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닿는 풍경 | EP.16
햇살이 물 위로 천천히 내려앉고,
들꽃 사이로 바람이 스친다.
그 조용한 틈에
나는 잠시-
나를 멈춰 세운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자꾸 누군가가 떠오르고,
다 놓았다고 생각했던 마음 하나가
불쑥, 그 자리에 머물고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이 있다.
그건 아무 일도 없어서가 아니라
마음이
제 자리를 천천히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뜻.
햇살은 옅어지고,
내 그림자는 조금 길어진다.
그러는 동안
나는 슬픔도 미련도 아닌
그저 나로 조용히 머문다.
그리고 기도한다.
오늘 당신의 마음에도
이 해 질 녘의 온도처럼 말은 없지만
분명히 따뜻한
하루의 끝이 찾아오기를.
오늘 당신 마음에도
아무 일 없는 듯 조용히 피어나는
따뜻한 안녕이
머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