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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고은 Jun 23. 2021

오늘 이 마음 잊지 않길..

출. 퇴근이 주던 규칙적인 삶


공식적으로 6월 30일이 퇴사하는 날이다.

남아있는 휴가를 다 소진하여 어제가 마지막 출근이었다.


오늘부터는 출근하지 않는다.


매일 5시 30분에 일어난다.

7시 30분까지 약 2시간 정도 개인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30분 동안 등원 준비를 하고 집을 정리하다 보면

8시 알람이 울린다.


알람 소리가 울리면 동요를 크게 틀어놓고 씻어러간다. 씻는 사이 아이들이 일어나길 바라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은 없다.

씻고 나오면서부터 전쟁이 시작된다.


"일어나세요. 어린이집 갈 시간이에요."


간신히 아이들을 깨워 양치랑 세수를 하고 옷을 입힌다.  물 한 잔 억지로 마시게 한 후 마스크를 쓰고 신발을 신는다.

9시 전에는 집에서 나가야 한다.

그래야 9시 30분 출근시간을 지킬 수 있다.


그렇다. 나의 출근시간은 아이들 등원 시간에 맞춰 9시 30분이다. 그 시간에는 컴퓨터를 켜고 로그인을 해야 한다. 재택근무라 감시하고 보는 이는 없지만 지켜야만 하는 일이다.


2시에 퇴근이다. 퇴근하고 집을 마저 정리한다.

 시간 정도는 개인 시간에 할애한다. 그럼 하원 시간이다.


3시 30분에 출발해야 첫째 둘째 하원 시간을 맞출 수 있다.


4시부터는 엄마로 돌아간다.


하루 종일

나. 엄마. 직장인. 나. 엄마의 삶을 살아간다.


지금 현재 나는 엄마로의 삶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나의 삶이 중요하다.

숨 가쁜 게 돌아가는 일상에서 직장인의 삶이 빠져나갔다.

이제는 나의 삶과 엄마의 삶에 집중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정시에 출. 퇴근나를 꾀나 규칙적으로 살아가게 하고 있었다. 그 규칙이 깨지면 와르르 무너질 것 만 같은 생각에 두려웠다.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 외출 준비까지 마친 후 아이들을 깨웠다. 아이들 등원시키자마자 카페로 왔다.

집으로 돌아가면 시간을 허비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없으면 쪼개 쓰게 된다.

규칙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알뜰하게 쓴다.

시간이 많으면 이것저것 잘할 거 같은데 오히려 미루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내가 그랬다.


등원 후 집으로 돌아가면 집 정리하며 시간을 보낼 내가 그려졌고 아무것도 마무리하지 못할 거 같았다.


등원 후 카페로 와 책 한 권을 읽었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오늘 이 마음 잊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헛된 시간을 보내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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