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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은 휘지 않아

사람은 고쳐쓸 수 없어 | EP.03

by 마리엘 로즈


우리는 종종
상대의 말투나 표정,
때로는 예상하지 못한 침묵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크게 흔들리곤 한다.


“내가 뭔가 잘못했나?”
“혹시 마음이 달라진 건 아닐까?”


그 작은 흔들림 속에서
진심까지 같이 휘어버린 것만 같은 순간이 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된다.
휘어졌던 건 마음이 아니라
해석이었다는 것을.

진심은 생각보다 단단해서
잠깐 흔들리는 듯 보여도
그 속까지 휘어버리진 않는다.



우리가 그토록 불안했던 이유는
상대의 마음이 불투명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진심을 잘 모를 때 흔들렸기 때문이다.

확신이 없을 때는
아무 작은 바람에도 기울어지고,
말 한마디에도 쉽게 상처받는다.



하지만 자기 마음을 정확히 알고 나면
상대의 반응이 조금 달라지더라도
진심은 그 자리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진심은 방향을 잃지 않는 힘이 있다.
잠시 흔들려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중심 같은 것이다.




진심은
소리나 과장으로 증명되는 게 아니라
일관성으로 드러난다.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모양이 드러난다.
가짜는 오래가지 못하지만
진심은 설명하지 않아도 남는다.

사람들은 말로 속일 수 있어도
시간 앞에서는 속이지 못한다.


시간은 늘 진심의 편이다.



어쩌면
우리가 관계에서 배워야 할 것은
상대의 모습을 읽는 기술이 아니라
자기 마음을 믿는 용기인지 모른다.

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확신이 생기기 시작하면

사람의 사소한 변화가 더 이상 ‘불안’이 아니라
그저 ‘상황’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진심은 휘지 않는다.
휘어 보였던 건
마음이 아니라 두려움이었다.



사람은 고쳐 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관계의 본질을 이해한다.

흔들리는 말투나 감정의 높낮이가 아니라,
그 너머에서 변하지 않고 흐르는
‘그 사람의 본래 마음’을 기억해내는 일.



결국 우리가 끝내 붙잡아야 하는 건,
상대의 태도나 말이 아니라
내가 가진 마음의 방향이다.

그 방향만 분명하다면
잠시 바람이 불더라도
관계는 부서지지 않는다.


진심은
휘지 않는 마음의 뿌리다.


그 뿌리를 믿는 순간,
우리는 훨씬 단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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