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편에 걸쳐 긴 여정을 걸어왔습니다.
음모론에서 시작해,
⚖️ 반음모론을 거치고,
그 사이 어디쯤에 존재하는
불확실성의 진실에 도달하기까지.
이번 마지막 글에서는
그 모든 기호들의 충돌과 왜곡,
그리고 우리가 놓치기 쉬운
“해석의 책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복잡한 구조를 조금이라도 더 쉽게 보여드리기 위해
많은 이미지를 고민하며 만들고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내용 자체가 이미
지나치게 학술적인 부분들이 많았고,
이미지의 과잉은 오히려 혼란을 더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리포트가 언론 기사 하나, 뉴스 한 줄도
그냥 소비하지 않고 ‘해석하는 습관’을 기르려는 분들께 작은 훈련장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번 리포트를 마치며
Git-hub도 새로 개설했습니다.
Git-hub에는 마지막 글의 참고문헌 전체,
하이퍼링크 포함 학술적 메모와 확장 보고서가 정리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인 해석을 넘어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분들께 도움이 될 겁니다.
이번 여정은 저에게도 크고 소중한 배움이었습니다.
기호학은 결코 추상적인 이론이 아닙니다.
그건 세상을 똑바로 바라보는 도구입니다.
속지 않기 위해, 또 흐리지 않기 위해
우리는 해석의 훈련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설운이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 길 위에서 우리는 계속 걸어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계속 함께해 주세요.
(p.s. H가 제게 입이 닳도록 코딩 공부 하라고 했었는데, 이번에 짓허브 공부하고 새로 만들면서 신세계가 열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잘 활용해 보겠습니다.)
처음엔 분명 이상했다.
미국의 외교 전문가 ‘빅터 차’라는 인물이 두 번의 국가안보 표창(NSC Commendation)을 받았다고 하고,
북한을 직접 방문한 적도 있었고,
주한미국대사 지명이 갑자기 철회됐다는 것이다.
이 모든 조각이 맞물릴 때,
우리는 “이건 정보전 요원이 아니고 뭐야?”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호’의 조합이었다.
기표(signifier)는 있었지만,
기의(referent)는 검증되지 않았다.
그 후 반작용처럼 ‘반음모론’이 나왔다.
“그는 단지 학자다. 표창도 애매하고,
북한 방문도 공개된 일정이었다.
CIA니 정보전이니 하는 건 다 상상이다.”
하지만 이 반박도 과하게 단순화된 진영 논리였다.
NSC 내부 표창 제도는 법적으로 공개 의무가 없고,
“Outstanding Service Commendation”은 실제 존재 여부를 공식 문서로 확인할 수 없다.
북한 방문은 공개되었지만, 어떤 메시지가 오갔는지까지는 확인 불가다.
즉, “거짓도 아니고, 진실도 아닌 정보들”이
구조화되어 있었다.
우리는 지금 ‘사이 공간’에 도달했다.
✅ 사실: 빅터 차는 NSC 아시아국장을 지냈고, 북한을 방문했고, 대사 내정이 철회
❌ 오류: NSC 표창이 Medal인지 Commendation인지 불확실함. “두 번”이라는 숫자는 출처가 순환 인용
❓ 미확정: 표창의 실재성, 북한 방문의 세부 의제,
철회 결정의 실제 동기
즉, 이건 거짓의 폭로도 아니고, 진실의 회복도 아니다.
이건 ‘불확실성을 품은 해석’이다.
왜 우리는 처음부터 그렇게 믿고 싶었을까?
Predictive Coding (예측부호화): 뇌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예측한 것’을 본다.
Bayesian Inference (베이지안 추론): 기존 믿음에 부합하는 정보만 채택한다.
Free Energy Principle (자유에너지 원리): 뇌는 놀라움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의 믿음을 강화한다.
결국 빅터 차가 정보전 요원처럼 보였던 이유는,
그가 그런 존재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예측부호화, 베이지안 추론, 자유에너지 원리에 대해서는 아래 참조.
이 리포트에서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바로 NSC 표창
(Commendation) 문제다.
구조적으로 보면:
National Security Medal은 대통령 훈장이고, 1인 1회만 가능
Outstanding Service Commendation은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고, 공개 의무가 없다
하지만 CSIS, Georgetown 등 주요 기관은 동일한 문장으로 “두 번 받았다”고 적고 있다
이 정보는 서로 인용하며 순환 구조로 굳어진다
우리는 검증할 수 없는 기호를 기정사실로 믿게 된다.
그 기호가 공식 웹사이트에 올라 있다면, 더더욱.
우리가 목격한 건 하나의 사례가 아니라, 정보 생태계의 구조적 문제다.
약어 혼동: NSC는 National Security Council과 National Safety Council을 모두 의미한다
알고리즘 강화: 검색엔진은 자극적인 키워드를 상위에 노출시킨다
AI 기반 콘텐츠의 급증: 원 출처 없이 자동 생성된 정보가 마치 사실처럼 인용된다
권위기관의 실수 전파: 한 줄의 잘못된 표현이 여러 공식 기관을 타고 퍼진다
이 모든 것이 기호의 오류를
진실처럼 만들 수 있는 조건이다.
진실은 단순하고, 거짓은 복잡하다.
하지만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과정은
그보다 더 복잡하다.
우리는 이제 다음의 3단계를 기억해야 한다:
1. 무조건적인 믿음도 위험하다 (음모론)
2. 무조건적인 부정도 오류다 (반음모론)
3. 해석 가능한 영역과 불가능한 영역을 구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중립적 해석)
이 리포트는 당신이 진실을 덮으려는 것도,
거짓을 파헤치려는 것도 아니다.
이건 단지,
기호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한 해석자의 고백이다.
→ 즉, Medal은 헌법적 절차를 따르는 공적 훈장,
Commendation은 행정적 감사장 또는 공로증 수준이다.
음모론자들이 빅터 차를 정보요원으로 의심한 이유 중 하나는 “두 번의 NSC 표창”이라는 대목이었다.
반음모론자들은 여기에 이렇게 반박했다:
NSC의 메달은 1인 1회다.
그러니까 두 번 받은 건 거짓이다.
하지만 이건 전형적인 ‘기호의 오독’이다.
그들이 인용한 것은 Medal의 규정이었고,
빅터 차가 받았다고 주장되는 것은
Commendation(감사장)이다.
즉, 같은 ‘표창’이라는 말에 기표는 하나였지만,
기의는 달랐다.
이 기호학적 혼동은 단순한 착오가 아니다.
→ 이것이 진실 판단의 전제를 흔드는 구조적 오류다.
반음모론은 Commendation이 “공식 기록이 없다”라고 하여 “그건 존재하지 않는다”로 결론지었다.
하지만 이건 논리적 비약이다.
NSC는 FOIA(정보공개법) 적용 대상이 아니며,
2018년부터 표창 관련 규정조차 Federal Register에서 제거되었다.
국방·안보 관련 기관은 내부 Commendation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 표창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검증할 수 없는 것이다.
결론은 다음과 같다:
“NSC Commendation은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고,
‘존재하지 않는다’ 고도 단정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이 리포트 전체가 도달한 해석의 위치—
‘의심도 맹신도 아닌 중립의 영역’이다.
참고문헌 링크를 포함한 상세 보고서는 아래를 참조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