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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식이타임 Oct 17. 2024

결혼 참견자 시점

결혼을 축하합니다!

“형, 나 결혼해”


 지인들의 청첩장을 받는 일이 늘어가고 있다. 오랜 고민 끝에 결혼을 결심했다며 소식을 전하는 모습을 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총각시절엔 누군가의 결혼소식에 “앞으로 두 사람이 얼마나 행복할까?”, “좋은 일만 가득하겠지?”라며 결승점에 도달한 사람을 바라보는 듯했다. 유부남이 된 뒤 느끼는 감정은 다르다. 축하하는 마음 반, 걱정하는 마음 반이다. 솔직히 걱정하는 마음이 더 크다. 결혼은 결승점이 아닌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결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오죽하면 대한민국에서 1년에 10만 쌍이나 이혼을 한다고 할 정도니까. 결혼식 전 날 한 선배는 내게 와서 말했다.


”광식아… 지금이라도 안 할 수 있으면 하지 마 “


 결혼생활이 힘든 이유를 대자면 수도 없이 많겠지만 가장 큰 건 ‘관계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미처 알지 못했던 상대방의 모습들을 알게 된다. 새로운 부모님이 생기고 형제가 생기고 자식이 생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었나?‘하는 순간이 있으며, 새로운 인물들은 우리의 사랑을 시험하듯 가지각색의 서사를 제공한다. 아아, 연애는 일차방정식이었다면 결혼은 이차, 삼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것이었다.


 아내와 나, 결혼을 하고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날 선 말과 행동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아이를 키우는 고됨과 난데없이 등장하는 고부갈등은 게임에서나 보던 10단 콤보를 맞는 기분이었다. “이 결혼, 잘못된 걸까?”하는 순간은 정말 최악이었다. 오잉?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내도 그랬다고 한다. 여보 미안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이라는 만만치 않은 세계에 들어오는 분들을 환영해주고 싶다. 혼자서는 알 수 없는 행복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을 해도 나를 끝까지 믿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이 제법 나를 대단하게 만들어 준다. 총각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외로움에 빠져 있던 내가 결혼 한 뒤로는 한 번도 외롭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기쁜 일은 배가 되고, 슬픈 일은 추억이 된다. 무엇이든 이야기할 수 있는 아내가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광식아… 지금이라도 안 할 수 있으면 하지 마”


 가끔, 선배가 내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당시의 나는 오기가 생겼다. 반드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서 남들한테 결혼하지 말라는 소리는 안 할 거라고. 힘든 순간을 견딜 수 있덨던 건 그 오기 덕분이었을까? 그렇다면 앞으로도 잘 버티길 바란다!


“결혼 안 했으면 나 뭐 하고 있을까?.. 여행..? 자유..?”

“야, 인마 너 빨래는 스스로 했겠냐?ㅋㅋㅋ”

(이상. 제 자신과의 대화였습니다.)


 정말 좋아하는 하루키의 축사가 있다. 이제 보니 축사보다는 만감이 담긴 시 한 편 같다.

가오리 씨, 결혼 축하드립니다!
나도 한 번밖에 결혼한 적이 없어서 자세한 것은 잘 모르지만,
결혼이라는 것은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별로 좋지 않을 때는 나는 늘 뭔가 딴생각을 떠올리려 합니다.
그렇지만 좋을 때는 아주 좋습니다.
좋을 때가 많기를 기원합니다. 행복하세요.

-무라카미 하루키-

 결혼 유경험자로서 당신의 결혼에 더 깊은 의미의 축하를 건넬 수 있을 것 같다. 나아가, 당신의 결혼에 참견하고 싶다.


“아무튼, 행복해라! 잘 살아라!”





사진출처:넷플릭스<흑백요리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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