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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사와 방향이 맞지 않아서..

초보 작가 투고 고군분투기

by 다인

투고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정신적으로 힘들 줄 몰랐다. 이렇게 누군가로부터 거절당할 줄 몰랐다. 너무너무너무너무 어렵다.



처음엔 자랑스러운(?!) 원고를 내는 과정이 마냥 설렜다. 그런데 그 설렘도 잠시, 연속적으로 거절 메일을 받으니 암울했다. 나는 왜 이 과정이 초반에 잘 사귀다가 갑자기 헤어진 이별의 느낌 같을까. 헤어졌다는 사실도 슬프지만, 그 당시 ‘이유를 알려줘’라고 했을 때 돌아오는 답이 없는 느낌과 유사한 것 같다. 이유까지 알 것 없다는, 아니면 이유를 알면 내가 더 상처받으려나? 솔직하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도 궁금하다고..!



‘우리 출판사와 방향이 맞지 않아서...’

답변이 어쩜 하나같이 똑같은지 모르겠다(출판사 관계자분들 불편하시다면 죄송합니.. 다). 분명 투고할 원고와 결이 비슷한 다른 책을 낸 걸 알고 도전했더랬다. 차라리 '이미 내서 앞으로는 다른 방향성으로 낼 것이다’라고 하면 또 모르겠다. 이런 친절을 바라는 나도 웃기다. 꼭 ‘너와 나는 가는 길이 다른 것 같아, 헤어지자’처럼 들린다.



이렇게 답을 주는 출판사는 솔직히 감지덕지에 속한다. 묵묵부답인 경우가 더 많다. 하염없이 기다리다 목이 빠진다. 참을성 없고 성급한 나로서는 답답해서 복장이 터진다.



글은 썼고, 이걸 묶음으로 출간할 생각으로 기획한 것이다. 내가 기획했다고 다 받아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만들어 놨는데 그 이후가 진행이 되지 않아 갈 길을 잃었다. 차라리 가다가 넘어지면 반창고라도 붙이고 다시 일어나 가던 길 가면 된다. 하지만 이건 뭐, 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여러 갈림길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금 내 방향성은 투고냐, 포기냐인 것 같아 암담하다.



1인 출판사를 생각해 본 적도 있다. 하나의 결과물을 내는, 그 공정 과정을 제대로 알고 경험해 보고 싶었다. 고작 책 한 권 운 좋게 내본 게 다지만, 편집, 디자인, 출판사 등록, 인쇄, 서점 매대에 진열, 홍보 마케팅까지, 직접 다 해보고 싶었다. 내 의사를 들은 안방 남자는 ‘꼭 돈 안 되는 일만 골라한다'라고 대차게 까버렸다(또 거절당했다). 내가 돈 대 달라는 것도 아니고, 내 선에서 알아서 하겠다고 했지만, 차라리 그럴 돈 있으면 생활비를 보태라고 말하는 남자다. 역시 할 말이 없다. 그이는 지극히 현실주의자이면서 냉정하고, 객관적인 사람이라 옳은 말만 한다. 그래도 지지 않고 반박해 본다.



“혹시 돈이 될 줄 어찌 알아?

그리고, 세상에 꼭 돈 되는 일만 있는 건 아니잖아....

이렇게 글 쓰고 책 내는 가치 있는 일도 있는 거잖아...”



나도 모르게 말끝을 흐렸다. 돈에 대한 무감각, 멍청미를 더 남발하다 호되게 깨졌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투고를 포기하지 않는 것뿐이다.

내려놓으면 정말 답이 없다.

그래서 앞으로 더 고통받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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