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피가 많이 나기는 했다고.
질문 :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싱가폴에서 취업을 하고 싶어서 알아보던 중, 호텔이나 공항 지상직 같은 서비스 분야에서 1-2년 경력을 쌓으면서 영어 실력을 기른 후에 원하는 무역이나 물류 분야 이직을 하는 게 나을 거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서비스직으로 일하면서 사무직으로 이직하는 게 가능할지, 아니면 싱가폴에 있는 한인 회사를 목표로 해서 이력서를 넣을지, 창이공항 지상직을 목표로 준비해야 할지 갈피를 잡기가 어렵습니다. 한국 회사에서 일할 때 영어를 늘릴 수 있는 환경인지도 궁금하고요.
핑지의 답 : 일단 싱가폴에 해외 취업하기 너무 좋은 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물론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일한 경력이 많지 않은 만큼, 경력직으로 이직하는 것보다는 자리를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나는 정말로 많은 한국 대학생들이 밖으로 나와서 해외 취업 (특히 싱가폴 처럼 외국인으로서 글로벌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곳)에서 젊은 나이에 도전해 보는 것이 너무 좋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설사 안돼도 잃을 게 적다 : 나 같은 경우도 6개월 해보고 안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도전해 볼 수 있다. 부양가족이 없는 나이이기에 도전해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결혼에 대한 부담감이 적은 나이: 경험적으로 봤을 때 여자분들이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나이가 보통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고 보면, 그때 해외로 나오기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 있다. (많은 분들이 한국이나 다른 나라로 가는 이유. 싱가폴에서 결혼할 남자를 만나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잘되면,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한 곳 : 일단 여기서 경력을 쌓으면서, 다양한 인종들과 일할 수 있는 경험, 일상생활에서도 영어를 쓰면서 자연스럽게 노출이 되는 점.
그렇다면 해외 취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비자에 대해서 이야기를 먼저 드리면, 일단 정부 정책이 계속 변화하기 때문에 직접 최신 본으로 정부 웹사이트가서 알아보는 게 좋다.
1. 나의 경우: 관광비자 3개월을 받아서 왔고, 6개월을 목표로 여기서 취업을 해보자는 마음으로 왔기 때문에 3개월 이후에는 어학원에 등록해서 학생 비자를 받으려고 여기 와서 학생 비자도 지원을 했었다. 그런데 학생 비자를 승인받기 전에 오고 나서 한 달 만에 S-Pass 비자를 받으면서 취업을 하게 되었다.
싱가폴 정부에 학생 비자 지원하는 곳 (45 불이고, 한국에서도 지원 가능하다고 함): ICA | Approved Private Education Institutions
2. SP (S-pass) 비자 : 보통 싱가폴 정부에서 싱가폴에 있는 기업들이 싱가폴 사람들을 몇 명 고용하면, 그 기업에서 외국인을 고용할 수 있는 Quota 로서 주는 비자가 SP 비자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나의 경우 싱가폴 로컬 직원들이 많이 고용되어 있는 한국 기업에 취업을 해서, 이 비자 받았었다. 찾아보니, SP 비자의 경우도 월급 기준이 많이 올랐음을 볼 수 있다. (최소 3백만원) 그래서 나는 적극적으로 경력이 없는 신입일 때는 한국 기업 사무직으로 취업을 도전해 보라고 하는 편이다. 만약 신입으로서 이 월급을 받기가 어려운 경우도 많아서, 최근에는 WP 비자를 받는 경우도 많다고 알고 있다.
Upcoming changes to S Pass eligibility (mom.gov.sg)
3. WP (Work Permit) 비자 : 이 비자는 다른 비자들에 비해 싱가폴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받기 쉬운 비자이다, SP 비자가 없는 기업 혹은, SP 비자보다 월급이 낮은 경우, 서비스 직에서 종사하시는 분들, 혹은 다른 비자들이 Reject 된 경우 등등 여러 케이스가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여기서 막노동하시는 분들도 받는 것이 WP 비자이다 보니, 한국 분들이 WP 비자를 받는 것을 부끄러워하거나 그런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나는 경력이 없는 신입 때는 어떤 비자이든지 받고 여기서 경력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담해드렸던 분 중 싱가폴에서 WP 비자로 일을 하고 계셨는데, 다음 이직할 때 SP 비자나 EP 비자로 업그레이드해서 가는 경우도 봤다. Apply for a Work Permit (mom.gov.sg)
4. EP (Employee Pass) 비자 : EP 비자는 받기가 상당히 까다롭고 어렵다. 월급 기준도 높고 (최소 월급 5백만 원 이상, 만 45세 이상이라면 천만 원 이상이어야 함), 또 싱가폴은 한국에서 무슨 대학을 졸업했느냐에 따라서 점수를 차별화해서 등급을 매기고 이 비자를 준다고 알고 있다. 그래서 신입으로서 와서 받는 것은 어렵고, 보통 경력직으로서 이직을 하거나 주재원으로 오는 경우 받는 비자라고 생각하면 좋다. Employment Pass (mom.gov.sg)
다음 질문인, 서비스직으로 먼저 취업을 하고 사무직 이직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은 장/단점을 구분해서 설명해 드렸다.
