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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폼의 끝은 순정일까요

구름이랑 얘기해 본 적 있니 | EP.01

by 마리엘 로즈


우연히 눈에 들어온 그 빛이,

사진이 정말 예뻤어요.


빛이 닿는 자리만 유난히 맑아서
물 위에 비친 나뭇잎 그림자가
살짝 흔들리는 것까지 다 보이더라고요.

잠깐 멈춰서 보게 되는 그런 장면 있잖아요.
딱 그런 느낌이었어요.




처음엔 그냥
제가 좋아하는 교토라서 눈길이 갔어요.

거리의 공기나 오래된 건물들,
딱 봐도 “아, 이건 교토다” 싶은 분위기 있잖아요.
그게 먼저 들어왔죠.

저는 그냥 “예쁘다”라고 말했는데
제이민 작가님이

“사진에 꾸밈이 없어서 오래 남나 봐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이 은근히 오래 남았어요.

꾸미지 않은 게 오래 남는다는 말,


너무 매력적이잖아요.


그 한 문장에 그 사람의 결이
살짝 보였달까요.




생각해보면
꾸밈 없는 것들은 참 오래 남아요.

손 안 댄 원목의 거친 촉감,
아직 길이 들지 않은 가죽 냄새,
어떤 마음이 처음 스칠 때 생기는
아주 단순한 감정 같은 것들요.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는 것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리폼의 끝은 순정일까?




우리는 참 자주 고치려고 해요.
옷도, 관계도, 마음도.

낡아서가 아니라
조금 더 잘 맞게 입고 싶어서,
조금 더 오래 쓰고 싶어서,
조금 더 나답게 보이고 싶어서요.

근데 웃기는 건
고치면 고칠수록
결국 처음 좋아했던 그 이유로 돌아온다는 거예요.

처음에 끌렸던 단조롭고 순한 느낌,
그 첫인상의 감정.

겉을 다듬고 길이를 줄이고 색을 바꿔도
마지막에 남는 건
결국 그런 ‘순정’ 같은 마음이에요.



그러고보면
인생에서 리폼은 되돌리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본래의 마음을
더 정확하게 알아가는 과정에 가까운건가 봐요.


불필요한 걸 걷어내고,
과장된 부분을 줄이고,
남겨도 되는 것만 남기는 일.


그렇게 하고 나면
처음 봤던 그 사람의 고요한 표정처럼,
꾸밈없던 사진처럼,
가장 오래 남는 게 드러나니까요


그래서 요즘은 자꾸 이런 생각이 들어요.


순정은 ‘처음’이 아니라,
여러 번 고치고 돌아온 끝에서야
비로소 알아보게 되는
진짜 처음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고요.


그리고 참 이상한 ,

말은 사라져도
그 말이 남긴 여운은 오래간다는 거예요.


아마도
꾸미지 않은 것들은
원래 그렇게 오래 남는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요즘은...
나를 조금씩 덜어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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