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이 마음 잊지 않길..
출. 퇴근이 주던 규칙적인 삶
공식적으로 6월 30일이 퇴사하는 날이다.
남아있는 휴가를 다 소진하여 어제가 마지막 출근이었다.
오늘부터는 출근하지 않는다.
매일 5시 30분에 일어난다.
7시 30분까지 약 2시간 정도 개인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30분 동안 등원 준비를 하고 집을 정리하다 보면
8시 알람이 울린다.
알람 소리가 울리면 동요를 크게 틀어놓고 씻어러간다. 씻는 사이 아이들이 일어나길 바라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은 없다.
씻고 나오면서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일어나세요. 어린이집 갈 시간이에요."
간신히 아이들을 깨워 양치랑 세수를 하고 옷을 입힌다. 물 한 잔 억지로 마시게 한 후 마스크를 쓰고 신발을 신는다.
9시 전에는 집에서 나가야 한다.
그래야 9시 30분 출근시간을 지킬 수 있다.
그렇다. 나의 출근시간은 아이들 등원 시간에 맞춰 9시 30분이다. 그 시간에는 컴퓨터를 켜고 로그인을 해야 한다. 재택근무라 감시하고 보는 이는 없지만 지켜야만 하는 일이다.
2시에 퇴근이다. 퇴근하고 집을 마저 정리한다.
한 시간 정도는 개인 시간에 할애한다. 그럼 하원 시간이다.
3시 30분에 출발해야 첫째 둘째 하원 시간을 맞출 수 있다.
4시부터는 엄마로 돌아간다.
하루 종일
나. 엄마. 직장인. 나. 엄마의 삶을 살아간다.
지금 현재 나는 엄마로의 삶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나의 삶이 중요하다.
숨 가쁜 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직장인의 삶이 빠져나갔다.
이제는 나의 삶과 엄마의 삶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시에 출. 퇴근은 나를 꾀나 규칙적으로 살아가게 하고 있었다. 그 규칙이 깨지면 와르르 무너질 것 만 같은 생각에 두려웠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외출 준비까지 마친 후 아이들을 깨웠다. 아이들 등원시키자마자 카페로 왔다.
집으로 돌아가면 시간을 허비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없으면 쪼개 쓰게 된다.
규칙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알뜰하게 쓴다.
시간이 많으면 이것저것 잘할 거 같은데 오히려 미루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랬다.
등원 후 집으로 돌아가면 집 정리하며 시간을 보낼 내가 그려졌고 아무것도 마무리하지 못할 거 같았다.
등원 후 카페로 와 책 한 권을 읽었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오늘 이 마음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