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배움을 잃어가는 마음들 | EP.01
우리는 자라면서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언어를 배우고,
규칙을 배우고,
사람을 대하는 법을 배우고.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배우는 행위 자체는 점점 어려워진다.
나는 오랫동안 그 이유가 궁금했다.
경험이 쌓일수록 더 겸손해져야 하는 게 아닐까.
더 유연해지고 더 넓어져야 하지 않나.
하지만 어느 순간 깨달았다.
어른이 될수록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라는 걸.
어린아이들은 모른다는 사실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들에게 모름은 잘못이 아니라
세상을 여는 첫 문장이다.
낯선 것 앞에서 묻고,
궁금한 것 앞에서 흔들리고,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모른다'는 말이 내 마음 어딘가에서
조용히 무게를 갖기 시작한다.
못 배운 사람처럼 보일까 두렵고,
능력이 부족한 사람처럼 보일까 걱정되고,
자존심의 작은 균열이 생길까 불안해진다.
ㅡ
그래서 우리는 조금씩
안다는 표정을 짓는 법을 익힌다.
알지 못해도 아는 척하고,
이해되지 않아도 고개를 끄덕이고,
잘 모르겠는 감정조차
설명 가능한 척 포장한다.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닫히는 것이 마음이고
가장 먼저 멀어지는 것이 배움이다.
모른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는 마음은
사실 무지가 아니라
두려움에 대한 방어에 가깝다.
‘타인의 시선 속에서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 끊임없는 자문이
우리를 점점 단단하게
하지만 동시에 점점 좁게 만든다.
나는 한동안 이 마음을 모르고 살았다.
다 알고 있는 것처럼 굴었고,
설명할 수 있는 것만 붙잡았으며,
말할 수 없는 마음들은
해석 가능한 문제로 치환해버렸다.
ㅡ
그러다 어느날,
“안다는 것은 멈추는 일이고,
모른다는 것은 움직이는 일이다.”
이 한 문장 앞에 멈춰 섰을 때,
나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환해졌다.
그 순간 떠오른 생각은 단 하나였다.
나는 언제부터 ‘안다’는 표정을 짓고 살았을까.
모른다는 건 실패가 아니라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신호였구나.
ㅡ
그때부터였다.
나는 조금씩 마음의 낮은 자리를 찾아갔다.
조용히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
다시 배우고 싶다는 솔직함,
어쩌면 틀릴 수도 있다는 유연함.
그 작은 변화들이
나를 더 크게 흔들지 않고,
오히려 더 깊게 열어주었다.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은
어른에게 가장 늦게 오는 배움이지만,
가장 멀리 데려다주는 시작점이다.
그리고 나는 이제 안다.
배움은 ‘압도하는 지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무력함을 받아들이는 순간’에서
조용히 다시 자라기 시작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