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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잡아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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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엘 로즈


엄마랑 크게 다툰 날이 있었어요.


평소엔 저는 바라지 않고 챙긴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마음이 어느 순간
상대가 제 말을 따라주길 바라는 쪽으로
살짝 기울 때가 있더라고요.

‘너 잘 되라고’ 하는 말 속에
내 방식이 조금은 들어 있었던 거죠.


나중이긴 하지만

그걸 인정하는 데에도 시간이 꽤 걸렸던 것 같아요




엄마와 다투고 난 후 혼자 밖으로 나갔어요.
그냥 걷고 싶었거든요.


산책길을 한참 걷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는데
구름이 유난히 높이 떠 있었어요.


손이 닿을 수 없는 거리였는데
그 멀리 있는 게 오히려 더 또렷하게 보이더라고요.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야
더 잘 보이는 순간이 있구나, 그런 생각이 스쳤어요.
아주 잠깐이었지만요.

그러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사람 마음은 참 잡히지 않는 건데,
나는 왜 그렇게 붙잡으려 했을까.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아서였는지,
아니면 닿아야 할 것 같아서였는지.



그런 적 있나요?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말이
어느새 기대가 되고,
그 기대 때문에 말이 조금 무거워지는 순간.


내가 먼저 힘이 들어가는 날.

그날 이후로는
상대에게 간섭이 되지 않을 만큼만

손을 내밀기로 했어요.


나의 기대가 그 사람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만큼.
서로 편안할 만큼의 거리만.

구름도 그러잖아요.


잡으려 하면 모양이 금방 바뀌고
그냥 바라보고 있을 때,
오래 머물러요.


사람 마음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대로두어야 비로소 존재하는 것들.



그래서 요즘은

마음을 꼭 내 쪽으로 잡아두려 하기보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만큼만 건네고 멈추려고 해요.

그게 오히려 서로에게 덜 무겁고
편안하게 남으니까요.



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건
‘여기까지만’ 하고 멈출 줄 아는 일이더라고요.



그게...

참 쉽지 않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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