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기는 정말 숨 가쁘게 흘러가고 있다. 매주 금요일에 진행하는 정규 수업을 제외하고, 9월에만 무려 아홉 번의 다양한 특강을 진행했으니 매주 두 번 이상의 프레젠테이션을 한 셈이다. 내가 맡은 역할 중 중요한 부분은 학생 동아리나 단체의 요청이 오면 그 모임에 찾아가 특강을 하거나, 다양한 수업에 찾아가 영문 이력서, 인터뷰 스킬, 네트워킹 등 커리어 관련 주제로 강연을 하는 것이다. 종종 동아리 특강은 저녁에 진행되기도 해서 늦게 퇴근할 때도 있지만, 학생들이 “감사하다”, “새로운 걸 깨달았다”, “이제 열심히 해보겠다”라고 말해줄 때면 피곤함이 단번에 사라진다.
얼마 전 Resumania라는 행사가 있었다. 두 시간 동안 학생들의 이력서를 봐주고 상담하는 자리였는데, 나에게 배정된 두 명은 중남미 출신의 라티노(Latino) 학생들이었다. 이미 거의 수정이 필요 없을 정도로 깔끔한 이력서를 가져왔고, 그중 한 학생은 미국 전역에 연결된 Latino Professional Sorority (라티노 학생 연합단체)의 회장이자 임원이었다. 이력서를 함께 보며 설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과거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어떻게 대학에서 학생들의 커리어를 지도하게 되었는지 궁금하다며, 마치 나를 인터뷰하듯 여러 질문을 던졌다.
나는 미국 유엔 인턴십부터 뉴저지에서의 헤드헌팅 경험, 오하이오, 뉴저지, 하와이, 한국, 버지니아까지 옮겨 다니며 쌓은 다양한 경험이 지금 이 자리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자 학생이 밝게 웃으며, 우리 Latino 단체 모임에도 와서 특강을 해 달라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그러면서도 “학생 모임이라 예산이 부족해서 강연료는 못 드릴 것 같아요…”라며 걱정하는데, 나는 오히려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특강 하는데 돈을 당연히 받을 수 없다”며 안심시켰다.
나는 학생의 부탁에 약한 편이라 흔쾌히 수락했고, 날짜를 조율한 후 몇 주 뒤 실제로 그들의 모임에서 특강을 하게 되었다. 내 상사와 동료 직원들은 “어떻게 Korean 학생 단체도 아닌 Latino 단체에서 먼저 요청이 왔느냐”며 놀라워했고, 나 역시 “나도 신기하다”며 웃었다. 준비 과정에서 회장 Monica는 놀라울 정도로 소통이 원활하고 태도도 바르며, 모든 과정을 책임감 있게 준비했다. 덕분에 나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1시간 동안 학생들과 깊이 소통하며 강연을 마칠 수 있었다.
진짜 놀라운 일은 며칠 뒤에 일어났다. LinkedIn이라는 네트워킹 플랫폼에서 알림이 왔는데, 학생이 나를 위해 추천서를 작성해 보낸 것이었다. 열어보니 바로 Monica가 쓴 추천서였다. 기대는커녕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이기에 순간 멍해지기까지 했다. 수년간 수많은 학생들에게 추천서를 써준 적은 많았지만, 내가 먼저 학생에게 추천서를 받은 것은 처음이었다.
나는 진심을 담아 감사 메시지를 보냈다. 그동안 많은 학생들을 만나왔지만, 이렇게 프로 의식과 예의, 거기에 뛰어난 역량까지 갖춘 학생은 정말 드물었다. 앞으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도 이 학생 이야기는 여러 번 꺼내게 될 것 같다.
실력, 태도, 감사 -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춘 학생.
이런 보석 같은 학생을 뽑는 회사는 반드시 복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참고로 이 학생은 졸업반인데 이미 인턴십 한 회사에서 오퍼를 받고 졸업 후 내년 5월부터 일을 할 예정이다.) 나 역시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앞으로도 수많은 학생들을 만나겠지만, 나 역시 그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어른이 되어야겠다고.
[라티노 학생모임 특강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