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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학 커리어 개발 매니저가 되기까지

2) Public Speaking과 인생 키워드

by Sean Lee

Public Speaking은 말 그대로 대중 앞에서 발표하는 수업이었다. 총 20명의 학생 중 나와 다른 한국인 교환 학생을 제외하면 모두 영어가 모국어인 친구들이었다. 2주에 한 번씩 총 7번의 발표를 해야 했다. 나름 어디서도 기죽지 않을 자신감 하나는 있었지만, 산 같은 과제 앞에서 굴려지지도 않는 발음으로 스피치 연습을 해야 한다니 후덜덜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기에 도서관에서 발표할 내용을 준비하며,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어려움을 토로하곤 했다.


이때 나타난 귀인이 있었으니, 바로 금요일마다 학교에서 같이 축구를 하던 리아라는 미국 여학생이었다.
“션, 내가 도와줄까? 나 그때 수업 없으니 도서관에서 발표 연습해 볼래?”
도대체 어디서 내려온 천사인지… 이런 기회는 절대 놓치면 안 됐다.
“정말? 진짜 괜찮겠어? 나야 그렇게 해 주면 정말 고맙지!”
이렇게 순식간에 바로 약속을 받아냈다. 물론 이 모든 대화는 영어로 했다!


그렇게 Public Speaking과 애증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한 번은 인생에서 재밌었던 에피소드를 발표하는 날이었고, 나는 찬란했던(?) 낚시 스토리를 준비했다. 사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꽤 장난꾸러기였다. 대학생이 되어 보조 교사로 따라간 교회 청소년 수련회에서 마침 처음으로 낚시 프로그램을 시도하였다. 나를 따르는 아이들 앞에서 내가 얼마나 멋지게 낚싯줄을 멀리 던질 수 있는지 보여주려고 휭휭 돌려서 던졌는데…

잠시 후 물에 빠지는 소리가 안 나고, ‘팅팅’ 돌에 튕기는 소리가 나더니 순간 따끔하였고 내 허벅지에 낚싯바늘이 박혔다.


사진: UnsplashAnne Nygård


교회 전도사님과 다른 선생님 한 분이 그걸 빼 주시겠다며 찬 강물에 발을 담그라고 한 뒤 힘을 주어 빼 보려 했지만, 오히려 극심한 고통만 느껴졌다. 결국 응급실에 가서 처치를 받고, 파상풍 주사까지 맞고 퇴원했다. 그 후로는 우리 교회에 낚시 프로그램이 완전히 사라졌다.


다시 스피치로 돌아와서, 낚싯바늘이 허벅지에 박혔다고 말할 때 허벅지가 영어로 thigh다. 그런데 한국에는 없는 th 발음이 잘 안 돼서 자꾸 “die”처럼 발음을 한 것이다. 리아가 듣더니,
“션, 다이’가 아니라 ‘으따이’—이렇게 발음해 봐.”
라며 직접 시범을 보이고 반복 훈련까지 시켜 주었다. 덕분에 지금도 thigh 발음은 괜찮게 한다. 만약 그때 리아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친구들이 내 스피치를 전혀 엉뚱하게 이해했거나 아예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게 힘겹게 한 고비 한 고비를 넘겼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 매번 발표 때마다 정성을 다해 원고를 쓰고, 스피치 교정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받았다. 리아는 발표 수업 전 30분씩 나를 위해 시간을 내주었는데, 정말 나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싶다.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고마운 친구이다.


드디어 대망의 마지막 발표를 마치고, 최종 페이퍼를 돌려받는 날이었다. 당시에는 A4 용지로 과제를 제출했고, 교수님이 성적과 함께 간단한 피드백을 써 주셨다. 대문자 A와 함께, 그 밑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Sean, you have been a great asset to my class.


션, 너는 내 수업의 훌륭한 자산(보물)이었어”라는 뜻이다. 얼마나 감동되고 감사하던지….

20년이 지난 지금 내가 대학교에서 커리어 수업을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키워드로 자신을 소개하게 한다. 그때 학생들에게 내 인생 키워드를 소개하는데 그중 하나는 바로 *Asset(자산)*이다. 스피치 교수님의 따뜻한 피드백 하나가 앞으로 미국 생활을 해 나가는 데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큰 힘이 되었다.

그 학기를 잘 마친 후, 미국 대학교에 원서를 넣었고 합격 소식과 함께 차로 14시간이나 떨어진,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의 고향 캔자스의 외딴 작은 마을로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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