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마음의 품격 | EP.13-2
사람은 모두 이렇게 말한다.
“이번엔 꼭 제대로 해야지.”
“다시는 그때처럼 흔들리지 말아야지.”
하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치면,
그 다짐들은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린다.
이성은 알고 있다.
돌아서야 한다는 걸.
그런데 마음은 늘 한 발 늦게 따라온다.
ㅡ
머리로는 ‘이게 옳다’는 걸 아는데
몸은 이미 다른 쪽으로 향해 있다.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감정은 언제나 현재형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현재형으로 반응하는 감정은
이미 끝난 일을 ‘지금 일어나는 일’로 느끼게 한다.
그래서 마음은 쉽게 닫히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이 아파도
우리는 또다시 연락을 하고,
지치면서도 계속 기다리게 된다.
그건 결국
아직 마음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ㅡ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의 두 세계를 동시에 살아간다.
하나는 이성의 세계,
하나는 감정의 세계.
이성은 원칙을 세우고,
감정은 그 원칙을 흔든다.
이 둘은 서로를 부정하면서도
결국 함께 있어야 인간이 완성된다.
그래서 우리는 늘 실패한다.
다짐을 지키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그걸 후회하고 또 다짐한다.
하지만 어쩌면 그 반복이
‘살아간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해야 할 것을 알면서도
감정에 휩쓸리는 순간들-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다.
ㅡ
흔들림 없이 사는 삶은 없다.
누구의 하루에도 바람은 불고,
예상치 못한 균열은 찾아온다.
그래서 단단함은
흔들리지 않는 완벽함이 아니라
흔들린 자리에서 다시 중심을 찾아오는 능력이다.
너무 자책하지 않아도 된다.
휘청인 건 약해서가 아니라
그만큼 마음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흔들린 순간은
무너짐의 증거가 아니라
내면이 움직였다는 징표다.
그건 아직도
느끼고 반응하고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ㅡ
결국 우리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해야지’와 ‘하지만’ 사이를
수없이 오가며 살아간다.
단단한 마음은
넘어지지 않는 마음이 아니라
넘어져 본 사람이 가진 깊이에서 나온다.
다시 서 볼 수 있다는 믿음,
움츠러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서는 결심.
그 느린 회복이야말로
삶을 오래 버티게 하는 힘이다.
그리고 그 흔들림 끝에는
언제나 작은 온기가 남는다.
버티며 지나온 시간들이
조용히 남기는 따뜻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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