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참, 신기하지.
사람은 고쳐쓸 수 없어.
그리고 영원히 그대로인 사람도 없지.
인간은 문장과 닮아 있다.
수없이 반복해 써 내려가지만
완벽한 초안은 한 번도 없었다.
때로는 문장을 지우고 싶고
다시 써보고 싶지만,
이미 한 줄의 ‘나’로 새겨진 뒤에는
고쳐 쓸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다고 멈춰 있는 건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리는
조금씩 다르게 읽히고,
다르게 해석되고,
다르게 살아간다.
그 변화가 곧,
‘고쳐 쓰지 않아도 변해 가는 인간’의 방식이다.
세상은 사람을 바꾸려 하지만
사람은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는다.
다만 상황이 달라지면
그 본질이 드러나는 결이 달라질 뿐이다.
그 결이 모여
한 사람의 문장을 완성해 간다.
ㅡ
나는 이제 안다.
변하지 않는다는 건 멈춰 있다는 뜻이 아니고
바뀐다는 건 처음과 멀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그저 같은 자리에서
조금 다른 마음으로 다시 서는 일일 뿐이다.
사람은 고쳐쓸 수 없다.
하지만 사람은 계속 읽힌다.
읽히는 방식이 달라질 뿐이다.
그래서 인간은 완성되지 않는 문장이다.
멈춘 적 없고,
닫힌 적도 없는,
한 사람의 끝없는 퇴고.
그리고 그 퇴고가,
우리의 삶을 한 줄 한 줄
조용히 완성시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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