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쳐쓸 수 없어 | EP.02
고독을 받아들이는 것은
‘나를 고쳐쓰려 하지 않는 태도’다
우리는 태어날 때부터
누구의 마음에도 완전히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어렴풋하게 알고 태어난다.
그 감각이 너무 오래되어
살아가다 보면 종종 잊고 지낼 뿐이다.
고독은 상처가 아니라
인간에게 처음부터 주어진 ‘기본값’이다.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마음 한 칸은 늘 비어 있고,
그 빈칸엔 나조차도 설명하지 못한 감정들이
천천히 쌓여간다.
사람은 결국
자기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자기 손으로 수습하며 자란다.
기쁨도 불안도 말하지 못한 감정들도
조용히 마음 안에서 익어간다.
그래서 우리는 문득
“왜 이렇게 외롭지?” 하고 놀라지만,
사실 그 외로움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모습이다.
ㅡ
고독은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단단하게 붙드는
아주 오래된 뿌리 같은 것이다.
사람과 사람이 완전히 이해될 수 없다면
그 틈을 억지로 메우는 건 관계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내어주는 시간이다.
함께 있어도
마음의 깊은 곳은 서로 닿지 못한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자꾸 그곳까지 닿으려 한다.
그 애씀 때문에 때로는 다치고,
때로는 서운해지고,
때로는 스스로의 마음에 실망한다.
하지만 그 감정들마저
‘고독이 기본값인 인간’이 살아가며
겪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ㅡ
어쩌면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
내 안을 내가 먼저 채우는 일에 익숙해지면
그제야 타인의 온도도 조용히 느껴진다.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려고 애쓰지 않아도
그저 곁에 머무르는 것만으로 충분해진다.
고독을 인정하면
관계는 훨씬 가벼워지고
사람은 훨씬 편안해진다.
ㅡ
우리가 평생 지고 가야 하는 건
‘외로움’이 아니라
외로움이 기본값인 채로
함께 걸어보겠다는 작은 용기다.
그 용기가 쌓이고 나면
고독은 더 이상 어둠이 아니다.
나를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주는
아주 작은 중심점이 된다.
그리고 그 중심을 가진 사람만이
누군가의 곁에서
쉽게 흔들리지 않고 머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관계를 맺어도
마지막 한 칸은 결국 혼자 채우며 산다.
https://pin.it/1jXuSH5b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