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나는 오래전부터 궁금했다.
“배움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말.
그 말은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뜻일까,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라는 뜻일까.
도대체 그 자세는 언제 생기는 걸까.
억지로 마음을 다잡아야만 오는 걸까,
아니면
어느 순간 조용히 스며드는 걸까.
생각해보면,
배움에 가장 가까운 존재는 늘 아이였다.
그들은 스스로 모른다는 사실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낯선 것 앞에서 움츠러들지 않고
세상 모든 첫 장면을
그저 맑은 눈으로 받아들인다.
어른이 된다는 건,
알게 된 만큼 시야가 넓어지는 일이라 믿었지만
사실은 그만큼 더 쉽게 좁아지는 일이기도 했다.
아는 만큼 판단이 빨라지고
판단이 빨라질수록 마음은 닫힌다.
배움은 부족해서가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는 순간’ 멀어지는 것이었다.
돌아보면,
나는 운 좋게도 그 착각에서 조금은 벗어나 있었다.
ㅡ
취미 때문이었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시작한 것도,
대단한 목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저 좋아서
궁금해서
손끝이 먼저 움직였고
마음이 따라갔다.
그 작은 취미들은
늘 나를 가장 낮은 자리로 데려갔다.
그래야 비로소 배움은 가능하니까.
낯선 것을 다시 배우게 하고,
몰랐던 감각을 다시 열어주고,
삶의 모양과 결을 더 가까이서 보게 했다.
ㅡ
사람들은 높은 곳에 있어야
먼저 볼 수 있고 더 멀리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가장 낮은 곳에서 더 많은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낮아져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도 있다.
세상의 밑면,
사람이 스치는 작은 흔적들,
말하지 않아도 알게 되는 표정들.
그제야
타인의 마음이 어떤 모양인지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제는 안다.
배움은 ‘결심’으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로 만들어진다는 것을.
늘 열린 마음으로
낮은 자리에서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용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ㅡ
이 책은
그 태도가 어떻게 취미가 되고,
취미가 어떻게 힘이 되고,
그 힘이 다시 삶의 품격으로 이어졌는지에 대한
나의 조용한 기록이다.
거창한 성공은 없었지만,
내 마음을 바꾼 작은 깨달음들이 있었고
그것들이 나를 계속 배우게 했다.
그 여정을 천천히 써 내려가려 한다.
당신의 하루에도
언제든 새로 열릴 수 있는 작은 배움이
조용히 찾아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