데 3일이 걸렸다. 이런 역경을 뚫고 올해 처음 대여한 책이 바로 차홍의 '당신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이다. 


이 책과의 첫 만남은 작년 12월 차홍에 머리를 하러 갔던 날이다. 옆 테이블에 올려져 있어 펴보진 못했지만 정말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사로잡았다. 며칠 전 책을 대여해야겠다고 마음먹자마자 머리에  '띵!'하고 이 책이 떠올랐다. 표지부터 나와 통했던 만큼 이틀 만에 완독했다. 차홍의 가치관과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아름답고 선한' 마음씨가 깊게 느껴졌다. 그는 소박하고도 고운 필체로 울림 있게 다가왔다.  







다이어리 활용법

2021년 새 다이어리와 서로 낯가리며 친해지고 있는 이 시기, 차홍의 다이어리 활용법은 나에게 또 다른 영감이 됐다. 사실 나는 새해에 다이어리를 바꿀 때 괜한 설렘과 함께 항상 좀 슬펐다. 1년간 정들었던 친구가 갑자기 전학 가는 느낌이랄까. 연락처는 알지만 서로 연락하지 않을 걸 알면서 보내는 그런 먹먹함이 항상 올라왔다. 그런데 차홍으로부터 그런 슬픔을 좀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을 깨우치게 됐다.


그는 다이어리를 쓸 때 11월부터 다음 해의 다이어리를 준비하고, 12월부터 새해 다이어리를 쓴다고 한다. 새로운 한 해를 조금 일찍 준비하며 새해를 설레게 맞이하고, 미흡했던 점과 목표를 새 다이어리에 옮기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한 달 빨리 새 다이어리와 친해지고 기존 다이어리와 점점 멀어지기는 발상의 전환이자 신선한 도전 같다. 올해는 12월부터 신년 다이어리를 준비하고 올해 다이어리를 보내주는 연습을 해야겠다. 


또 그는 '아름다운 메모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가 만난 사람들의 좋은 모습과 상냥한 말씨, 따뜻했던 기억을 모두 정리하고 놓칠 수 있는 일상의 순간을 담는다고 한다. 아름다운 메모장을 읽으며 세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지 바라보는 그를 보니, 마리텔에서 고운 눈으로 보고 고운 말을 건네는 그 원천을 알 수 있었다. 차홍, 그가 세상을 보는 시각이 긍정적이니 그의 입과 몸에서도 아름다움이 나올 수밖에. 




순수했던 나를 마주하기


'십 대 보다 이십 대, 이십 대보다 삼십 대 때 시간이 더 빠르게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라는 문구를 읽자마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 이유를 과학적 설명을 깃들여 이야기하는 책은 처음이었다. 그에 따르면 새로운 자극이나 생각지 못한 즐거움과 상황들을 만나면 뇌에서 도파민이 나오는데, 도파민이 많아지면 생각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인지하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바깥세상의 모든 것이 느리게 지나간다고 생각된다고 한다. 반대로 나이가 들면 새로움을 덜 느끼고 자극이 사라져 내 안의 생각도 적어지며 바깥세상은 빠르게 느껴진다고 한다. 


정말 어릴 때는 시간이 안 가서 무료하다는 생각이 들고, 언제 어른이 될까라는 기대로 가득 찼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끝도 없이 든다. 생각해 보면 늘 두근거리는 하루를 보냈던 어린 때는 모든 순간이 다 첫 경험이고 모든 자극이 신선해 하루가 길게 느껴졌을 수밖에 없었던 거 같다. 어른이 된 이후론 매일 출근을 반복하고 집에 오면 비슷한 하루를 보내니 하루가 짧게 느껴질 수밖에. 


차홍은 '시간이 짧게 느껴진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의미 없이 보내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자. 우리에게 필요한 건 동화책을 폈던 그 마음으로 돌아가 순수한 나를 다시금 마주하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이 한마디는 내게 진한 진동을 주었다. 정말 좀 더 다양하게 좀 더 재밌는 일을 많이 하며 도전하면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또 한 번 했다. 




나다운 아름다움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문구로 시작하는 챕터. 무엇이 가장 아름다운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그는 많이 받을 것이다. 그 속에서 차홍은 통상 멋지게 살아가는 다른 사람으로 눈을 돌릴 테지만 '나의 독창성'에 주목하라고 했다. 정말 누군가를 따라 하는 것은 아류에 불과하다. 내가 이 세상에 유일한 존재임을 알고 나 다움을 드러내는 게 가장 아름다운 것이겠지. 


흔히 스트레스가 외부에서 온다고 생각하지만 스트레스는 대부분 '내면'에서 발생한다. 내가 정해놓은 고정관념을 침범해오는 외부의 자극이 스트레스가 되기 때문이다. 내가 내 고정관념을 깬다면 스트레스는 되지 않는 일일 것.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가장 힘들 때는 남들과 비교할 때이다. 나는 '이걸 못하고 있는데 저 사람은 저걸 하고 있네, 나는 이런데 저 사람은 저렇네'라는 비교가 사실 내게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실은 내 마인드 셋이 중요했을 터다. 내가 가진 기준점과 고정관념을 바꾸면 스트레스가 되지 않을 일들인데 스스로 설정한 '선'으로 인해 모든 게 도리어 나를 힘들게 했던걸 깨달았다. '내 고정관념을 바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참 의미 있는 한마디였다.




씻기의 기술


내 몸을 가꾸고 몸에 신경 쓰는 그의 태도는 참 배우고 싶다. 통상 몸에만 신경 쓰지만 헤어 에센스와 헤어팩, 그리고 계획적인 헤어 시술로 건강한 머릿결을 가꾸지는 않는다. 특히 '헤어 케어는 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라는 의문만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차홍이 이에 명쾌한 해답을 줬다. 


차홍의 '뷰티 플랜 카드'는 꼭 실천해봐야겠더라. 현재 내가 1월에 일반 펌을 했다면 3월에 정리 커트를 하고, 다시 5월에 일반 펌을 해주고 7월에 정리 커트를 해서, 4개월 주기로 커트와 펌을 계획하고 시술하라고 한다. 또 1월에 염색한 것을 기준으로 3월에 뿌리 염색을 하고, 두 달 후인 5월에 톤 보정 염색을 하고, 7월에 뿌리 염색을 하며 4달 주기로 보정 염색을 하길 제안하고 있다. 잦은 톤 다운 염색과 펌으로 머리가 상하는 느낌이었는데 차홍의 1년 헤어 플랜은 앞으로의 헤어 케어에 가이드가 되어 줬다. 


얼굴과 몸뿐만 아니라 헤어까지 케어하는 건 나를 돌보는 일이자 나를 다독이는 시간인 건 분명하다. 몸을 브러싱하고 로션으로 몸을 케어하며 뒤꿈치까지 바세린으로 케어하면서 나를 좀 더 돌보고 나를 아껴주자. 스스로 하는 홈 케어 시간이 힐링타임이 되도록.


차홍의 <당신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은 신체 아름다움과 더불어 마음의 아름다움까지 돌볼 수 있는 케어법을 선사했다. 글만 읽었는데 힐링되는 느낌은 오랜만이었다. 예쁜 거만 보고 예쁜 거만 생각하며 아름다움이 얼굴에 깃든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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