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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선오 Mar 27. 2022

코로나가 저지른 일들

- 보따리 선생님 이야기

  햇빛 초등학교에서도 드디어 그 무서운 일이 터졌다. 소은이와 주연이의 반 학생 중 한 명이 코로나에 걸린 것이다. 담임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하고 비대면 수업을 시작했다. 다행히 시행 정책에 따르면 다른 학년들은 모두 정상 수업이라고 한다.

 

 학교에 오자마자 이런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편치 않다. 그동안 학교에 도착하면 바로 손부터 닦고 아이들과 수업할 때도 그렇게 조심했는데 그마저도 부족한 것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도서실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혼자서 아이들을 기다리며 앞으로 수업을 못 하게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 마음이 심란해졌다. 한참을 멍하니 앉아 수업 준비를 하는데 복도에서부터 소리치며 뛰어오는 유라의 목소리가 들린다. 


 “선생님! 오늘 소은이랑 주연이 집에 먼저 갔어요.”


 “선생님도 이미 알고 있어요. 유라는 괜찮아?”


 내가 조심스레 물으니 유라가 괜찮다는 말 대신 고개를 끄덕인다. 유라 뒤로 책가방이며 겉옷을 손에 들고 어기적거리며 걸어오는 승훈이의 표정도 그리 밝지만은 않다. 결국 오늘은 두 친구와 함께 마치 과외를 하는 것처럼 수업했다. 


 평소라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아이들의 공부를 봐줘야 하는데 책상 중앙에 앉아 양쪽에서 아이들을 봐주니 확실히 수업이 한결 수월하기는 하다. 덕분에 오늘의 수업 분량을 일찍 끝내고 빨리 놀이 시간을 시작했다. 그러나 둘뿐인 아이들은 어쩐지 기분이 나지 않나 보다. 평소 좋아하는 초성 퀴즈도 시큰둥하고 다른 게임도 그다지 하고 싶어 하는 눈치가 아니다. 아쉬운 대로 연습장에 그림 그리기를 하며 같이 얘기를 나눴다. 


 “얘들아, 코로나로 뭐가 제일 힘들어?”


 아이들은 둘 다 머뭇거리며 생각을 하다 이런저런 말들을 꺼낸다. 


 “마스크 쓰는 거, 친구들 얼굴 못 보는 거, 밥 먹을 때도 불편해요.”


 “그렇구나. 많이 힘들지?”


 “네, 그리고 선생님을 매일 보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안 되잖아요. 그것도 짜증 나요.” 


 그 말을 듣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왜 우리는 목요일과 금요일밖에 볼 수 없냐고 묻는 아이들에게 차마 계약 때문이라고 말할 수는 없어 코로나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했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그 마음이 고마워 유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선생님이 매일 오면 유라도 매일 공부해야 하는데 괜찮아?”


 “당연하죠. 선생님이랑 매일 만나면 좋겠어요.”


 이 예쁘고 착한 아이의 말 덕분에 힘들었던 오늘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가벼워진다.  


 코로나가 터지고 많은 일상이 변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던 이 끔찍한 전염병의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살아내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체온을 검사하고, 백신 주사를 맞아가며 조심 또 조심해야 하는 일상이 벌써 2년이 넘었다. 어른인 나도 이렇게나 힘든데 아이들은 도대체 어떻게 버텨내는 것일까? 


 매일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와서 급식을 먹을 때조차 각자의 칸막이 속에서 조용히 밥만 먹어야 하는 아이들을 보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제일 속상한 일은 아이들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는 것이다. 아이들이 목마르다고 하면 복도에 가서 혼자만 물을 마시고 오라고 하는데 그때 잠깐 마스크 내린 얼굴을 본 것이 전부다. 아이들은 내 얼굴을 아예 본 적도 없다.

 

 한 번은 아이들이 내 얼굴이 궁금했는지 멀리 서 있을 테니 마스크를 내려보라고 했다. 그러나 매일 예쁘다고 칭찬해 주는 아이들을 실망시킬까 두려운 마음과 혹시 하는 걱정 때문에 차마 벗을 수가 없었다. 결국 수업이 끝나는 날까지 아이들은 내 얼굴을 본 적이 없다. 우리는 서로 일주일에 두 번씩 만나도 얼굴도 제대로 모르는 사이다. 이런 비극이 또 없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가려는데 담당인 체리 선생님이 다음 주 수업은 쉬는 게 어떨지 묻는다. 이대로라면 소은이와 주연이가 2주나 수업을 못 받게 되니 아무래도 그게 맞는 것 같다. 알겠다고 말씀드리고 뒤돌아 아이들의 얼굴을 쳐다보는데 아이들도 이미 예감을 했는지 표정이 굳었다. 


 “얘들아, 우리 다음 주 수업은 한 주 쉬자.”


 “아, 왜요? 그냥 수업하면 안 돼요?”


 “코로나 때문에 소은이랑 주연이가 학교에 못 온대요. 그러니까 우리 소은이와 주연이가 올 때까지 우리 공부반도 한 주만 쉬는 거예요.”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라가 특유의 애교를 부린다.


 “흥! 칫! 뿡! 코로나 짜증 나!”


 그 모습이 귀여워 한 번 더 해보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동작까지 보여준다. 나중에 소은이에게 들으니 유라가 하는 흥! 칫! 뿡!은 콩순이 캐릭터를 따라 하는 거라고 한다. 삐질 때조차 귀여운 아이들을 다음 주에는 못 본다니 나도 너무 아쉽다. 


 이 나쁜 코로나! 너 정말 흥! 칫! 뿡!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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