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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그렇게도 잔인하다.

1화. 기다림의 무게

by hongrang

사랑은 때때로 너무 단순해서 잔인하다.

우리는 그 단순함을 견디지 못해 복잡하게 만들고,

그 복잡함 속에서 길을 잃는다.


그녀에게 사랑은 오래된 기억의 빛이었다.

지나치게 따뜻해서, 그 열에 익숙해질수록 더 쉽게 다치게 되는 그런 종류의 빛.

그녀는 그 빛 안에서 한 남자와 오랜 시간을 보냈다.

그들은 말없이도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같은 음악을 듣고, 같은 창문을 바라보며, 같은 시간의 끝을 기다리곤 했다.


하지만 사랑은 언제나 균형을 요구했다.

그의 사업이 실패하면서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무너져가는 그의 일상 속에서, 그녀는 그를 위로할 수 없었다.

그는 점점 말이 줄었고, 시선이 멀어졌다.

어느 날 그는 떠났다.

“잠시 다녀올게.”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한국을 떠났고, 그녀는 그가 돌아올 날을 세며 살았다.

처음엔 매일 편지를 썼다.

그러나 답장은 점점 뜸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글자 속의 온기가 식어갔다.

그녀는 그가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믿음은 ‘기다림’이 아니라 ‘습관’이 되었다.


밤이 깊어질수록, 휴대전화의 불빛은 더 차갑게 느껴졌다.

그녀는 그 빛 아래에서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왜 아직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 대답은 끝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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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감성을 예술로 표현하고, 디자인과 콘텐츠로 확장하여 사람들과 소통하는 아티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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