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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정샘 Mar 06. 2022

트리하우스에 올라가면 보였다(3)

트리하우스 만드는 모헙의 세계: 완성편

입시와의 전쟁

고3 빌더들은 입시 준비로 정신이 없다. 수시 접수 결과가 나오기도 하고 수능을 준비하기도 한다. 학교 졸업 논문을 마무리하느라 주말을 반납하기도 한다. 축제나 졸업 작품을 준비하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 빈둥빈둥 노는 빌더는 없고 모두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서 시간을 내기가 힘들었다.        

     

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작업은 멈출 수가 없었다. 산에서 나무를 베어 왔지만 바닥에 편하게 앉으려면 방부목으로 마감을 해야 했다. 그런데 방부목을 살 돈은 없고 작업 속도는 더뎌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낙심하고 있던 차에 학교에 프로젝트 예산이 남아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재빠르게 교무부장님에게 찾아가 사정을 말했다. 다행히도 예산을 지원해 준다고 한다. 휴~~! 10만 원으로 읍내에 나가 목재와 못을 사 왔다.

흥겨운 놀이터로 변신

아지트는 다시 흥겨운 놀이터로 변했다. 점점 속도가 빨라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그럴싸한 트리하우스 뼈대가 보인다.  아랑곳없이 찬바람은 불어와 밖에 서 있기조차 힘들어졌다. 산바람이 매섭게 옷매를 싸매게 하더니 곧 눈보라도 날린다. 기둥으로 삼은 소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자 한겸이 다리도 휘청거리며 사색된다. 작업하다가 나무가 필요하면 지우가 앞장서서 나무를 베었다. 재은이와 선율이는 어깨에 나무를 메고 산에서 끌어내렸다. 어디서 건축을 배운 것처럼 빌더들의 손놀림이 이제 전문가 수준이다. 톱질, 망치질, 도끼질 모두 수준급이다. 원형 톱도 잘 다룬다.  저녁은 왜 이렇게 빨리 찾아오는지 초보 빌더들에게  빨리 가는 시간이 야속하기만 했다.      

     

불멍

앞마당에 삽으로 동그랗게 구덩이를 파고 주위에 돌멩이를 쌓았다. 모닥불을 피워 소시지를 구워 먹으며 저녁 시간을 보냈다. 여름에 집 뒤에 베어논 나무를 주워와 예성이가 불을 피웠다. 냄새가 동네 한 바퀴를 돌았는지 아랫집 한배샘이 냉장고에 남아있던 삼겹살을 가지고 왔다. 지나가던 동네 아이들도 소시지 냄새를 맡고 얼굴을 내민다. 한겸이는 기타를 잡더니 감추어 두었던 노래를 한곡 걸쭉하게 뽑는다. 반응은.... 음... 솔직히 매우 좋았다. 모두를 웃음바다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졸업을 앞둔 고3 빌더들과 모닥불에 둘러앉아 지난 추억을 꺼냈다.

3년 또는 6년을 이곳에서 보낸 빌더들에게 누구보다 많은 추억이 있었다. 학교와 기숙사에서 있었던 비밀 추억을 떠올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듣는 내내 뿌듯했다. 기숙사에서 몰래 먹던 라면이 제일 맛있었고, 선생님 몰래 학교 친구와 사귀었던 연애 이야기가 제일 스릴 있었다고 한다. 해외로 대학을 가서 꿈을 이루고 싶다고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서 학비를 벌겠다는 친구도 있었다. 모두 개성 있는 저마다의 삶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서서히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한다.

비록 나무 위에 몇 명의 빌더들이 올라갈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만드는 것이지만 빌더들은 작업하는 내내 감탄을 멈추지 않았다. 얼마 후면 방학이기에 손놀림이 빨라진다. 드디어 나무 위에 트리하우스가 형체를 갖춰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모습을 갖췄다. 가장자리로 가자 꽤 높아 보였다. 경사진 면에 트리하우스를 만들어서 한쪽은 상당히 높았는데 떨어지면 사고가 날 것 같았다. 설계도를 변경해서 난간에 울타리를 만들어야 했다. 누가 와서 둘러보다가 떨어지면 사고 나기 십상이다. 그러나 방학 전까지 완성하기에 빠듯했다. 다음 주가 방학인데 말이다.     

     

금요일 오후엔 집으로 간다.

기숙사 학교여서 학생들은 금요일 점심 식사 후에 스쿨버스를 타고 자기 집으로 간다. 서울로, 대전, 남양주, 인천, 부산으로 각각 떠난다. 학생들은 이때가 가장 즐겁다. 집에 가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학교에서 사용할 수 없었던 핸드폰을 집으로 가는 내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빌더들에게는 예외다. 독수리 5형제들은 학교에 남아 트리하우스를 완성해야 했다. 그럼에도 행복해 보였다. 내 착각이 아니길.....^^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마치 길을 잃을 것 같은 꽤 우거진 산이다. 갑자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면 무언가라도 튀어나올 것 같아 숨을 죽인다. 이번에는 난간을 만들 팔뚝 굵기의 나무가 필요했다. 지우와 예성이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드릴로 피스를 고정한다. 계단은 선율이와 재은이가 맡았다. 망치와 끌을 이용해 톱으로 자른 부분을 쳐내는 선율이의 손놀림이  예사롭지가 않다. 디자인을 전공한다고 하는데 건축가가 되어도 될 만큼 손재주가 좋다.      

