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닿는 풍경 | EP.17
밖에서는 가을비가 조용히 떨어지고
나는 손끝에 잠시 머무는 생각들을 천천히 풀어본다.
비는 언제나 말보다 먼저 마음을 적신다.
문장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감정들이
촉촉한 공기 속에서 형태를 갖기 시작한다.
흰 셔츠 위로 스며든 여백처럼,
나도 조금은 비워지고
묶어두었던 마음의 한 올이
가늘게 풀려 내려오는 느낌.
세상은 흐려졌지만
내 안에는 오히려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다.
소리의 크기는 작아지고
대신 마음의 무늬가 또렷하게 드러난다.
ㅡ
가을비는 누군가를 생각하게 하고
때로는 나 자신을 더 깊이 바라보게 한다.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순간-
그 고요한 젖음 속에서
오늘의 나를 조용히 건진다.
오늘 당신 마음에도
이 가을비처럼,
부드럽게 내려앉는 온기와
천천히 투명해지는 생각 하나가
잎맥처럼 고요히 스며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