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 과정이 이렇게 무기력해지는 건가요
요즘 쓰는 것에 대해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다. 글을 쓰면 일단 마음에 안 들고, 고쳐봐도 별로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앞뒤 문맥도 어색하고, 주술 관계조차 엉킨다. 기본 문장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것 같아 한참을 들여다보다가 겨우 찾아내고 고친다.
5월 말부터 출판사에 투고를 시작했다. 아마도 그에 대한 답신이 오지 않는 것도 이런 무력감의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답답한 마음에 남편에게 출판사에 보낸 기획서와 원고 메일을 전달했다.
잠시 후, 남편은 말했다.
"메일부터가 진정성이 부족하고 매력이 없네"
출판사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맞춰 나름 공들여 보낸 메일이었기에 그 말을 듣고 기분이 언짢았다.
(맞는 말이어도 기분이 좋지 않은 건 어쩔 수 없다).
상한 기분을 내려놓고 다시 메일을 읽어보니, 그이 말대로 뭔가 빠져 있었다. 이래서 타인의 시각이 더 객관적인 건가.
며칠 뒤, 일하는 중에 남편에게 카톡이 왔다.
“원고 읽었어.”
그 한마디 외에 별다른 말이 없다. 4년 전 첫 원고를 쓸 땐 꼭지 하나하나 봐주면서 잘 쓴 점과 고칠 점을 조곤조곤 설명해 주던 사람인데, 이번엔 말이 없는 게 불안했다.
“어땠어…?”
"흠…..
전체 구조 밸런스가 좀 안 맞고, (1차 팩폭)
글이 많이 끊기는 느낌이 들고, (2차 팩폭)
차라리 앞부분 스토리는 에세이보단 소설이 잘 어울리겠단 생각이 들었어, (3차 팩폭)
출판사에서 왜 안 받아주는지 알 것 같네" (폭격 대참사)
가슴에 비수가 세게 꽂혔다. 이걸 쓰기까지 작년부터 얼마나 고심했는데.. 초고 전체 수정만 최소 세 번은 했고, 특정 꼭지는 다섯 번도 넘게 봤다. 수정이 아니라 구조부터 갈아엎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으니 심란했다.
"그냥 소설을 쓰는 게 어때?"
"아니, 소설이 뭐 쉬운 줄 알아?"
"자기는 스토리를 구현할 때 자기만의 매력이 있어"
(남편님, 그거 잘못 알고 계시는데요...)
내 이야기도 풀어내기 어려운데 상상력만으로 써야 하는 글을 어떻게 쓴단 말인가. 아무리 경험이 일부 녹아든다 해도 말이다.
이번 투고에 유독 열을 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준비 중인 다음 원고가 이번 글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이다. 메인은 다음 원고이나, 그전에 이걸 써놓고 가야 다음의 명분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마치 메인 요리를 먹기 전 애피타이저로 입맛을 돋우는 것처럼.
결과를 바라고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까 봐 의욕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같다.
(나는 이걸 글존감이 떨어진다고 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