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스민 계절 | EP.010
기온이 뚝 떨어진 날엔
몸보다 마음이 먼저 빈틈을 느낀다.
바람은 차갑고 손끝은 금방 시려오는데
이상하게도 마음 한쪽에서
아주 작은 고요가 먼저 흔들린다.
그럴 때면 문득,
소란스러운 다정함이 아니라
말 없이 곁을 지켜주는
‘조용한 다정함’이 그리워진다.
ㅡ
추워진 날씨는
사람을 고독하게 만드는 만큼
마음을 조금 더 섬세하게 만든다.
더 따뜻해지고 싶다는 마음,
작은 위로라도 닿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런 감정들이
찬 공기를 타고 천천히 떠오른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우는 건
대단한 사랑도 큰 말도 아니다.
그저 옆에 앉아
따뜻한 숨결 하나 나눠주는 마음.
ㅡ
생각해보면
우리가 정말 필요로 했던 것도
언제나 그런 다정함이었다.
추위를 막아주는 무거운 코트가 아니라
말 없이 내 어깨 위에
살짝 올려주던 손길.
조언이나 해답 대신
그저 "여기에 있어"라는
조용한 존재감.
ㅡ
건조한 바람 속에서
마음은 조금 더 허전해지고,
그럴수록
다정함은 더 또렷하게 그립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은
사람을 약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조용히 보여주는 힘 같다.
ㅡ
이런 날엔
조용한 다정함이 그립다.
누군가의 말보다
누군가의 온도가 더 필요해지는 날.
마음의 빈틈을
누군가가 메꿔주길 바라서가 아니라-
그 빈틈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도 인정하고 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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