싱가폴에서 서비스직(호텔, F&B 서빙 등)으로 시작할 때의 단점
1. 월급이 싱가폴 생활을 1년 이상 지속하기에는 현타가 올 정도로 너무 낮다. :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 방 한 칸을 룸메이트 구해서 살게 될 가능성이 높고(월세가 너무 비싸서), 싱가폴은 레스토랑에서 밥 한 끼 먹는 것도 최소 2만 원이 훌쩍 넘기 때문에.. 물론 푸드코트에서 먹으면 절약할 수 있긴 하지만 그 생활을 1년 이상하기엔 현타가 와서 지속하기 어려움
2. 싱가폴에서 생활하는 다른 한국 사람들과의 비교에서 오는 현타 : 싱가폴에서 일하고 계신 분들 중 주재원 혹은 어나더 레벨의 월급을 받으면서 사는 한국 사람들이 꽤 있다. (그냥 아빠가 콘도 사주는 경우도 봤음..) 그런 사람들이 차고 넘친 게 싱가폴이기 때문에 거기서 엄청난 현타가 올 수 있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어나더 레벨의 부자들이 있는 곳에서, 나의 중심을 잡고 갈 수 있는 그런 멘탈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3. 서비스 직에서 사무직으로 이직할 때 월급에 대한 협상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 : 외국에서는 이전 직장 월급을 기준으로 월급을 협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신입이기 때문에 사무직이라고 해도 월급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서비스직으로 일을 시작했을 때 그 정도의 월급이 나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이 염려가 된다.
그리고 서비스직으로 시작할 때의 장점
1. 일단 싱가폴에서 일을 바로 시작하면서 여기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나 같은 경우는 대학 생활하면서 일을 하고 천만 원 정도 돈을 모은 상태에서 그 돈을 가지고 6개월 동안 도전해 보려고 왔지만, 서비스직이더라도 돈을 벌면서 취업 준비를 한다는 면에서 너무 좋은 옵션이다.
2. 서비스 직은 6개월 - 최대 1년 정도까지만 경험해 본다는 생각으로 여기 있으면서 취업 준비를 한다. 더군다나 경력이 없는 신입이기 때문에, 한국에서 지원을 해서 싱가폴 취업이 되는 확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일단 여기 와서 지원을 하는 게 면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3. 돈을 받으면서 영어 말하기 공부를 할 수 있음 : 서비스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영어로 말을 해야 하는 환경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영어에 대한 노출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어는 의식적인 노력으로 끊임없이 공부해야 는다고 말씀드렸다. (해외에 10년 이상 살아도 영어 한마디 못하시는 분들도 많은 이유)
그리고 싱가폴 신입으로서 취업할 때 알면 좋은 것
1. 메타인지를 갖기 (주제 파악하기) : 싱가폴에서 굳이 싱가폴 사람이 아닌 한국 사람(특히 신입)을 뽑는 이유는 인건비가 싸고, 비자를 이용해서 한국 사람한테는 일을 왕창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비자가 필요할 테니까) 근데 이거에 대해서 너무 억울해 하고, 다른 한국 사람들이랑 비교하고 열등감 갖고 그러면 싱가폴에서 글로벌 인재가 될 수 없다 (물론 저런 걸 다 감수하면서 그렇게 될 필요도 없다. 내가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면). 중요한 건, 내가 선택한 전쟁터가 어디냐 하는 것이고, 모든 가치가 있는 것에는 "입장료"라는 게 있다. 나는 정말로 누가 보면 저 시기에 월급 생각 안 하고 미친 듯이 일만 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런 글로벌 인재가 되기 위한 입장료를 치르기 위함이었다.
2. 이력서에 쓸만한 경력 쌓기 :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대기업 계열사에서 알바를 하는 게 좋다. (스타벅스 같은 곳) 그러면 외국에서 이력서 쓸 때 스타벅스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다 아니까.. 이 부분은 예전에 내가 썼던 글 이력서에 넣을 경력 쌓기 을 참고하시길 바란다.
3. 일단 싱가폴로 나와서 취업활동을 해보기 : 신입을 뽑을 때 기대하는 건, 배우겠다는 의지와 열정이다. 싱가폴로 나와서 준비를 하면 그 자체가 이미 너무 멋진 스토리가 된다. 12년 전 나를 뽑은 매니저, CFO 도 아무것도 없이 일단 나와서 이렇게 지원하는 나의 열정 자체를 높이 사서 뽑아준 것이니까 말이다. 이 글도 참고 : 일단, 어떻게든 그 나라로 가기
4.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음 : 나는 2012년 1월 14일에 싱가폴 창이공항에 왔었는데, 내가 원하던 글로벌 인재가 되는데 정말 딱 10년이 걸렸다. 그 당시 나는 내가 이렇게 좋은 회사에서 이런 연봉을 받고 일할 수 있을지 꿈에도 알 수 없었다. 모든 것이 모호하던 그때. 10년을 어떻게 존버 했는지 생각해 보니까, 나는 설사 실패한다 해도 이루지 못한다고 해도 내가 원하는/욕망하는 모습을 추구하며 성실히 사는 하루하루를 살고 싶었다. 나한테 수영장 딸린 콘도를 사줄 수 있는 부모는 없지만, 적어도 나 스스로에게 성실한 하루를 줄 수 있는 떳떳한 삶 그렇게 살다 보면 분명히 나에게 가장 좋은 때에 좋은 기회가 올 수밖에 없음을 알려주고 싶다.
그리고, 좋은 Tip 중에 하나 싱가폴에서 현지 취업을 도와주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인 K-move 를 잘 활용하면 좋다. (정말 양질의 취업 정보도 공유해 주시고 또 취업 상담도 해주힌다. 여기를 통해서 싱가폴에 취업하시는 신입분들을 많이 봤고, 여기서 제공하는 구인 뉴스레터도 꼭 받아보시면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