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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사진가 Jun 27. 2022

36년 만의 출격, 모두들 열광하지만...

탑건 매버릭 후기


탑건을 언제 처음 보았는지는 기억에 없다. 하지만 87년 국내 개봉이었으니 2학년 겨울방학이었겠지. 연대에서 2년 다니다 편입한 친구가 "탑건의 주인공이 왜 톰 크루즈냐, 탐 크루즈지."라는 썰렁한 농담만 기억에 남아있을 뿐. 


탑건에 대한 첫 기억이 없을 만도 한 것이... 공군 장교로 훈련받는 동안에도 비 때문에 야외훈련을 못하게 되면 강당에 모아놓고 틀어준 영화가 탑건이었고, 예비군 훈련을 가도 딱히 훈련할 게 없는 비행단에서는 여지없이 탑건을 보아야 했다. 열 번 넘게 보았을 거다. 근데 탑건은 미국 해군이다. 


36년 만에 다시 만난 탑건, 여전히 비현실적인 탐형의 외모만큼이나 현실적이지 않은 비행 기동이 살짝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여전히 멋지다. 4대의 F-18 편대비행은 쉽게 보기 힘든 위용이다. 


손바닥이 찢어질 정도로 드럼을 두드려대던 녀석이 조종간을 잡고 전투기를 모는 모습, 후두암으로 목소리를 잃어버린 아이스맨, 나사 주조정실 캡틴으로 주로 등장했던 드론 추종파 제독... 낯익은 배우들의 낯선 모습도 재미난 볼거리. 


아무리 탑건이라지만 4세대 전투기인 F/A-18이 공중전에서 5세대 전투기와 다투는 장면은 무리지 싶다. 그리고 F-35를 놔두고 F/A-18을 굳이 투입한 이유 역시 억지스럽다. 1인승 모델밖에 없는 F-35로는 영화 찍기 어려웠을 테지만... 


다 떠나서 모처럼 제대로 만든 볼만한 블록 버스터인 건 분명하다. 굳이 36년 전의 1편을 찾아볼 필요는 없을 듯하다. 필요한 만큼은 충분히 설명하고 넘어간다. 모두들 최고의 영화라고 열광하지만 정작 보고 난 느낌은 '과연 그 정도 영화가 맞나?' 싶기는 하다. 아이맥스가 아닌 일반 상영관에서 관람한 탓일까? 


탑건 1편과 R2B를 번갈아 보며 시간을 때웠을 공군 후배들에게는 제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또 다른 전투기 영화가 나왔다는 점에서 축하를 드린다. 


평점은 8.5/10. CG를 좀 쓰더라도 쌔끈한 최신 기종인 F-35나 F-22를 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에서 1.5점 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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