     

"2학기 방학이다!!"     

"집에 가면 뭐 할 거니?"     

     

모든 학생이 집으로 가는 방학식 날이다. 버스가 먼지를 뿜어대며  떠난다.  학교는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다. 학생들이 없는 학교는 마치 죽은 공간 갔다. 그러나 오직 한곳만 요란하다. 바로 트리하우스 작업 현장이다. 5명의 빌더들은 방학을 했음에도 집에 가지 않고 특별 수업 중이다. 거의 완공이 눈앞에 있기에 눈보라를 맞으며 작업을 한다. 이쪽에서는 드릴 소리가 요란하고 저쪽에서는 망치질 소리가 요란하다. 튼튼한 계단보다는 모험심이 발휘되는 계단을 만들었다. 이곳 트리하우스에 오는 사람마다 도전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울퉁불퉁한 나무로 계단을 만든 것이다. 발이 빠져 사고가 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선생님은 무엇에 가슴이 뛰나요?"     

     

매일 펄떡이는 꿈을 꾸며 사는 것은 젊은이의 특권이다. 꿈을 꾸고 꿈에 도전하고 살라고 청소년들에게 자주 이야기하며 살았다. 꿈꾸는 자는 늙지 않기에 언제나 나도 꿈을 꾸고 이루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도전하지 않고 내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며 살게 되었다. 한 빌더의 질문을 받기 전까지 말이다.  "선생님은 무엇에 가슴이 뛰나요?" 나에게 무엇에 가슴이 뛰냐고 묻지 않았다면 나는 이 월든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묻는 학생이 없었다면 그냥 수업하면 지냈을 것이다. 한동안 누구도 나에게 묻지 않았던 질문인데 한 학생의 질문이 잠자는 나를 깨운 것이다.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처럼 작은 오두막을 짓고 싶다는 꿈은 트리하우스 만들기가 되었고 월든 프로젝트(Walden Project)가 되었다. 입시를 코앞에 둔 고3 학생들이 이런 프로젝트를 하자고 했을 때 여러 질문이 머리에 가득했다. "일주일에 겨우 2시간 만나서 할 수 있을까?", "입시와 전쟁을 치르는 고3 학생들을 데리고 제대로 수업을 할 수 있을까?", "트리하우스 만드는 방법은 어디서 배울 수 있을까?", "학교에서는 이 위험한 작업을 허락해 줄까?" 수많은 불가능의 이유가 떠올랐지만 시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졸업 전에 빌더들의 꿈을 이루어주자!" 꿈을 꾸고 도전하고 성취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어 가르쳐주고 싶었다.       

          

     

결국 해냈다!     

꿈만 꾸지 않고 도전했기에 가능했다. 수많은 불가능의 이유가 있었지만 하나씩 문제를 해결해 가며 빌더들은 해냈다. 사색하고 꿈꾸는 우리만의 공간이 만들어졌다. 전문가가 만든 트리하우스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전혀 부럽지 않았다. 우리가 함께 이루어냈다는 것에 모두가 감격했다.     

     

 "꿈꿀 수 있는 권리"      

     

꿈꿀 수 있는 권리는 바로 젊은이의 특권이다. 이 트리하우스에 올라오는 제자들이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꿈을 향해 도전하길 바란다. 졸업 후에도 지금의 이 과정을 기억하며 도전하길 소망해 본다. 빌더들이 자랑스럽다. 함께 영광을 경험한 빌더들의 이름을 소리 높여 외치고 싶다.     

     

잠자는 내 꿈을 깨워준 빌더, 지예성!     

손과 발이 되어준 빌더, 이지우!     

순종의 삶을 보여준 빌더, 정한겸!     

손재주가 뛰어난 빌더, 이선율!     

하나님의 꿈을 사모하는 빌더, 고재은!     

     

사랑한다!     

너희가 자랑스럽다!     

너희는 자랑스러운 별무리의 제1기 "월든 빌더(Walden Bulder)"들이다.     

     

1기 월든 빌더(지예성, 정한겸, 이지우, 고재은,이선율), 그리고 빌더 지망생(박준서, 차세례, 권세영), 크리에이터 권오상


"참! 그런데 너희들 월든 책은 있었니?"     

"저는 반 읽었어요!"     

"저는 이제 머릿말 읽었어요^^"     

"저는 아직 책을 안 샀어요ㅠㅠ"     

"저런......그럼 졸업 후에 책 다 읽고 연락줘라. 다 읽으면 그때 책 들고 와서 이곳에서 캠핑하자!"  

   

이렇게 월든 프로젝트는 마무리가 되는 듯 했다.     




"샘~! 다음 프로젝트는 뭔가요?"     

"글쎄.....?"     

     

선배들의 트리하우스 만들기를 지켜보던 준서와 후배들이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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